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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농익은 부산연극 보고싶다면 ‘엑터스’로 오세요”

2005년 개관, 30년 연륜 연출가 운영 … ‘부두연극단’ 100회 공연 맞아
부산 소극장 ③액터스소극장

내용

"학교 다닐 때부터 연출을 주로 했습니다." 국민배우 하면 누구를 떠올리고 국민여동생 하면 누구를 떠올리듯 부산 연출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이성규(66) 대표다. 배우 전성환, 작가 김문홍과 더불어 부산 연극 각 분야를 대표하는 원로의 한 사람이다. 연극과 인연을 맺은 건 동아대 재학시절 극예술연구회 활동을 하면서이다. 배우도 하고 스텝도 했지만 주로 연출을 맡았다.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연출을 맡은 지는 올해 30년을 맞는다.

엑터스소극장은 부두연극단 전용 극장이다. 부두연극단은 30년 연륜을 가진 연출가가 이끌어 가는 토종 부산 극단이다(사진은 부두연극단 연습 모습).

30년 연출 이성규 대표가 이끄는 '부두연극단'

연출 30년은 '부두연극단' 30년이기도 하다. 극단 부두연극단은 1984년 10월 창단한 토종 부산 극단. 이성규 연출은 창단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극단 대표와 상임연출을 맡고 있다. 창단 공연은 페르난도 아라발 원작 '건축사와 아씨리 황제'였다. 김영구와 김하균이 배우로 출연했다. 김하균은 현재 탤런트 겸 영화배우로 인지도가 높다. 모두 16차례 무대에 올린 창단 공연은 빚을 갚고도 남을 만큼 대박이 났다.

부두연극단 전용극장이 '액터스소극장'이다. 30년 연륜을 가진 연출가가 운영하고 30년 연륜을 가진 극단이 이끌어 가는 소극장답게 첫 인상부터 '연극적'이다. 잘 보이려는 장식을 배제하고 가식을 배제한 실내공간이랄지 무대 배치에서 무어랄까 '굶어 죽어도 연극판에서 굶어 죽겠다'는 고집 같은 게 읽힌다. 액터스(actors)란 이름도 마찬가지다. 관객을 내세우지 않고 배우를 내세운 이름에서 연극판에 대한 곡진하고 지극한 애정을 엿본다.

"대관도 하지만 우리 극단이 거의 이용합니다." 연극은 영화와 달라 공연 때마다 공을 들여야 한다. 기력도 소진되기에 무대에 올리는 작품은 몇 되지 않는다. 한 해 서너 편 정도다. 한 편은 보통 보름에서 20일 정도 공연한다. 20일을 잡아도 한 해 석 달이 될까 말까다. 대관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편. 그래서 소극장 가동률이 대단히 낮다. 대신에 연습실로 쓰고 사무실로 쓰고 거실로도 쓴다. 이성규 대표 표현대로 단원들 '삐대는' 대단히 인간적인 공간이 액터스소극장이다.

부두연극단 100회 공연을 기념하는 연극이 6월15일부터 펼쳐진다(사진은 부두연극단 대표작 포스터).

인간 존재 의문 품는 해외명작 주력

액터스소극장은 주로 번역극을 무대에 올린다. 그건 부두소극단이 그렇다는 말이기도 하고 이성규 연출가가 그렇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존재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를 묻고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품는 해외명작연극 소개에 진력한다. 해외 새로운 스타일 실험적 연극을 선호한다. 창작극도 좋지만 창작극이 자칫 빠지기 쉬운 관객 영합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다.

부두연극단 대표작은 숱하다. 30년 연륜과 깊이가 대표작을 숱하게 한다. 숱한 중에서도 대표작 한둘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이것을 내세우면 저것이 걸리고 저것을 내세우면 또 다른 것이 걸린다. 굳이 내세운다면 전용 소극장 입구 벽면 포스터가 그 대답이리라. 벽면에 부착된 포스터는 셋. '고도를 기다리며'와 '19 and 80', 그리고 '에쿠우스'다. 앞 두 작품은 부두연극단 20주년 앙코르 레퍼토리고 에쿠우스는 가마골소극장 25주년 기념공연작이다.

액터스소극장은 부두연극단 세 번째 전용극장이다. 가마골소극장을 공동으로 운영한 적도 있었다. 첫 번째 전용극장은 부두소극장이다. 부산역과 중부경찰서 사이 영주동에 있었다. 지하철 공사로 헐렸다. 부두소극장에서 이성규 선생이 연출했던 마지막 공연이 에쿠우스다. 1985년 12월 5일부터 25일까지 26회 무대에 올렸다. 에쿠우스에 대한 애착은 가마골소극장 25주년 기념공연으로 이어진다. 가마골소극장은 1986년부터 2년 공동으로 운영했다. 그렇긴 해도 더부살이 기분이었다.

연당소극장은 두 번째 전용극장이다. 도시철도 동래역 건너편 지하였다. 이성규 대표가 집을 팔아 마련했다. 더부살이 찜찜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20석 규모로 지나치게 넓지도 않고 지나치게 좁지도 않아 좋았다. 여느 소극장과 달리 지정좌석제로 운영해 이목을 끌었다. 사뮈엘 베케트 원작 '고도를 기다리며'가 개관작품이었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생일파티' '로리타' '진흙' '죽음연습' '북어대가리' '물고기의 축제' 등을 무대에 올렸다. 대부분 인간존재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부조리극적 성향 작품이었다. 이 기간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부산연극협회장을 맡아 부산연극 발전에 열정과 시간과 돈을 보태었다.

올해 100회 공연 맞아… 여배우 3인 앞세운 공연 준비

"여배우 열전 시리즈를 하고 있습니다." 액터스소극장은 2005년부터 전용극장으로 쓰고 있다. 올해 10년. 올해는 겹경사를 맞는 해다. 부두연극단으로 치면 30년. 공연도 100회가 된다. 100의 순우리말은 '온.' 온은 온달, 온전에서 보듯 완전히 둥글며 완전히 갖춘 것을 뜻한다. 완전히 둥글고 완전히 갖춘 해를 그냥 보낼 수 없는 법. 부두연극단 출신 여배우 3인을 부각하는 기획 공연을 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20일부터 30일까지 김미경이 주연한 '연옥'이 그렇고 오는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공연할 우명희·하현관 주연 '도시를 멀리 떠나서(원제 머나먼 아공당주)'가 그렇다. 공연은 평일 저녁 8시, 토요일 오후 5시 시작한다.

'남과 다른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면 정체성에 의심을 받는다. 그래서 의심과 질문이 필요하다.' 이성규 연출가가 최근 한 매체에 발표한 글 한 대목이다. 글에서 보듯 의심과 질문은 이성규 연극의 주춧돌이자 양대 기둥이다.

삶의 한 단면인 에피소드를 벗어나 삶의 전체적인 문제를 조망하고 천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의심과 질문은 어쩌면 우리의 삶을 여기에서 저기로 나아가게 하고 오늘에서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추동력일지도 모른다. 액터스소극장과 부두연극단과 이성규 연출가가 새삼스레 보이는 이유다. 가는 길. 도시철도 남천역 1번 출구 하이마트 뒤 모퉁이 편의점 지하.

※ 공연 문의 661-6616.

작성자
동길산 시인
작성일자
2015-06-1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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