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총각 애절한 사랑 소원 ‘출렁’
이야기 한마당 - 해운대 달맞이고개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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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란 오랜 세월을 두고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고 보면 구전(口傳)되는 가운데 덧붙여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여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
민간 사이에서 형성된 그 전설은 현재에서 생각하면 허무맹랑하게 들릴지 모르나 그 당시는 그러한 일이나 사실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고 또 그 지역의 편린(片鱗)을 더듬을 수 있다.
오늘날의 해운대구의 달맞이고개도 어느 누구가 이름한 것도 아니다. 민간 사이에서 형성되어 오랜 세월을 이어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져 내린 이름이다.
달맞이고개는 소가 누은 꼴이라 하여 누울 와(臥) 소 우(牛)의 와우산이라 하는 산의 등줄기가 바다를 향해 끝다한 언덕에 있다.
달이 바다 멀리 수평선에서 뜨건 산마루 너머에서 오르건 그 경관 바라보기 좋은 곳이야 곳을 가릴 바 없다.
그런데 하필 와우산 언덕 위를 달맞이고개라 하는가? 그에는 바다를 분홍으로 수놓고 이글이글 굴러오르는 보름달에 손 모아 빈 젊은 남녀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그렇다.
어느 때란 시기를 정확하게는 말할 수 없으나 와우산 동쪽 기슭 청사포에 살던 처녀는 화창한 봄날을 타서 와우산으로 나물을 캐러 갔다. 나물캐는 흥취에 내맡겨 와우산 언덕을 넘어 해운대쪽까지 갔다. 콧노래도 웅얼거렸을 것이다. 해가 기우는 것도 모른 채 나물을 캐는데 송아지 한 마리가 처녀 주위를 빙빙 돌았다. 처녀가 나물바구니를 끼고 돌아오려니 그 송아지가 따라오는 것이었다. 처녀는 청사포의 집으로 송아지를 데리고 와서 하룻밤을 재웠다.
처녀는 잃어버린 송아지 주인이 근심스러웠다. 이튿날 그 송아지를 데리고 어제처럼 나물을 캐러갔다. 해운대쪽으로 넘었다.
그런데 해운대쪽에서는 양반집 도련님과 꼴머슴이 어제 송아지를 놓친 그 근방으로 왔다. 양반집 도련님은 어제 공부를 하다가 갑갑함을 이기지 못해 꼴머슴을 따라 산으로 왔다가 꼴머슴과 함께 반·상의 구별없이 장난질로 봄을 즐기는 그새 송아지 간 곳을 몰랐던 것이다. 송아지를 놓친 꼴머슴은 어제 집으로 돌아가서 주인에게서 꾸지람을 크게 들었다. 도련님은 꼴머슴이 꾸지람을 듣는 것은 자기 때문이란 자격지심으로 이튿날 도련님도 꼴머슴을 따라 송아지를 찾으러 나섰던 것이다.
그런데 어제의 그 자리에 오니 놓쳐버렸던 송아지와 함께 달덩이로 고운 처녀가 나물을 캐고 있지 않는가? 도련님은 넋을 잃고 처녀를 황홀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고개를 든 처녀는 불시에 나타난 도련님에 놀라면서 그 준수(俊秀)함에 가슴속 깊이 울려드는 그 무엇을 느꼈다. 송아지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처녀가 수줍음을 안고 비껴날 때 도련님은 명년 정월 보름 달이 뜰 때 저 고개에서 만나자고 했다.
도련님은 그 뒤 일심정성으로 공부하여 그 해 가을에 있었던 과거에 급제하고 정월 보름을 기다렸다가 약속한 와우산 언덕 고개로 올랐다. 때마침 수평선 너머에서 쟁반같은 달이 온 세상을 밝히며 떠오르고 있었다. 도련님은 저도 몰래 달을 향해 그날의 처녀를 만나게 해 주십사는 소원을 빌며 손을 모았다. 그 무렵 처녀도 고개에 이르렀다. 처녀도 온 바다를 분홍으로 물들이며 떠오르는 달을 향해 소망에의 손을 모았다. 떠오르는 달은 두 남녀 위에 한결같은 축복을 내리듯 환한 밝은 빛을 내려주었다.
달맞이고개 '해월정'.그로써 이루어진 두 남녀의 이야기가 주위로 전해지자 그 이후 청사포의 처녀 총각도 해운대의 처녀 총각도 좋은 배필 맞게 해 주십사는 소원을 올리기 위해 정월 보름 달이 뜰 무렵이면 고개로 올랐다. 그리하여 그 고개를 소원에의 달맞이고개라 했다.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는 달맞이고개.
- 작성자
- 부산이야기 2000년 9·10월호
- 작성일자
- 2013-02-1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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