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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강과 바다가 그리는 눈부신 풍광

갈맷길 700리 ⑤ 낙동강하굿둑~천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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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내용

갈맷길 5코스는 강을 바라보며 걷는 길. 강을 바라보며 걷다가 자기도 모르게 바다로 빠져드는 길. 바라본다는 건 마음이 가닿았다는 것. 빠져든다는 건 마음이 가닿았다는 것. 길을 걷는 사람 마음이 강에 가닿고 바다에 가닿아 강과 사람이 하나 되고 바다와 사람이 하나 되는 길, 그 길이 갈맷길 5코스입니다.

갈맷길 5코스는 낙동강하구둑에서 시작해 가덕도 일주로 이어지는 코스. 42.1km. 마라톤 풀코스 거리입니다. 오르막 내리막, 등산 코스까지 있어 더 길죠. 13시간거리.

일상의 속도 버리고 느리게 걷는 갈맷길

5코스는 낙동강하굿둑에서 시작해 가덕도 일주로 끝납니다. 42.1㎞, 13시간 거리. 하루 만에 다 걷기는 무리입니다. 구간이 둘로 나뉘어져 있어 하루는 1구간 걷고 하루는 2구간 걸으면 무난합니다. 갈맷길 걷기에서 욕심은 절대 금물. 앞서 몇 번이고 언급했듯 오늘 다 못 걸으면 다른 날 걷는다는 마음가짐으로 걸어야 하는 게 갈맷길입니다. 일상의 속도를 버리고 마음의 속도를 버리면서 걷는 길이 갈맷길입니다.

5코스 1구간은 하굿둑에서 가덕도 입구 천가교까지 22㎞, 6시간 거리입니다. 출발지도 좋고 경유지도 좋은데 부산신항만 일대를 지나는 마지막 구간이 고역입니다. 컨테이너 같은 대형차가 내뿜는 매연과 소음이, 곳곳이 공사 중이라 중장비가 일으키는 먼지가 고역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바꾸면 고역도 갈맷길의 한 부분. 어느 인생인들 고역의 구간이 없을 까요. 뿌리칠 재간이 없을 바엔 차라리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도 재간이라면 재간입니다.

출발지 하굿둑은 찾아가는 교통편이 애매합니다. 시내버스가 지나다니고 마을버스가 지나다니지만 번호가 애매하고 집결지인 하굿둑 초입엔 아예 서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집결지는 따로 잡는 게 좋습니다.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1번 출구에서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집결지에서 하굿둑으로 가는 길 오른편으로 아파트 단지가 나타나면 가게 간판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학사주점 ‘나그네’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곳은 하굿둑이 생기기 전 1970~80년대 추억의 주점. 그 많던 학사주점 다 사라지고 ‘나그네’만 남아 나그네를 맞고 있습니다.

5코스 시작점인 낙동강 하굿둑.

갈맷길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강과 호흡하며 바다 따라 걷는 길

낙동강하굿둑은 하구에 인위적으로 쌓은 둑. 둑 이쪽은 강이고 저쪽은 바다입니다. 강을 보며 걸으면 부산의 강이 얼마나 너른지 알게 됩니다. 부산의 강에 기대 사는 부산 사람이 어째서 너른지 알게 됩니다. 둑을 걸으면서 강 쪽을 굽어보면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주연은 물새. 조연은 물고기. 부리도 부리부리하고 눈매도 부리부리한 물새들이 목 좋은 곳에 포진해서는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물고기를 잽싸게 낚아챕니다.

둑을 다 건너면 육교가 보입니다. 육교를 건너면 ‘을숙도 철새도래지’ 입석과 ‘낙동강 습지보호구역’ 안내판이 나옵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 ‘을숙도는 무슨 뜻일까?’ 육교를 건너 10분 거리의 명지포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명지포구에 을숙도가 무슨 뜻인지 알려주는 입간판이 있기 때문이죠. ‘일본식 한자 표현으로 ‘멋있다’라는 뜻인 ‘을숙’이라는 데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한자로는 새 ‘을(乙)’ 맑을 ‘숙(淑)’을 쓰죠.

