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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534호 기획연재

광안대교 바닷속 교각 보약 먹였다

부산시정 현대사 숨은 얘기를 찾다 - 제2화·원시인이 낳은 최첨단 다리, 광안대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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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
내용

콘크리트 다리가 무너지는 이유는 대부분 교각 속의 철근 부식 때문이다. 1934년 준공한 한국 최초의 연육교, 영도다리는 일본사람들이 성실하게 시공했지만 1970년대부터 슬라브를 보수하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대대적인 교각 보강공사를 벌였다. 그러고도 1980년부터는 대형차량을 통제, 반쪽 다리 역할을 해오다 최근에는 구조물 해체·복원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감안하면 해상 콘크리트 구조물은 30년을 넘기기가 어렵다.

그래서 해상, 혹은 바다에 인접한 콘크리트 다리는 수명을 연장하려면 무조건 '방식(防蝕)'을 해야 한다. 방식이란, 쇠붙이가 기체 또는 액체와 같은 부식성 물질의 화학작용에 의해 침식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작업을 말한다. 바닷속 깊이 발을 담근 채 거대한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광안대교 교각과 하부 콘크리트 구조물은 어떨까.

“바다 밑 콘크리트 구조물 속의 철근을 어떻게 하면 녹슬지 않게 시공할 수 있을까, 가장 큰 걱정 중의 하나였습니다." 광안대교 건설 책임자였던 조창국 당시 부산시 건설안전관리본부장의 이야기다. 콘크리트 교각과 기초는 바닷물에 늘 닿거나 물보라에 젖어 해수의 염이온에 의한 철근 부식이 빠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콘크리트 구조물은 설계수명이 30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광안대교는 설계수명 100년에, 기대수명이 200년이다. 어떤 비밀이 있을까?

“광안대교는 대한민국 최초로 제2종 방식인 철근 에폭시 도장공법을 일본에서 도입해 시공했습니다. 철근을 방식에 강한 에폭시로 도장을 한 뒤에 콘크리트 속에 넣어 시공하는 방법입니다. 철근에 보약을 먹였다고 할까요.”

일부 기술자들은 제1종 방식인 구조물의 피복두께를 크게 하면 철근 방식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는 성실하게 시공했을 경우다. 현실적으로 해상 콘크리트 공사는 시공조건이 굉장히 나쁘다. 철근은 시공도 하기 전에 빨갛게 녹이 슬고, 구조체가 큰 콘크리트는 시공 과정에서 발열·양생균열 같은 현상이 발생해 성실시공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철근에 녹이 슬지 않는 튼튼한 교각과 기초를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엄청나게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 결과 알아낸 것이 제2종 방식인 일본의 에폭시 도장공법이었습니다.” 조 본부장은 제2종 방식을 하면 구조물 수명이 100년 이상 연장된다는 선진 외국의 연구실험보고를 입수하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방식에 드는 비용은 전체 공사비의 1%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광안대교 에폭시 도장에 드는 비용은 60억원, 당장은 큰 돈이었지만 수명에 따른 경제성을 감안해 무조건 방식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였습니다. 공사비가 7천억원인 광안대교에 60억원을 들여 50년 갈 구조물 수명을 100년으로 늘린다면 7천억원의 이익이 생긴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없는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는 것이라 신뢰할 수 있는 나라에서 개발했는지, 이론적 근거가 합당한지, 효과가 있는지, 믿을 수 있는 실험 데이터가 있는지, 국제적으로 많이 사용한 실적이 있는지, 경제성이 있는지 같은 여러 측면의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일본에서는 해상이나 눈 제거용 염화칼슘을 많이 쓰는 지역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의 부식방지를 위해 제2종 방식을 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은 관련법까지 만들어 연방도로국이 사용을 권장하고 지도 감독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중동에서는 바다는 물론이고 사막 염분에 의한 부식을 막기 위해 교각과 슬라브까지 교량 전체에 제2종 방식을 하고 있었다.

“일본은 10년간 방식 비교실험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닷물, 파도 노출 같은 동일한 환경에서 방식을 한 것과 안한 구조물을 날짜별로 부식정도를 비교실험한 자료를 보고는 더 망설일 것이 없다고 생각을 굳혔습니다. 그 무렵 미국에는 도장공법보다 더 좋은 전기방식 공법이 있었는데, 미처 그런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걸 알았더라면 전기방식 공법을 도입했을 겁니다.”

전기방식은 외부에서 철근에 미세한 음전기(-전기)를 공급, (-)극성을 갖게 해 염분의 부식인자인 음이온이 철근에 접근을 못하도록 해 부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공법이다. 미국의 촉진실험 결과 최소 75년 이상, 우리나라에서 한 실험결과는 100년 이상 부식을 중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공인기관의 실험성적서가 있다.

조 본부장은 후배 공무원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선진외국은 구조물의 수명 늘리기에서 경제성을 찾는데, 우리는 아직도 당장의 공사비 절감에서 경제성을 찾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해안순환도로 중 광안대교와 남항대교만 제2종 방식을 했습니다. 방식을 하지 않은 다리들은 민자사업자가 공사비에서 득을 조금 보겠지만, 국가나 부산시의 입장에선 손해가 큽니다. 30년쯤 뒤 기부채납을 받을 때의 재산가치는 매우 낮겠지요. 앞으로는 민자사업 승인 과정에 좀 더 적극적인 설계심사가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조 본부장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준공한지 10년이 넘은 해상교량의 부식상태를 조사·실험했다. 그 결과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해수가 들었다 나갔다 하는 비말대 구간에 부식이 많이 진행된 서해대교부터 연차적으로 전기방식공법으로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광안대교와 서해대교는 비슷한 시기에 설계를 하고 착공을 했지만 앞을 내다보는 능력에서 광안대교가 단연 앞선다.

광안대교는 아름답고 세련된 외관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 튼튼한 시공에 이르기까지 부산의 큰 자랑이요, 자부심이다.

광안대교는 염분 부식을 막는 특수공법인 에폭시 도장시공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사진은 2000년 7월 20일 열린 광안대교 현수교 주탑설치 기념식 모습).

 

작성자
박재관
작성일자
2012-07-1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3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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