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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원수라도 공과 사는 다르다

길에서 청렴을 만나다 ⑧박문수

내용

암행어사 박문수는 타고난 기지와 능력으로 탐관오리를 벌하고 백성을 도왔다. 그의 이야기는 활약상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는데, 오늘은 공직자로서 공과 사를 구분하며 원수조차도 존중하고 예의를 지켰던 이야기를 전한다.

박문수가 관직활동을 하던 시기는 정치적으로 노론과 소론이 대립하던 시기였다. 박문수는 소론의 당색을 가지고 당론을 가장 추종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강경한 소론의 정치적 입장을 견지했으나, 당론보다 앞섰던 것이 ‘공’을 우선시하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반대당 조태채와의 관련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박문수는 공직자로서 공과 사를 구분하며 원수에게도 예의를 지켰다.

박문수가 대궐에서 숙직하며 사람들과 저녁을 먹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박문수는 반찬으로 나온 콩나물의 머리를 잘라내고 먹으면서 말했다.

“태채(泰采)의 머리를 베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조태채의 이름인 ‘태채(泰采)’가 콩나물을 뜻하는 말인 ‘태채(太采)’의 음과 같은 것을 빗대어 말한 것이었다. 박문수와 조태채는 서로 원수에 가까운 사이였다. 그렇지만 박문수는 항상 임금에 대한 조태채의 충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조태채의 아들 관빈이 모함을 당해 죽을 위기에 처했다. 박문수는 임금께 아뢰었다.

“관빈이 몹시 흉한 죄를 지었으니 그 죄는 마땅히 벌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결코 사형에 처할 만한 죄는 아닙니다.”

임금이 오히려 의아해 하면서 박문수에게 물었다.

“이 사람은 너의 원수가 아닌가?”

“사사로운 일에 있어서는 원수이지만, 그것으로 나랏일에 대한 판단을 흐릴 수는 없습니다. 전하께서 조관빈을 죽이려 하신다면, 바라건대 박문수가 관빈이 죽기를 바라서 관빈을 죽이는 것이라고 나라 안팎에 직접 포고를 하시고 죽이시옵소서.”

“경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조관빈의 죄상을 다시 살피도록 하겠소.”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고 정확한 판결을 바라는 박문수의 성품에 임금은 크게 감동해 조관빈의 죄를 용서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청렴교육 자료.
‘근묵’에 실린 박문수의 글씨.

원수의 죽음 앞에서 예를 다하다

둘의 사이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또 있다.

훗날 조관빈이 죽었을 때 박문수가 그 집을 찾아가 관빈의 아들에게 전했다.

“내가 존옹과 대대로 내려오는 원수지간이지만, 일찍이 동료로서의 옛 정의가 있으니 어찌 곡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부디 들어가 곡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조관빈의 아들은 박문수가 곡하는 것은 허락했다. 그런데 박문수가 슬프게 곡을 하고 나오더니 갑자기 사람을 시켜 조관빈의 관을 가지고 나오도록 했다. 그리고 관을 열려고 하자 사람들이 크게 놀라 박문수를 만류하고 조관빈의 아들을 찾아가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그 아들은 놀라기는커녕 박문수가 하고자 하는 대로 두라고 했다.

“해로울 것이 없다. 박공이 비록 우리 집안과 서로 원수가 되었지만, 절대로 우리 선인을 욕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하고자 한 데는 응당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다.”

박문수가 관을 쪼개고 위쪽의 나무를 자르자 그 속에 길이가 한 치가 넘는 낫 끝이 들어 있었다. 나무를 벨 때 낫 끝이 부러져서 나무속으로 들어가 있었으나, 겉으로는 아무 표시가 나지 않아 관을 만들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박문수는 관을 만든 목공을 불러 크게 꾸짖었다.

“네가 주의하지 않고 낫 끝이 관의 나무속에 들어가게 했으니 만년유택(萬年幽宅 : 무덤)에 어찌 후환이 없겠는가.”

조관빈은 관을 새로 짜서 무사히 장사를 지냈다. 이로부터 두 집 자손이 비록 서로 만나지는 않아도 환란이 있을 대면 언제나 서로 힘껏 도와주었다.

천안시 북면 은지리에 있는 박문수의 생가(왼쪽)와 은석산의 정상부에 있는 박문수의 묘.

타고난 기지와 능력으로 탐관오리들을 벌하고 백성들을 도왔던 암행어사, 박문수. 그는 공적인 관계에서 개인적인 감정을 내세워 상대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오히려 상대를 존중하고 서로를 발전시키는 동료로서 대했다. 이런 태도는 오늘날에도 되새겨봐야 할 공직자의 덕목이다.

작성자
김정희
작성일자
2012-07-17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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