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1637호 기획연재

부산 바다·산이 품은 詩, 달맞이언덕 달빛을 걷다

여름 부산, 밤이 제 맛 ① 달맞이언덕 달빛 산책

내용

본격적인 장마다. 해가 났다, 비가 쏟아지다 변화무쌍한 날씨. 대기가 불안정한 만큼이나 불쾌지수도 높다.

'다이내믹 부산'은 끈적끈적한 더위를 날려줄 여름특집 '여름 부산, 밤이 제 맛'을 준비했다. 가족, 연인과 함께 부산의 야경을 감상하며 더위를 잊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달맞이 언덕, 광안리 해변거리공연, 광안리·수영강·온천천 야간산책, 노천카페, 산복도로·영도대교 야경투어, 부산야시장·자갈치시장 투어 등이 그것이다. <편집자 주>

해운대 달맞이언덕은 부산 바다, 산, 사람이 함께 만든 한 편의 시와 같은 곳이다. 밤의 언덕을 올라보라. 오래된 언덕을 천천히 오르는 길은 달빛이 밝혀준다(사진은 비가 그친 달맞이언덕을 오르고 있는 시민 모습).

해운대 달맞이언덕은 대한팔경의 하나로 예로부터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부산의 명소다. 고운 최치운이 이곳의 풍광에 반해 한동안 머물렀다는 얘기가 전해올 정도로 예부터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우리나라 최고의 경승지 중 한 곳이다.

바다를 끼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언덕길의 풍광은 경탄을 자아낸다. 그래서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도 주어졌다. 은빛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해운대 바다와 오래된 벚나무가 도열해있는 달맞이언덕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한철 빠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이곳의 주인이 또 하나 더 있다. 바로 달빛이다.

달맞이언덕 입구 포토존에서 기념촬영하는 산책객.

달맞이언덕에 떠있는 달은 단언컨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이다. 휘영청 달빛이 교교히 바다를 비출 때 이곳 언덕을 올라보라. 달의 정령이 있어 해운대바다에 금빛 가루를 뿌리는 것 같다. 언덕을 걷다보면 시인묵객이 이곳의 달빛에 취해 떠나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낮의 달맞이언덕이 주는 매력이 화려한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 같다면, 밤의 달맞이언덕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애달픈 연애처럼 은근하다. 달맞이언덕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달빛이 비추어주는 대로 언덕을 거니는 달빛산책이다.

미포에서 시작해 아름드리 벚나무가 도열해있는 언덕을 오른다. 언덕 입구부터 멋진 풍광이 발길을 잡는다. 원형 전망대다. 멀리 광안대교부터 해운대해수욕장의 황홀한 야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여름 숲이 뿜어내는 녹음은 짙고, 향기는 알싸하다. 언덕길의 왼편에는 아름다운 갤러리와 카페가 정갈하게 들어서 있다. 유럽의 중세 도시에 들어선 듯 돌과 나무로 마감을 하고, 오르막 지형을 이용해 만들어놓은 나무 계단, 꽃과 나무로 요란하지 않게 가꾼 정원들은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다. 걷다가 치친 다리를 쉬고 싶으면 불을 밝히고 있는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코를 자극하는 은은한 커피 한 잔 마시며 밤바다에 떨어지는 달의 낙하를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다시 길을 나선다. 여름의 숲은 짙어 붉은 흙내음이 코를 자극한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몸과 마음에서 묵은 때들이 밤바람에 씻겨 간다. 해월정까지 언덕을 오른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머문 것을 기념해 세운 정자는 해운대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밤바다로 부서지는 달빛이 아찔하다.

미포에서 달맞이언덕의 중간쯤에 있는 해월정을 오르는 길은 산책하기에 딱 좋은 거리다. 여름 한낮의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다.

해운대 달맞이언덕은 부산의 바다와 부산의 산과 부산의 사람이 마음을 모아 빚어낸, 부산의 서정을 오롯하게 담아낸 한 편의 시와 같은 곳이다. 번잡함을 피해 밤의 언덕을 올라보라. 오래된 언덕을 천천히 오르는 길은 달빛이 밝혀준다.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의 수줍은 속삼임, 짙은 초록이 뿜어내는 알싸한 내음까지 여름밤이 품고 있는 신비한 소리와 냄새에 아릿하게 취할 수 있다. 부산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온 몸에 화인처럼 새길 수 있다. 밤에 달맞이언덕을 산책해야 하는 이유다.

작성자
글·김영주/사진·문진우
작성일자
2014-07-1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637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