“원래대로 돌려놓는 중입니다.” 명지포구는 대형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분주합니다. 포클레인은 바다의 흙을 퍼서 트럭에 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작업복 차림 장정 둘에게 무슨 공사를 하느냐고 묻자 금방 대답이 돌아옵니다. 배수문 공사하느라 흙으로 쌓아놓은 방조제를 허무는 중이랍니다. 배수문 공사가 다 끝났다는 이야기. 이전의 살가운 포구 풍경을 곧 되찾지 싶습니다.

하굿둑에서 천가교까지 … 자연이 그린 풍광 일품

명지에선 바다를 보며 걷는 갈맷길이 일품입니다. 을숙도대교와 수평선이 손바닥 안에 들어옵니다. 사람이 만든 대교는 다가가면 다가간 만큼 가까워지는데 자연이 만든 수평선은 다가가면 다가간 만큼 멀어집니다. 이런 대자연에 견주면 사람은 하찮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 앞에 사람이 겸허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하루 만에 갈맷길을 다 걷겠노라,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명지에서 1구간 막바지까지는 비단길입니다. 주단을 깐 듯 보드랍고 매끄럽습니다. 세상에 이런 길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마음에 각인되는 길, 5코스 1구간. 강과 바다가 하나 되고 강물과 바닷물이 하나 되는 저 풍광을 사람이 만든 어느 붓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요. 사람이 만든 어느 언어로 담아낼 수 있을까요. 지금 걷는 이곳을 마음에 담아두고자 걸음을 멈추려고 하면 저기 보이는 저곳이 걸음을 부추겨 사람을 못 쉬게 하고 못 살게 하는 길이 갈맷길 5코스 1구간입니다.

2구간은 가덕도 입구 천가교에서 시작합니다. 하단에서 가덕 선창을 오가는 58번 시내버스나 금곡에서 선창을 오가는 1009번 급행버스, 진해 용원을 오가는 강서구 1번 마을버스가 대중 교통편. (노선은 인터넷을 참조하세요^^.) 종점인 ‘선창’에서 내리면 됩니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520번 시내버스를 타고 가덕슈퍼에서 내려도 되지만 배차간격이 1시간이나 되므로 비추.
 

2구간은 20.1㎞, 7시간 거리입니다.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거리가 아니죠. 등산 구간도 있어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풍광이 빼어나고 청정해서 감당하지 못할 거리는 분명 아닙니다. ‘선창마을’ 입석 모퉁이를 돌면 농협하나로마트 천가지점. 조금 더 가면 ‘가덕막걸리’ 분홍 간판이 입맛을 다시게 하는 분식집. 음료수는 농협마트에서 챙기고 막걸리는 분식집에서 구입을! 바닷가 우체국이 문을 연 날은 엽서라도 부쳐 보는 건 어떨까요. 아는 주소가 없으면 이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람, 바로 나에게!

갈맷길 5코스는 강을 바라보며 걷다가 바다로 빠져드는 길입니다(가덕도를 걷는 시민들 모습).

가덕도 한 바퀴 도는 2구간 … 정겨움 가득

가덕도 초입은 정겹습니다. 길 이름은 천가길. 천가길 53, 천가길 55 하는 새주소 명판을 내건 집들이 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집 역시 일이층 고만고만해 정겹습니다. 길을 따라 집이 이어지고 길을 따라 바다가 이어집니다. 바다는 온통 굴 양식장. 참나무인지 시커먼 나무작대기를 촘촘하게 꽂고 작대기는 다시 밧줄로 이어 바다는 커다란 바둑판같습니다. 흰 돌, 검은 돌 바둑돌 놓으며 갈맷길을 걸으면 7시간 거리 2구간은 눈 깜짝할 사이일겁니다.

