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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바다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따라 걷는 길 ‘황홀’

부산 갈맷길700리②문탠로드∼오륙도 유람선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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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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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몇 가지 글쓰기 원칙이 있습니다. 꼭 지키는 건 아니지만 가능하면 지키려고 하는 것이죠. 원칙 가운데 하나가 남보다 먼저 안 웃깁니다. 웃기는 얘기 해 준다며 조무래기 모아놓고선 듣는 애들은 가만있는데 혼자서 깔깔대던 동네 형처럼 말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여기 아름다운 꽃이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아름다운 꽃이라고 직설적으로 쓰지 말고 글 읽는 사람 스스로 아름답게 느끼게 하자! 뭐, 그런 말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깜빡 까먹고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뻔히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뻔히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건 그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걷는 길이 그렇습니다. ‘아름답다’ 이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네요. 아름답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이 한 마디를 백 번을 되뇌며 천 번을 되뇌며 걷는 길이 지금 내가 걷는 길입니다.

갈맷길 2코스는 문탠로드에서 오륙도 선착장까지 18.3㎞, 6시간 거리다(사진은 오륙도).

봄바람 갯바람 맞으며 바닷길 따라 걷는 2코스

지금 걷는 길은 갈맷길 2코스입니다. 기장 임랑해수욕장에서 해운대 문탠로드까지 1코스 갈맷길에 이어지는 길이지요. 2코스는 문탠로드에서 오륙도 선착장까지 18.3㎞, 6시간 거리입니다. 두 구간으로 나뉘는데, 1구간은 문탠로드에서 수영강 민락교까지, 2구간은 민락교에서 오륙도유람선 선착장까지입니다.

해운대 문탠로드를 걸어봤다면 미포 유람선선착장에서 출발하는 게 좋습니다. 미포 입구 ‘尾浦(미포)’ 표지석을 집결지로 삼는 것도 무난합니다. 미포는 소꼬리 포구란 뜻입니다. 문탠로드를 품은 산 이름이 소가 누운 형상이라 해서 ‘와우산’이고, 소꼬리 부분에 있다고 해서 미포지요. 선착장 이쪽이 미포고 저쪽이 해수욕장입니다.

봄바람 갯바람이 불어옵니다. 저 멀리 동백섬을 바라보며 해운대해수욕장 인도를 걷습니다. 해수욕장을 툭툭 건드리는 바람이 선선합니다. 만져보면 미끈거리고 혀를 대보면 짭짤합니다. 여기 해수욕장은 사철이 다 통통합니다. 사철이 다 통통해 사철 내내 사람이 붐빕니다. 길 걷기는 길 주변 풍광을 보며 걷는 즐거움도 크지만 사람을 보며 걷는 즐거움도 큽니다.

갈맷길 2코스는 ‘아름답다’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다(사진은 문탠로드).

누리마루APEC하우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볼거리 다양

동백섬은 조용필의 노래 ‘꽃 피는 부산항에’에 등장하는 바로 그 섬입니다. 인어상이 있고 최치원 동상이 있고 2005년 APEC정상회담이 열린 누리마루APEC하우스가 있습니다. 누리마루APEC하우스는 월요일 빼고 늘 문을 엽니다.

세계의 정상들이 앉았던 좌석을 눈으로 어루만지며 지나가 봅시다. 정상들이 내뿜는 기운을 흠뻑 들이키며 지나가 봅니다. 동백섬은 순환도로가 일품입니다. 조선비치호텔 해안 나무데크 산책로를 따라 섬에 들어가선 구름다리를 지나 누리마루를 거쳐서 돌아 나오면 됩니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이 한 마디를 백 번을 되뇌며 천 번을 되뇌며 걷는 길이 바로 갈맷길 제2코스다(사진은 동백섬).

