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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부산 어제·오늘·내일 공존하는 공간

시내버스로 만나는 부산 ① 87번 버스
아미·감천·광복동 오가는 노선 … 산복도로 르네상스·트리문화축제로 재탄생

내용

시민들의 발, 시내버스. 그 시내버스로 부산의 명소 곳곳을 만나보면 어떨까? 조금 덜컹거리고 느려도 부산 구석구석을 누비며 부산의 속살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부산 시내버스. 특히 대중교통끼리 환승도 가능하기에 부산의 모든 곳을 여유롭게 돌아볼 수가 있다.

그 첫 번째로 연산동 토곡부터 서면을 거쳐 부산역, 남포동을 지나 아미동 까치고개까지 가는 87번 버스를 타고 부산을 만나본다. 이 노선으로 만나볼 수 있는 곳은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광복로와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공동묘지 마을이 문화마을로 변신

87번을 타고 까치고개 사거리에서 내린다. 감천고개 방향으로 길을 오른다. 왼쪽으로 작은 계곡을 타고 고만고만한 집들이 천마산 중턱까지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곳은 부산 서구 아미동 일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성된 일본인 공동묘지가 있었던 곳이다. 1907년 일본인 거류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던 공동묘지를, 모두 이곳으로 옮기면서부터다. 당시 묘지면적만 해도 약 79,338㎡ 정도 규모였다고 한다.

광복 후 일본 귀환동포와 6 · 25전쟁 피란민들이, 이곳 일본인 공동묘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게 되는데 그것이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의 시작인 셈이다. 이들은 일본인 묘지의 비석과 상석 위에, 거적대기나 비닐, 루핑 등을 둘러 비바람을 피하며 하루를 견뎌냈다. 그렇게 무덤 위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묘지 규모가 9.9∼23㎡ 정도가 되니, 집도 그 정도다. 공동묘지 위에 생활터전을 세워 '삶과 죽음'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 형성됐던 것이다. 그래서 망자들의 혼백을 달래기 위해 아직도 향을 사르는 주민들도 꽤 된다고 한다.

곧이어 감천고개 바로 전, 서구 2번 마을버스 길과 만난다. 마을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다녀 본다. 어느 골목을 만나든 빼곡히 들어찬 집 주변 곳곳으로, 묘지 비석과 상석들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주춧돌이나 댓돌 등을 집의 건축자재로 쓰기도 하고, 오르막길 계단이나, 석축, 담벼락 등을 올리는데 쓰기도 했다. 때문에 마을 구석구석의 구조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 둘쯤 비석이나 상석이 박혀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다.

그 빗돌에는 '가문의 문양'과 '대정', '소화' 등 일본의 연호가 새겨진 것을 볼 수가 있다. 대부분 오랜 세월에 글자가 지워져 흔적이 흐릿하지만, 몇몇은 아직도 죽은 자의 이름이 선명하게 각인된 빗돌도 남아있다.

도시재생 모범사례로 우뚝 선 감천문화마을

220여 가구에 400여 명이 사는 비석문화마을은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의 일환으로 역사와 문화가 있는 마을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비석문화마을 마을지도'를 설치해 최민식갤러리 등 주변 볼거리를 안내해 놓았다. 골목골목마다 밝은 원색의 벽화들을 설치해 전체적으로 마을이 밝아졌다. 마을 담벼락 2곳에는 '골목 갤러리'를 조성하고, 마을 중간 부산 시가지가 훤히 보이는 곳에는 '전망데크'도 설치돼 있다.

감천문화마을은 지난해 9월 '메트로폴리스'가 주최한 '2014 메트로폴리스 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도시재생모델로 우뚝 섰다(사진은 감천문화마을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시민모습).

'전망데크'에서는 부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용두산과 부산타워가 보이고, 햇살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와 부산항, 부산항대교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영도다리 밑으로 쉴 새 없이 배들이 드나들고, 봉래산 정상에는 흰 구름이 여유롭게 걸려있다. 편안한 풍경에 모두들 잠시 시름을 내려놓는 것이다.

비석마을에서 감천고개로 오르다 보면 오른쪽으로 계단식 마을이 펼쳐진다. 1955년 태극도 사람들이 보수동에서 옮겨오면서 '도인촌'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태극마을'이다. 지금의 '감천문화마을'의 원형인 셈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 마을 중 하나다.

감천문화마을 입구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감천문화마을의 역사를 시대별로 소개한다.

감천문화마을 입구에 선다. 초입에 '작은 박물관'이 서있고, 마을 안내소 격인 '일감상회'가 보인다. '작은 박물관'은 감천마을의 역사를 시대별로 소개하고, 주민들이 사용하던 일용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입구 관광버스 주차장에 버스들이 몇몇 주차해 있다. 요즘은 관광버스가 10여대 안팎이 드나들지만 나들이 계절에는 20여대가 이 마을로 몰린다고 한다. 감천문화마을은 기찻집, 블록집, 가분수집들이 올망졸망 가지런히 정겹게 붙어있어 동화 속 마을 같기에, 많은 국내외 나그네들에게 아름다운 집과 골목을 보여주는 것이다.