“천성면과 가덕면이 합쳐서 천가동이 됐지요.” 2구간 길목 천가초등학교엔 명물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아는 사람이 많은 편이고 하나는 적은 편이죠. 아는 사람이 많은 명물은 대원군 척화비. 갈맷길이나 가덕도 관광안내책자마다 나와 있는 명물입니다. 아는 사람이 적은 명물은 학교 관리인 말로 500년이 넘었다는 암수 은행나무 두 그루. 교정 입구에 있어 찾기 쉽습니다. 나무 표정이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인자합니다.

가덕도를 한 바퀴 도는 2구간 코스는 이렇습니다. 천가교(선창)-천가초등-소양보육원-연대봉-대항선착장-대항새바지-어음포-동선방조제-정거생태마을-천가교. 해발 459m 연대봉엔 봉수대가 있고 새바지는 새바람을 맞는다고 해서 새바지, 어음포는 물고기 소리가 크게 들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지금은 포구가 아닙니다. 한 바퀴를 다 돌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일 터. 버스 기다리는 동안에 선창 비닐주막에서 몸을 가볍게 해 보세요. 안주는 가덕에서 나고 자란 가덕 굴! 굴 향기가 사람을 향긋하게 합니다.


<갈맷길 5코스 축제>
4월   가덕숭어들이축제(가덕도 대항항 방파제 일원)
10월  부산갈맷길축제(갈맷길 전역)

 

<가볼만한곳>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모습.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낙동강 하구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철새 모형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자연에 대한 소중함과 신비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

낙동강 철새 도래지 낙동강 하구는 철새들에게 먹이와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천혜의 공간입니다. 삼각주 곳곳의 갈대숲은 철새의 낙원이죠.

부산신항 동북아 물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허브항. 부산항 홍보관을 찾으면 부산신항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동백 군락지 가덕도 동쪽 해안 절벽에는 수만 그루 동백이 자생합니다. 수령 15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동백이 수두룩. 야생 동백 자생지로는 전국에서 규모가 제일 크고 유명합니다.

가덕도 척화비 건축공사를 하다 출토돼 1995년 천가초등학교 교정으로 옮겼습니다. 화강암에 새긴 글자가 얼마나 선명한지 마치 꿈틀거리는 듯.

가덕도 봉수대 가덕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 459m 연대봉 정상에 있습니다. 고려 의종 전후에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

대항어촌체험마을 가덕도 최남단 대항은 가덕도에서 가장 큰 항입니다. 가덕도만의 전통을 살린 숭어잡이 ‘육수잠망 숭어들이’가 행해지는 곳입니다.

가덕도 대항 인공동굴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군사 목적으로 판 동굴. 연합군 공습에 대비하고 연합군 상륙 저지를 위한 사격기지였습니다. 동굴 파기에 강제 동원됐을 가덕도 섬사람 가쁜 숨결이 동굴 벽면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가덕도 등대 모습.

가덕도 등대 1909년 첫 불을 밝힌 유서 깊은 유인등대. 원형을 간직하고 있어 건축문화재적 가치가 돋보입니다. 1박2일 등대체험이 무료라서 신청자가 넘칩니다. 신청은 부산해양항만청 홈페이지.

가덕도 지석묘 부산 유일의 해안 지석묘. 남방식이며 청동기시대 중후반 지석묘입니다. 주인공은 거제도를 다스리던 인물로 추정. 천성동 두문마을 해안에 있습니다.

외양포 일본군 포대진지 모습.

외양포 일본군 포대진지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일제가 구축한 포대진지와 막사 유적. 일제 패망 직전까지 유지됐으며 현재 막사 창고 포대진지 우물 등 일제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 그 외 가덕도 명물은 성북고분, 신석기유적, 천성진성, 가덕진성, 대항패총, 외양포패총, 눌차왜성, 성북왜성 등이 있습니다. 특산물로 가덕굴, 낙동김, 가덕숭어, 가덕대구, 황토유자 등이 유명합니다.

작성자
부산이야기 2013년 6월호
작성일자
2013-07-1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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