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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밀려온 ‘첨단물결’에 호국충절 빛바래

이야기한마당 - 수영 25의용단 이야기

내용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이곳 부산의 여러 성은 왜군의 침공으로 무너지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주민은 왜적과 싸우다가 죽음을 입었다. 수영성과 수영주민도 그 피해를 입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 수영의 스물다섯 사람은 내고장 지키기를 맹세하고 왜적과 싸웠다. 그 싸움은 주둔하고 있는 왜적을 일시에 습격한다든가 때와 장소를 이용하여 산발적으로 공격한다든가 하는 유격전이었다.

그 유격전은 임진왜란 7년 동안을 계속 되었고 그 동안 스물다섯 의용(義勇)은 모두가 순사(殉死)하였다.

수영 25의용단.

25의용의 충절을 기리는 ‘25의용단’은 수영공원 서쪽 망미동 362번지에 세워지고 해마다 수영기영회에서 3월과 9월에 제사를 올리고 있고 부산광역시는 그 25의용단을 기념물 제12호로 지정하였다.

그런데 25의용이 죽음으로써 내 고장 지키기를 맹세하고 적지(敵地)가 되어 버린 수영에서 왜적과 싸울 작전계획을 세운 곳은 어디였을까? 그에 대한 활자화된 기록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전해내리는 말에는 그 사실을 짐작케 하는 곳이 수영동 507번지에 있는 최영(崔塋) 장군을 모신 사당인 무민사(武愍祠)의 뒤쪽 벽이 되어 있는 바위를 선서(宣誓)바위라 하고 그 바위에 기대 현재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느티나무를 주민들이 가림나무라 하는 일이다(南區鄕土誌: 남구지발간추진위원회 1985년 刊, P308 참조).

무민사에 모셔진 최영(1316∼1388)은 고려 때 바다에서 쳐들어 오는 왜구를 퇴치한 명장으로 바닷가 지역은 최영 장군의 은덕을 기리며 그 넋이라도 이 고장을 지켜달라는 바람을 가지고 세워진 사당이 많다.

최영 장군을 모신 사당 무민사.

느티나무는 원줄기를 보이지 않은 채 윗부분만 연약한 몸으로 목숨을 지탱하고 있다. 아래 원줄기 부분은 오랜 세월 (약 500년 : 임진왜란은 408년 전이 됨.) 동안의 노후로 말라들고 곁뿌리와 밑둥치에서 곁가지가 솟은 이 느티나무를 주민들은 가림나무라 하고 있다.

이 가림나무는 주위로 주택이 들어서기 전에는 여러 그루가 우거져 있었는데 가림나무라 한 것은 수영 25의용이 맹세를 하고 왜적과 싸울 작전계획을 세우는 모임자리를 가려주어서 가림나무라 했다는 것이다.

일제시대가 되는 지난날에는 외롭게 목숨을 이어오고 있는 한그루 가림나무의 벗이 되게 주민들이 육송나무를 몇차례 심어 보았으나 번번이 말라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림나무만이 주위로 밀집해 오는 건물과 도로에 구애없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기적이라 할 정도란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가 25의용이 맹세한 곳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무민사의 뒷벽이 되고 가림나무가 의지하고 있는 바위를 선서바위라 하는 사실이다. 25의용이 이 바위 앞에서 죽음을 선서(宣誓)로 맹세한 바위이기 때문이라 한다.

왜구를 무찌른 최영 장군의 사당 무민사 바위를 향해 죽음을 맹세한 25의용의 선서, 그곳에서 자라 25의용을 가려준 가림나무, 그 의용의 충절. 이 전설같은 이야기를 그날의 주민들이 어찌 헛되이 생각하였겠는가? 지역에서 전해내리는 말이나 붙여진 이름들은 그 당시의 사실에 입각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날의 그 자취가 오늘날에는 이리도 희미해지면서 돌아볼 이가 없는가? 이는 일제강점기의 영향도 클 것이다. 이합집산의 주민의 이동에서 오는 토착민의 이탈과 오늘에만 매인 생활상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선인들은 목숨받쳐 내 고장을 지켰다. 그날을 헤아리려니 뿌리와 밑둥치만으로 가지를 뻗치며 우리들에게 그날을 알리고 있는 가림나무(느티나무)가 애처롭다. 그늘 속에서 얼굴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는 선서바위의 모습이 처량하고 고층건물에 가려 음지로 변한 무민사가 애잔하다.

작성자
부산이야기 2000년 11·12월호
작성일자
2013-02-1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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