감천문화마을은 흔히들 '기차마을'이라고 불렀다. 밤이 되면 루핑집 창문으로 불빛이 비치는데, 멀리서 보면 수평으로 길게 이어진 집이 달리는 밤기차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은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좁은 골목 사이로 집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미로가 따로 없다. 마을 곳곳마다 어느 방향으로 가도 '골목과 골목'이 만나고, 까꼬막의 '계단과 계단'이 만난다. 골목은 가로로 '집과 집'을 이어주고, 계단은 세로로 '골목과 골목'을 이어준다.

산복도로를 찾는 사람들이 머물며 산복도로를 체험할수있는 산복도로 체험센터 '까꼬막'.

현재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기존의 마을을 깨끗하게 보존하면서도 마을 곳곳에 공공미술 작품을 조화롭게 설치해 문화예술마을로 탈바꿈했다. 요즘 국내외로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프랑스 '르몽드', 미국 'CNN' 등 세계 유수의 언론이 극찬하며 소개하기도 한 장소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표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우뚝 선 것이다.

때문에 국내외의 도시재생사업 관련 다양한 상도 많이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메트로폴리스'가 주최한 '2014 메트로폴리스 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특히 감천문화마을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주민협의체가 마을의 운영을 도맡아 하기에, 주민 복지 우선의 도시재생사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마을의 모범 사례로도 이름 높다. 마을지도를 판 수익금으로 명절에 기름세트를 돌린다든지, 마을에서 공동으로 김장을 해 서로 나누어 먹는 등 마을 자치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도시재생 모델의 좋은 선례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부산 겨울밤 밝히는 광복로 트리축제

휴일을 맞은 광복로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반가운 얼굴이 만나고 따뜻한 손길이 스친다. 환한 웃음과 부드러운 미소가 마주친다. 거리마다 남녀와 노소가 서로 어울려 팔짱을 끼고 어깨를 겯고 활보한다.

광복로는  '크리스마스 트리문화축제'가 열리면서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공연이 한창 펼쳐지고 있다. 광복로 전체가 '사람과 빛과 문화'로 강물처럼 흘러넘치고 있는 것이다.

저녁이 되자 광복로는 색색의 알록달록한 불빛 트리 장식이 하나 둘 불을 밝힌다. 올해 여섯 해를 맞은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의 불빛이 광복로 일대의 밤을 찬란하게 밝히고 있다.

이번 축제는 '위 메이크 크리스마스 스토리(사랑과 나눔의 성탄)'를 주제로, 남녀노소의 시민 모두가 아름다운 불빛축제를 누릴 수 있도록 기획됐다. 축제장은 광복로 입구~시티스폿~시티스폿~부산근대역사관, 국제시장 사거리까지 모두 1.2㎞ 구간이다.

광복로는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 불빛으로 찬란하다. 휴일이면 트리축제를 보기 위해 광복로를 찾는 사람들로 넘쳐난다(사진은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를 즐기며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시민 모습).

세계 최고 명품 축제로 선정

옛 미화당 백화점 앞, 광복로 삼거리 시티스폿에는 20m 높이의 초대형 트리장식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섰다. '사랑의 샘'이라 이름 붙여진 '빛의 분수'는 땅위의 '사랑과 축복', '희망과 행복'을 온 누리에 나눠주고 있다. 광복로 건물 사이 공중에는 성벽, 물고기, 별 모양의 화려한 불빛 장식이 주렁주렁 매달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는 세계축제협회(IFEA)가 각 국가의 축제 발전을 위해 도입한 '피너클 어워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 30개국 1천500여개 축제의 경쟁을 뚫고 금상의 영예를 안은 것.

다양한 문화공연도 매일 열려 축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매일 저녁 7, 8시에 10분 동안 인공 눈을 뿌려 겨울분위기를 연출하고, 메인 행사장인 중앙 시티스폿에서 매일 저녁 7~8시 음악, 춤, 무용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광복로 삼거리 시티스폿에는 20m 높이의 초대형 트리장식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섰다. 메인 행사장인 중앙 시티스폿에서 매일 저녁 7~8시 음악, 춤, 무용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풍성한 화음으로 캐롤송을 연주하는 하모니카 연주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인형극과 마술쇼, 예쁜 연인들의 얼굴을 캐리커처와 초상화로 그려주는 거리의 화가들… 이 축제 속에서 시민들은 메모지에 소원을 적어 '소망트리'에 걸고, 연인들끼리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모두가 연말연시의 기쁨과 들뜸에 얼굴들이 밝다. 용두산공원 에스컬레이터 입구에는 음악공연이 한창이다. 70세 전후의 백발의 실버뮤지션들이, 그들의 관록 있는 연주를 능숙하게 펼치고 있다. 감미로운 멜로디와 중저음의 노래가 광복로 트리 불빛과 어우러지며 동화 속 환상의 '겨울왕국'을 보는 것 같다. 바야흐로 광복로는 빛과 음악,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 찬 '축제의 장'인 것이다.

작성자
최원준 시인
작성일자
2015-02-0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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