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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543호 기획연재

피란열차·판잣집·밀면… 현대사 시발점 임시수도 1000일 생생한 기록

와이드 앵글로 본 부산 - 임시수도기념관 전시장

내용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거리에서 사람들이 절규하고 있다. 새롭게 문을 연 임시수도기념관 전시장 문을 열면 벽면을 가득 채운 폐허가 된 서울을 볼 수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전시장이 시작된 그 출발점을 보여준다.

1950년 6월 어느 하루,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비참하다. 기둥 하나 남기지 않고 무너진 집더미와 그 옆에서 망연자실 넋을 잃고 서있는 사람들. 전쟁으로 가족과 집을 잃은 피란민들은 곧 보따리를 꾸려 피란길에 올랐을 것이다. 그들이 향한 곳은 바로 부산. 한반도 남단의 항구도시 부산은 전쟁으로 쏟아진 피란민과 정부기관을 3년 동안 품어 안았다. 부산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국난의 위기를 기꺼이 끌어 안았던 것. 임시수도 3년의 시간은 지금 부산을 만든 모태가 됐다.

19일 문을 연 임시수도기념관 전시장은 6·25전쟁 당시 임시수도로 역사의 아픔을 오롯이 품었던 임시수도 부산 1000일의 기록을 담았다.

임시수도 부산 1000일의 생생한 기록을 담은 전시관이 19일 문을 열었다. 이 전시관은 옛 부산 고검장 관사를 리모델링해 임시수도 부산의 역사를 담은 상설 전시장으로 새롭게 문을 연 것. 지하1층, 지상 1층 전체면적 413㎡ 규모다. 전시실과 수장고, 사무실 등을 갖춰 1종 박물관으로서의 등록 요건도 갖췄다.

전시장안에 세워진 밀면집 모형.

이곳에서는 임시수도 부산 시절의 사회, 정치, 경제, 생활상 등을 분야별로 보여준다. 전쟁과 삶 분야는 한국전쟁 때 국군과 북한군·중공군·유엔군이 사용했던 물품을 전시했다. 전쟁터로 아들을 보낸 아버지의 위문편지, 북한군 물통 등을 비롯해 중공군과 유엔군의 참전 기념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부산까지 내려온 피란민의 고달픈 일상을 보여 주기 위해 실물 크기의 판잣집도 복원했다. 이북5도민회 부산지부 이기활 회장이 기증한 어머니의 피란의복, 한국전쟁 때 기장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신경복 선생의 일기장을 통해 당시 생활을 엿볼 수 있다. 피란민들이 고향에서 먹던 냉면을 그리워하며 밀가루로 만든 냉면인 ' 밀면'도 소개돼 있다. 김동리, 임호 등 그 시절 문화예술인들의 아지트였던 '밀다원'도 복원했다.

전시장은 작고 아담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알차다. 흉흉한 소문으로 전해오는 전시 상황을 전해주는 초등학생의 일기에는 불안이 가득하다. 가마니 반 장으로 냉기를 막아낸 피란민 판잣집은 피란살이의 곤궁함을 웅변한다. 짜임새 있게 엮은 전시장은 혹독한 시절을 이겨낸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 세대의 빈곤과 땀냄새가 물씬하다.

알고나면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처럼, 임시수도기념관 전시장은 부산이 어떻게 현대사를 시작했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

임시수도기념관
도시철도 1호선 토성동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전시장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작성자
글·김영주 / 사진·문진우
작성일자
2012-09-1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4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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