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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570호 기획연재

셔터소리가, 나를 거리로 내 몬다 나는 사진이다

부산의 ‘사진 꾼’ 김홍희

내용

'나는 히피처럼 지구촌을 떠돌았다. 잘 때도 눈을 뜬 채로 자는 물고기의 눈으로 세상의 구석구석을 방랑했다. 나에게 사진이란, 내가 떠돌아다니며 뜨겁게 사랑한 열병의 흔적 같은 것이다.' 사진작가 김홍희(55). 그는 자신의 책 '나는 사진이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를 쇠뭉치를 깎아 만든 한 대의 카메라와 다를 바 없는 존재라고 못 박는다. 그래서 '나는 사진작가다'가 아니라 '나는 사진이다'로 단호하게 귀결한다.

사진작가 김홍희는 길 위를 떠돌며 대상과 일체가 됐다 싶은 순간 셔터를 '끊어'낸다. 작업실에서 만난 김홍희 작가.

세계의 길 위에 서 있는 '사진 꾼'

그는 늘 떠돈다. 하루종일 작업실에 앉아 사진작업을 하다가도 벼락같이 문을 잠그고 거리로 나선다. 카메라 하나 달랑 멘 채 훌쩍 해외로 날기도 일쑤다. 지금까지 족히 70∼80개 나라를 훑었다. 길 위를 떠돌아야만 비로소 삶을 확신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대상과 일체가 됐다 싶은 순간 여지없이 셔터를 '끊어' 낸다. '찰나를 영원'으로 형상화하는 순간포착이다. 사진은 하나같이 삶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온 몸으로 찍어낸 속 깊은 사진들이다. 평론가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서면 사진 찍고, 앉으면 글 쓰는 사람

그의 행보는 빠르다. 2000년, 문예진흥원이 뽑은 한국의 예술선 28인에, 한국의 이미지 메이커 500인에 뽑혔다. 2008년엔 니콘이 선정한 세계의 사진가 20인에 들었다. 부산대표, 대한민국의 자랑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사진작가 반열에 든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19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나는 사진이다', '방랑',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등 혼자 쓴 책이 10여권, 공저가 40여권에 달한다. 그래서 그는 서면 사진 찍고, 앉으면 글 쓰는 사람으로 통한다. 사진 찍고, 글 쓰는 것만이 아니다. EBS의 '세계테마기행-사진작가 김홍희의 볼리비아 방랑'과 '짐바브웨 방랑'에 출연했다. 부산MBC의 '포토에세이 골목' '걷고 싶은 길'에 출연했고, 가수 조영남 씨와 함께 KBS1 TV의 '명작 스캔들' MC로 활동했다.

김홍희 작가의 '몽골 고비사막-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김홍희 작가의 '안창마을'(왼쪽), '매축지'.

한쪽 눈 시력제로 … 한 눈으로 세상 본다

김홍희는 세상을 한 눈으로 본다. 한 눈으로 보는 세상이 더 넓다. 사진을 찍느라 한 눈을 감아서가 아니다. 한쪽 눈은 시력제로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 눈으로, 몽골 여행기록을 찍은 '나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나 '나는 사진이다'를 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는 만 한살이 되던 해 홍역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한 눈에는 사람이 보이고, 한 눈에는 사람의 영혼이 보입니다." 그는 고백하듯 이야기하며 찡긋 눈웃음을 보인다, 듣는 사람 가슴 쓰리게.

'신문 쪼가리'가 바꾼 인생행로

그는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조경회사에 3년을 다니다 1985년 일본으로 도시계획학을 공부하러 도쿄로 날았다. 도시계획학 공부 중 '신문 쪼가리' 하나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비주얼아트에서 '일일체험 사진강좌'를 한다는 내용을 보고 마법에 끌리듯 신청을 했다. 달랑 30만원이 전 재산.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했다. 고깃집 석쇠 닦기에서 요리배달까지 호된 일이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도쿄비주얼아트'에 진학했다. 사진으로 해가 지고 사진으로 날이 밝았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셔터를 만지작거렸다. 손가락 끝으로 생각하는 '찰나의 직관'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그러기를 1년여. 신주쿠 니콘살롱에서 개인전을, 이듬해에는 도쿄 올림푸스홀에서 개인전을 열어주었다. 사진학교 재학 중인 학생에게 개인전을 열어주는 것은 일본 전역에서 전례가 없는 기록이었다.

전시회를 계기로 일본 최고 잡지사에서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월간 '문예춘추', 주간 '문춘(文春)'을 비롯해 여성잡지의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을 하며 특급작가 대접을 받았다.

1991년 부산으로 돌아와 친구인 부산매일신문 출신 사진작가 문진우 씨와 '포토갤러리 051'을 열었다. 작가로서, 전시기획자로서, 프리랜서로 국내외를 넘나들었다. 그리고 이젠 열렬한 팬을 가진 인기작가 명성을 얻었다.

그에게 꿈이 뭔지 물었더니 씩 웃는다. 뭐가 어떻게 되겠다는 원대한 꿈이 없단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즐겁고, 과정이 좋으면 결과가 좋다는 것이다. 야생마처럼 석양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길 위에 서 있기 위해 카메라를 메고 거리로 나선다. 그에게 사진기는 잃어버린 나머지 한쪽 눈이다.

※이 글의 전문은 부산 대표 잡지 '부산이야기(iyagi. busan.go.kr)' 4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작성자
글·박재관/사진·문진우
작성일자
2013-03-27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7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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