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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536호 기획연재

200~300년 안전한 광안대교 위하여

제2화·원시인이 낳은 최첨단 다리, 광안대교 8

내용

잘 먹고 힘을 써야 할 씨름선수에게 밥을 적게 먹이거나 형편없이 먹이면서 식대를 아꼈다고 자랑할 것인가, 식대가 더 들어도 잘 먹게 해서 좋은 성과를 올리는 게 옳은가? 다리나 집을 지으면서 튼튼한 자재와 시공법이 있는데도 재래식 자재를 써서 예산을 아꼈다고 자랑할 것인가, 돈이 조금 더 들어도 안전하게 오래 쓸 수 있는 건축을 할 것인가?

20~30년 전과 비교해 경제사정이 많이 나아진 요즘,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응당,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경제성을 찾아야 한다. 부산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형사업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부산의 상징이요,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광안대교는 다행히 부산시 공무원들이 지혜를 모아 최상의 방법을 찾아 최고로 시공했다. 멋진 현수교 다리가 내뿜는 아름다운 외관이 그렇고, 국내 처음 도입해 적용한 최첨단 시공법이 그러하다. 광안대교 설계 당시인 20여년 전만해도 우리나라는 대부분 내진설계를 하지 않았으나 광안대교는 진도 9를 견디도록 설계·시공했다. 가장 큰 지진을 이야기할 때 9를 기준으로 삼는 점을 감안하면 광안대교의 내진설계는 당시는 물론, 지금으로서도 파격적이다.

부산의 상징이요,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광안대교는 부산시 공무원들이 지혜를 모아 최상의 방법을 찾아 최고로 시공했다. 사진은 광안대교 건설모습.

광안대교는 또 평균풍속 45m, 순간 최대풍속(돌풍) 78m를 견딘다. 1959년 부산과 남해안 일대를 초토화시킨 사라호태풍이 닥친다 해도 끄떡없는 수준이다. 국내 교수들이 풍동(風洞)실험에 대한 이해조차 없던 때 풍동실험을 가장 잘 한다는 캐나다의 서온타리오대학을 찾아 몇차례나 실험을 거쳤다. 광안대교 모형과 사라호태풍을 같은 비율로 축소,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바람을 일으켜 바람과 모형의 연관성을 타진한 데이터를 국내 처음 광안대교에 적용한 것이다. 광안대교에 적용한 순간 최대풍속 78m는 그 이후 거가대교 같은 국내교량의 기준이 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광안대교는 녹에 강한 인공위성용 페인트를 찾아 도장했고, 바닷속 교각은 염분의 부식을 막는 제2종 방식인 에폭시 도장공법을 국내 처음 시공했다. 일반 페인트나 일반시공법에 비해 비용은 전체 공사비의 1% 남짓이 더 들었지만 그만큼 튼튼하고 안전하며, 수명이 길다.

광안대교 설계·시공의 기술파트 현장책임자였던 조창국 당시 부산시 건설안전관리본부장은 영구적 구조물로 설계한 것은 광안대교가 국내 처음이라고 귀띔한다. 우리나라 학계·업계는 해상교량의 수명을 대개 30~50년으로 본다. 수명이 30~50년이면 반영구적 구조물, 수명이 70~100년이면 영구적 구조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광안대교는 설계수명 100년에, 기대수명이 200년이다. 영구적 구조물로 설계한 것이 광안대교가 처음이라는 이야기는 그전까지 영구적 구조물을 짓기 위한 고민이 없었다는 말과 통한다.

7천억원이 넘게 드는 다리를 놓으면서 수명을 50년에 맞춰 공사비 60억~70억원을 아끼는 것은, 이 돈을 더 들여 다리의 수명을 배로 늘리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다. 선진외국은 구조물의 수명 늘리기에서 경제성을 찾는데, 우리는 아직도 당장의 공사비 절감에서 경제성을 찾는 사례가 많다.

광안대교 설계·시공에 참여한 조창국 당시 부산시 건설안전관리본부장이 광안대교의 관리·점검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조 본부장은 “제 아무리 튼튼하게 설계·시공한 광안대교라 하더라도 수명을 앞으로 200년, 300년 안전하게 이어가려면, 끊임없는 관심과 유지 관리가 필수”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위해 광안대교 점검로나 ‘안전점검대차’ 확보 필요성을 제안한다. 강교 구간 바깥쪽으로 기술자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점검로나, 박스형 작업통에 2~3명의 기술자를 태우고 왔다갔다하는 안전점검대차가 필요하다는 것. 2~3명의 유지관리전담팀을 편성해 1년 내내 순찰을 하며 볼트가 잘 잠겨져 있는지, 녹이 슨 곳은 없는지를 살펴, 풀린 볼트는 제때 조이고, 녹이 피려는 곳은 도장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판부식은 주로 볼트너트 접합부에서 발생한다. 그것도 볼트가 철판을 관통하는 구멍 안쪽에서 생긴다. 서울지하철 건설 당시 ‘청담대교’는 개통한지 몇년 지나지 않아 볼트 구멍이 찢어져 다리를 완전히 걷어내고 새로 놓은 적이 있다. 광안대교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볼트와 너트 부분을 비롯해 다릿발의 강관말뚝과 교각기초와의 연결부. 진동에 의한 균열로 집중 부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본부장은 최소한 2년에 한번은 전문 잠수부를 동원해 바닷속 강관과 기초부분을 잘 살피고, 바닷물이 들었다 빠졌다 하는 비말대구간의 변화상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늘 바닷물에 잠겨있는 강관은 현재의 전기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밀물 썰물에 따라 노출됐다 잠겼다 하는 강관 부위와 콘크리트 기초(푸팅·footing) 부분은 동판으로 감아 싸는 보강 방식도 제안한다.

“한국도로공사는  4~5년 전부터 바다를 지나는 다리를 대상으로 점검을 펼쳐 서해대교와 남해고속도로의 섬진강을 지나는 다리 비말대구간에 녹 방지 보강 방식을 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부산도 방식을 하지 않은 을숙도대교나 북항대교 등에 서둘러 방식을 보강해야 할 것입니다. 방식을 하지 않고 예산을 아꼈다는 이야기는 이제 우리 건설현장에서 사라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성자
박재관
작성일자
2012-08-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36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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