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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희귀 동·식물 천국 ‘살아 있는 자연사박물관’

세계테마여행 /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

내용

상상 이상의 새로운 자연을 만났다. 남아메리카 서해안에서 1천여㎞ 떨어져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신기하고 특이한 생명체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 이곳의 모든 광경은 다른 세상의 것처럼 경이롭다.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바다사자와 낮잠을 자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다. 수영을 하다보면 바다거북, 갈라파고스펭귄이 눈앞을 헤엄쳐 지나간다. 길을 걷다보면 갈라파고스땅거북이 풀을 뜯고 있고, 해변의 바위에선 바다이구아나가 일광욕을 한다. 동물은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식물은 기묘하게 자라고 있다. 이곳은 명성대로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산타크루스 수산시장.

갈라파고스 제도는 총 19개의 큰 화산섬과 수많은 암초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북쪽 다윈 섬에서 가장 남쪽 에스파뇰라 섬까지 220㎞ 내에 자리하고 있으며, 북반구와 남반구에 걸쳐 있다. 가장 큰 섬인 이사벨라 섬이 적도를 지난다. 에콰도르에 속하며, 총 면적은 8천여㎢으로 부산시 면적의 10배 정도다. 공식 이름은 '콜론 제도(Archipiélago de Colón)'. '갈라파고스 제도(Islas Galápagos)'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갈라파고'는 스페인어로 '안장'을 뜻하며, 갈라파고스땅거북의 등딱지 모양에서 유래했다. 197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이곳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준 섬으로 유명하며, 오늘날 이곳을 '생물진화의 야외실험장'이라고도 부른다.

산타크루스 섬은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번화하다. 저녁시간 산타크루스 중심가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낮잠 자는 바다사자, 일광욕하는 바다이구아나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출발, 비행기로 2시간 만에 산크리스토발 섬에 도착했다. 이곳은 갈라파고스 제도 행정 중심지이자, 에콰도르 본토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다.

소도시 대합실처럼 작은 산크리스토발 섬 공항엔 입도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다. 해마다 12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갈라파고스를 찾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란다. 갈라파고스의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제비꼬리갈매기는 세계 유일의 야행성 갈매기다. 주로 생선, 오징어 등을 잡아먹는다.

산크리스토발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바다사자다. 바다사자는 부두, 계단, 벤치, 해변 등 섬 전체에서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무리지어 생활하며, 낮잠을 자고 수영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스노클링을 하고 있노라면 호기심 많은 아기 바다사자들이 다가와 같이 놀자며 얼굴을 들이민다. 해변을 걷다보면 바다 냄새보다 바다사자 특유의 냄새가 진동한다. 이렇게 바다사자가 많은 것은 천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대 천적이라면 사람일까? 사람과 접촉하면 어린 새끼들은 사람 냄새가 나기 때문에 어미가 새끼를 알아보지 못해 젖을 주지 않는다. 결국 아기 바다사자들은 굶어죽기 때문에, 갈라파고스 주정부는 2m 이상 거리를 두고 동물을 관찰할 것을 권고한다.

해안가 검은 암석엔 화려한 색의 갈라파고스 붉은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 옆에선 바다이구아나가 일광욕을 한다. 바다이구아나는 오직 갈라파고스에서만 볼 수 있는, 바다에서 생활하는 세계 유일의 도마뱀이다. 날카로운 발톱, 온몸을 덮고 있는 갑옷 같은 비늘껍질, 등과 머리 위로 서 있는 갈기를 갖고 있다. 모습은 괴기스럽지만 의외로 채식주의자다. 이들은 바다로 잠수해 물속에서 자라는 미역과 같은 녹조를 먹는다.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섭취하기 때문에 코처럼 생긴 기관을 이용해 염분을 뱉어낸다. 햇볕을 쬐며 급격히 떨어진 체온을 올려주는 것도 이들의 중요한 일과다.

바다이구아나는 오직 갈라파고스에서만 볼 수 있는, 바다에서 생활하는 세계 유일의 도마뱀이다.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급격히 떨어진 체온을 올리기 위해 일광욕을 한다.

해변 산책로 끝 암벽 절벽에는 제비꼬리갈매기가 쉬고 있다. 제비꼬리갈매기는 세계 유일의 야행성 갈매기로, 밤이면 앞바다에서 작은 생선, 오징어 등을 잡아먹는다. 큰 눈 주위에 붉은색 고리가 있고, 회색의 날개와 붉은색의 발을 가진 갈매기다.

대형어종 많은 바다 … 바다거북 쉽게 볼 수 있어

바다 속 환경도 독특하기는 마찬가지다. 산타크루스 섬에서 배를 타고 나가 스쿠버 다이빙하던 날,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역동적인 바다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잠수하고 있는 사이 불과 몇 분 만에 5℃씩 오르내리고, 강한 해류가 넘실거린다. 광활하게 뚫려 있는 바다엔 오로지 숨이 막힐 정도로 수많은 물고기 떼뿐이다. 그 사이로 홍살귀상어가 무리지어 유유히 유영하고, 가오리가 우아하게 날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찰스 다윈 동상. 갈라파고스 제도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준 섬으로 유명하다.

갈라파고스는 적도에 위치하고 있지만, 훔볼트 해류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차갑다. 수온은 15℃~22℃ 정도이며, 1년 중 절반 동안 차가운 해류가 휩쓸고 지나가기 때문에 산호초가 거의 없다. 홈볼트 해류 외에도 서쪽의 크롬웰 해류, 남적도 해류, 중앙아메리카의 따뜻한 파나마 해류까지 태평양의 주요 해류 4개가 지나간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기 때문에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그 어느 곳보다 풍요로운 바다 환경을 자랑한다. 이곳엔 500종이 넘는 물고기들이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흰긴수염고래, 범고래, 고래상어, 홍살귀상어, 갈라파고스상어, 태평양쥐가오리, 점박이독수리가오리 등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대형어종을 자주 볼 수 있어 스쿠버 다이버들이 '꿈의 다이빙 포인트'라고 부르는 곳이다.

