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을 사형에 처한 사또
길에서 청렴을 만나다 ⑦황인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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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정보다는 국법이 우선
조선시대, 이조판서를 지낸 황인검이 젊었을 때 이야기다. 황인검은 깊은 산 절간에서 글공부를 했다. 절에는 황인검보다 다섯 살 가량 나이 많은 젊은 중이 있었다. 그 젊은 중은 황인검을 위해 동냥을 해다가 양식을 대주기도 하고, 남몰래 고기와 술을 사다주기도 했다. 여러 해를 지내는 동안 황인검과 젊은 중은 형제처럼 아주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몇 년 뒤 황인검은 과거를 보았다. 장원급제하고 벼슬길에 오르면서 젊은 중과 연락이 끊겼다. 그러던 중 몇 해가 지나 황인검이 경상감사가 되어 도내를 순시하다가 우연히 그 젊은 중을 만났다.
황인검은 중을 얼싸안고 “내가 그간 자네를 얼마나 찾았는지 모르네. 그래 자네는 어째서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는가”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경상감사 황인검은 중을 한 수레에 싣고 감영으로 돌아와 형제와도 같이 극진히 대접했다. 한방에서 같이 잠을 자고 한상에서 밥을 먹었다. 어느 날 황인검은 중과 호젓이 마주앉아 바둑을 두다가 물었다.
“자네는 이곳을 떠나면 어디로 갈 작정인가?”
“예전에 있던 산사로 돌아갈 생각입니다.”“내가 자네한테 입은 은혜를 갚을 길이 없으니 이제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게. 자네는 지금부터 머리를 기르고 환속을 하게. 그러면 내가 자네의 생활을 보장해 줄 것은 물론이요, 특별히 벼슬까지 시켜줄 터이네.”
이 말을 들은 중은 감격해 일어나 두 번 절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또님 호의는 백골난망이오나 소승은 깊이 결심한 바가 있어 지시를 따를 수 없나이다.”
“어째서 따를 수가 없다는 것인가. 또한 마음속에 결심했다는 것은 무엇인지 말해보게.”
“그것은 저의 사사로운 일이라서 대답하기가 곤란합니다.”
“여보게 자네와 나 사이에 말하기가 곤란한 일이 무엇이 있겠나. 서슴지 말고 말해보게.”국민권익위원회 청렴교육 자료.중이 거절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중은 불도를 연구하기 위해 중이 된 것이 아니라 본래 어느 양반집 도령이었다. 도령은 어느 산골짜기를 지나다가 새로 생긴 무덤 앞에서 소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서럽게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인은 결혼한 지 몇 달도 안 돼 남편을 잃은 것이다. 그런데 여인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도령은 자기도 모르게 그만 여인에게 달려들었다. 도령은 여인이 말을 듣지 않자 여인의 사지를 묶어 강간한 후 풀어 주었다. 무덤을 지키며 절개를 지켰던 여인은 이튿날 자결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도령은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
황감사는 이야기를 듣고 미결서류를 찾아보았다. 과연 30년 전에 그런 사건이 있었는데 범인을 잡지 못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황감사는 길게 탄식을 하며 중에게 말했다.
“내가 자네와 절친하나 나라의 법을 피할 수는 없다. 법을 법대로 시행치 못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니 나는 할 수 없이 자네를 사형에 처해야겠네.”
하고 중의 목을 벤 후에 장례를 후하게 지냈다. 그 후 황인검은 무덤 앞에서 지난날의 친분을 생각하며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청구야담(靑邱野談)’은 순조 말년(1826~1835년)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야담집이다. 이 야담집에서 황인검의 일화를 찾아볼 수 있다.한결같이 청렴결백한 관료, 황인검
조선 영조 때의 문신 황인검은 숙종 37년(1711)년에 태어났다. 영조 23년(1747) 문과에 급제했다. 춘추관의 설서(정7품으로 세자를 가르치는 일을 맡음), 정언(정6품으로 간쟁을 맡음)을 시작으로 요직을 두루 거쳤다.
황인검은 여러 차례 판서에 임명될 정도로 영조의 신임을 받았다. 평소 청렴결백한 관료생활로 가정형편이 몹시 어려웠는데, 그가 죽자 이를 애석하게 여긴 영조는 부의를 후하게 내리도록 명했다. 또한 치제문(왕이 내리는 제문)과 함께 ‘정효(貞孝)’라는 시호(왕이나 사대부가 죽은 뒤에 그 공덕을 찬양하여 직급을 높여 부르는 호)를 내려주었다. 공과 사가 분명했던 황인검은 후세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 작성자
- 김정희
- 작성일자
- 2012-07-1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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