동백섬을 빠져나오면 티파니21 선착장이 보입니다. 티파니21은 해운대와 광안리 일대를 둘러보는 유람선. 미포유람선과 다른 점은 배에서 식사도 하고 여흥도 즐긴다는 것이죠. 돈은 좀 들어도 붉은 볼펜으로 표시해둘 만큼 좋은 날엔 강추! 선착장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국제요트경기장이 나옵니다. 요트는 타는 것도 즐겁겠지만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사실은 타는 것보다 보는 게 더 즐겁습니다. 호기심에 요트 탔다가 뱃멀미 심하게 한 저같은 분이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겁니다. ^^

요트경기장 다음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입니다. 특수촬영시설, 분장실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국내 최대규모의 단일 영화촬영스튜디오지요. 영화 후반부 작업도 여기서 합니다. 사전에 예약해야 하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입니다. 부산이 영화의 도시인만큼 인근 영화의 전당과 함께 꼭 둘러볼 만합니다. 영화촬영소에서 나오면 수영강이 나옵니다. 강변을 따라 온천천으로 가거나 오륜대로 가는 갈맷길도 잘 돼 있지만 오늘 걷는 2코스와는 별개의 길입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수영강 민락교를 건넙니다.

갈맷길 스탬프 찍고 기념품 받고

민락교를 건너 육교로 내려오면 나무데크 길과 만납니다. 입구에 갈맷길 도보인증 스탬프 찍는 곳이 있으니 찍고 갈까요? 스탬프 찍는 곳은 갈맷길 아홉 코스 구간마다 있습니다. 전 구간을 다 찍으면 기념품을 준다고 합니다. 관련사항은 부산시 자치행정과(888-2291∼6)나 사단법인 걷고싶은부산(505-2224)에 문의하세요.

나무데크 길은 민락동 수변공원과 만납니다. 길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아득한데요. 길이 가진 아름다움에 그냥 빠져듭시다.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저절로 백 번은 나옵니다.

민락동 수변공원은 한국 최초의 수변공원입니다. 자갈치시장을 연상시키는 활어판매장에서 사 온 횟감과 활어판매장 입구 좌판에서 사 온 초장 야채로 전을 벌인 상춘객이 남 같지 않습니다. 공원을 지나면 포구가 보이고 방파제가 보이고 등대가 보입니다. 왼쪽 방파제 끝으로 빨간 등대가, 오른쪽 방파제 끝에 흰 등대가 보입니다. 청사포도 왼쪽 등대는 붉고 오른쪽 등대는 흽니다. 송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럴까요. 배도 차처럼 우측통행을 합니다. 육지에서 나가는 배는 오른쪽 흰 등대를 보며 나가고 육지로 들어오는 배는 배의 오른쪽인 붉은 등대를 보고 들어옵니다. 그래야 충돌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갈맷길 2코스는 광안대교와 광안리를 품고 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 바닷바람 맞으며 길을 걷다보면 이기대를 지나 어느새 오륙도 선착장까지 한달음에 닿는다(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

다음 코스는 광안리해수욕장입니다. 여기 또한 다른 설명이 불필요합니다. 이 길에 그냥 푹 빠져봅시다. 광안리의 랜드마크는 역시 광안대교입니다. 광안대교가 생기면서 부산의 도로가 훤해지고, 부산이 훤해졌습니다. 광안리 콩나물국밥도 이름값을 합니다. 점심을 사서 먹을 요량이면 여기서 먹기를 권합니다. 국밥을 시키면 따라 나오는 손두부 안주 삼아 모주 한잔 쭉 들이켜 봅니다.

해수욕장 끝 남천동에 이르러 길이 갈라집니다. 왼쪽은 해안길, 직진하면 벚꽃길입니다. 이 벚꽃길은 요즘처럼 벚꽃이 한창 만개할 땐 정신을 잃기 십상입니다. 저는 예전에 바람에 나리는 벚꽃에 머리를 맞아 까무룩 정신머리를 놓친 적이 있습니다.

이기대, 오륙도… ‘아름답다’ 탄성 절로

드디어 2코스 마지막 구간 이기대와 오륙도입니다. 이기대는 임진왜란 당시 두 기생의 전설이 서린 곳이지요. 길의 끝은 오륙도 유람선선착장. 선착장 닿기 직전 땅바닥에 표지판이 보입니다. 오륙도 바다가 동해와 남해 경계라는 표지판입니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걷는 시민들.

오륙도 섬에 가려면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합니다. 어른 1만원, 아이 5천원이 왕복요금입니다. 선착장엔 해녀들 어물전이 즐비합니다. 해삼 돌멍게 소라 전복 생미역 등등. 오륙도 다섯 섬 여섯 섬을 바라보노라면 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딱 한 마디. 이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부산이야기 2013년 3월호 기사 입력 2013-07-12 다이내믹부산 제호
자료출처 : 다이내믹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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