물속에선 바다거북도 자주 만난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태평양에서 바다거북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이곳의 바다거북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색이 진해서 햇볕을 더 잘 흡수하고 차가운 물속에서도 더 잘 견딘다.

바다거북. 갈라파고스 제도는 태평양에서 바다거북이 가장 많이 산다.

섬마다 다른 기후, 독자적 특징 … 생태계 영향 끼쳐

갈라파고스는 두 계절이 있다. 6월에서 11월까지는 이슬비가 내리는 '가루아(garua)' 시기다. 수온이 22°C까지 상승하며, 차가운 바람이 남동쪽에서 불어와 잦은 비가 종일 내리고, 짙은 안개가 섬에 자욱하다. 12월에서 5월까지는 갈라파고스의 봄이다. 평균 수온과 온도는 25°C까지 올라간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고, 가끔 세찬 빗줄기가 내리고 해가 뜬다.

각각의 섬은 고도와 위치에 따라 계절별로 강수량의 차이가 크다. 비가 내리는 섬은 숲이 울창하다. 이곳 갈라파고스땅거북은 둥근 등딱지 덕분에 가지에 걸리지 않고 덤불사이를 돌아다닐 수 있다. 반면 에스파뇰라 섬처럼 작은 섬은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이곳 거북은 등 앞쪽이 아치 형태로 구부러져 있다. 땅 위에 먹을 것이 없어 풀을 많이 뜯기 위해 최대한 목을 뻗어야 하기 때문이다.

갈라파고스에 살고 있는 13종류의 핀치새들도 부리 모양이 각기 다르다. 열매를 먹는 부리는 굵고 강하며, 꽃을 먹는 부리는 길고 날카롭다. 바위틈에서 먹이를 찾는 부리는 섬세하고 뾰족하다. 이처럼 갈라파고스는 섬마다 다른 기후를 갖고 있고, 같은 종의 동물이라도 조금씩 다른 형태를 보인다.

산타크루스 해변 선인장.

활발한 화산 활동 … 살아 움직이는 섬

이러한 특수성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끼쳤다. 찰스 다윈은 영국 해군측량선 비글호에 승선한 생물학자로 동식물 관찰을 위해 남반구를 항해하던 중 1835년 9월 15일, 갈라파고스에 도착한다. 갈라파고스에서 5주간 머물며 표본을 채집했고, 본국으로 돌아가 표본을 정리하다가 자연선택설 영감을 얻었다. 24년 후에는 '종의 기원'을 출간한다.

산타크루스 섬에는 찰스다윈을 기념해 설립한 1964년 찰스다윈연구소가 있다. 이곳은 현재 멸종 위기의 거북을 포획해 번식시킨 후 다시 섬으로 돌려보내는 등 갈라파고스를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시에라 네그라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활동적인 화산 중 하나이다.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이 온 대지를 뒤덮고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지구상에서 화산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고요한 태평양 한가운데 깊은 바다, 화산은 지각을 뚫고 나와 섬이 되었다. 서쪽 섬일수록 분화 활동이 활발하다.

갈라파고스 서쪽에 위치한 이사벨라 섬은 길이가 150㎞에 달하고, 등허리에 화산 분화구가 있다. 이 섬에 있는 5개의 화산 중 유명한 것의 하나가 시에라 네그라 화산이다. 중심가인 푸에르토 비야밀에서 45분 차로 이동, 해발 1천490m의 시에라 네그라 화산 분화구를 향해 걷는다. 시에라 네그라는 세계에서 가장 활동적인 화산 중 하나이다. 가장 최근의 화산활동은 2005년에 일어났다. 분화구에 가까워질수록 열기가 느껴진다.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이 온 대지를 뒤덮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선인장은 자라고, 육지이구아나는 선인장을 먹는다.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 같다.

산타크루스 선착장. 수상택시에서 내리는 관광객들.

열대지역에 사는 유일한 펭귄, 갈라파고스 펭귄

이사벨라 섬에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동물들이 산다. 그 첫 번째는 갈라파고스펭귄이다. 지구 최남단 남극지역에만 사는 펭귄이 이곳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차가운 한류 덕분이다. 갈라파고스펭귄은 열대지역에 사는 유일한 펭귄으로, 서 있을 때 키가 35㎝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펭귄이다.

이사벨라 곳곳에는 석호가 있고, 그곳엔 홍학이 무리지어 있다. 갈라파고스에 사는 홍학은 500마리 정도로, 카리브해에서 건너왔다. 이들은 바닷물이 섞여 들어와 염분농도가 높은 석호에 사는 새우, 작은 갑각류 등을 먹으며 살아간다. 다시 해안가로 발걸음을 돌리니 비행하는 파란발부비새 무리가 보인다. 파란색 페인트를 칠한 듯 선명한 색의 발이 비행 중에도 확연히 눈에 띈다.

갈라파고스에서의 3주는 단 하루도 지루할 틈 없이 경이로웠다. 오늘도 원시의 자연에선 사람과 동물이 어울려 살아간다. 행복을 온몸으로 실감한 곳, 훗날 다시 찾고 싶은 지상 천국. 갈라파고스는 행복의 다른 이름이다.

작성자
글·사진 김정희
작성일자
2015-06-1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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