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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스토리가 흐르는 스파게티 전문점

묵자의 Food Tal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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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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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꾸벅^^;; 봄인가 했더니, 여름이고, 여름인가 했더니… 어느새 무더위네요. 다들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계시죠? 묵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했던 분들 혹시 있으신가요? 있었다고요~ 나름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걸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더 맛있는 음식, 더 맛있는 이야기, 더 좋은 글로 찾아뵈어야 하는데… 아, 묵자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무거운 어깨를 야무지게 다잡고, 오늘도 길을 나섭니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음식 중에, 이번에 묵자가 선택한 메뉴는 스파게티입니다.

이번에 찾아간 집은 스파게티 전문점 ‘비토’입니다. 블로거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묵자 옆자리에 있는 분이 다녀와서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네요. 이쯤 되면 꼭 가봐야겠죠. ^^;;

가내수공업 양식당 '비토'

‘비토’ 찾아가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서면 밀리오레 맞은편 ‘죽마을’ 골목에서 쭈욱~ 내려가다 보면 왼편에 첫 번째 골목이 있는데요. 그 골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2층에 ‘비토’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술집들이 즐비한 골목인데요. ‘이런 곳에 스파게티 전문점이 있네~’ 의아한 생각이 드는데요. 취재 중에, 주인장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돈도 돈이지만 부전시장과 가까워 구루마 끌고 장 보러 가기 편한 곳이라 이곳을 선택했다고 해요. 비토라는 이름은 이탈리아 있을 때 사장님 닉네임이었다고 합니다.

비토 외경.

‘가내수공업’이라는 글귀와 무심하면서도 까칠해 보이는 수염이 덥수룩한 캐릭터가 그려진 간파에서 왠지 모를 멋스러움이 느껴집니다. 단순하지만 깔끔한 간판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데요. 게다가, 가내수공업이라~ 모든 요리를 일일이 손으로 만든다는 거겠죠. 왠지 정성이 가득 들어간 요리가 나올 것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 기대만 발입니다.

비토 실내. 이야기 나누는 사람이 많네요.

연인들.

묵자 성큼성큼 들어서니, 일본풍의 오픈 주방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주방이 중앙에 놓여 있어, 모든 요리 과정을 다 볼 수 있습니다. 그 주변으로 예닐곱 개의 테이블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요. 단체 손님을 위한 큰 테이블도 준비되어 있어요.

쑥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주인장. 입구에서 봤던 간판 속의 ‘캐릭터’와 닮은 듯합니다. 그림 속에 그는 무심한 듯 초췌해 보였다면 실제 주인장은 정감 있고, 섬세한 느낌인데요. 그림 속에 캐릭터와 실제 주인장을 비교해보세요.

실제 주인장.

비토의 주인장, 서른다섯 살의 김상진씬. 무척이나 섬세한 요리사인 것 같습니다. 가게 디자인은 물론, 인테리어 하나하나까지도 자신이 직접 생각해 고안했다고 하는데요. 식당 내부 구석구석에 주인장의 손때가 묻어 있습니다. 메모지 한 장, 안개꽃 하나, 심지어 메뉴판 까지도요.

주방 분위기.

안개꽃.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가득한 메뉴판


메뉴판.

스파게티 전문점 ‘비토’의 메뉴판은 요렇게 생겼습니다. 보물섬의 지도처럼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가득할 것 같은 메뉴판은 책 한 권 정도로 두꺼운데요. 메뉴판을 스르륵 넘겨보니, 제목부터 색다릅니다. ‘할머니 라고요’ ‘좋아? 졸라! 파스타’ ‘깔보지 마라’ ‘시골 총각 토마토 파스타’??? 우리가 흔히 아는 스파게티 이름인 봉골레도 아니고, 까르보나라도 아니고, 이게 정말 파스타 맞나요???

메뉴판 열어보니.

메뉴판.

메뉴 아래에는 깨알 같은 설명이 상세히 적혀있습니다. 주인장만의 주석이 달려있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깔보지 마라 파스타> 아래에는 “까르보나라 라는 파스타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우리네 입맛에 맞게 맛이 많이 변형되었습니다. 그래서 크림 파스타 하면 으레 이 까르보나라를 생각하며 만만히 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본토의 맛 그대로 치즈와 달걀 노른자로 맛을 낸 오리지널 까르보나라, 아주 박력 있는 파스타랍니다.” 라는 설명이 간단한 주재료와 함께 덧붙여져 있어요.

<할머니의 라구요>에는 “이탈리아 요리학교에 다닐 때 교수님 댁 할머니가 해 주신 파스타를 추억하며 만들었다” 라고 쓰여 있고요. <늙은 창녀의 파스타>는 시간에 쫓기던 그녀들이 집에서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라고 해요.

요런 글귀들은 직접 주인장이 요리를 배울 때, 요리하면서 습작 노트에 써놓은 글귀들로, 주인장의 필체를 그대로 살려 메뉴판으로 제작했다고 해요. 한 장 한 장 넘기며, 한 소절 한 소절 읽다 보면, 요리에 대한 주인장의 잔잔하면서도 지극한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골총각 토마토 파스타

주인장의 깨알 같은 섬세함. 깨알 같은 애정이 듬뿍 담긴 메뉴판에 마음이 쏠린 사이, 손님들의 주문이 밀려듭니다. 어느새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좌석이 꽉 찼는데요. 어떤 파스타를 먹어야 할까요? 주인장은 묵자에게 파스타의 기본을 느낄 수 있는 ‘시골총각 파스타’를 추천합니다. 시골총각? 묵자가 아줌마라… 총각을 붙여주는 건가요? 슬며시 농을 걸며, 주문합니다. ‘시골총각 파스타’에는 요런 주석이 달려 있어요. “주재료는 잘 익은 체리 토마토 + 비토 특제 토마토, 토마토소스와 그라나빠라 치즈만을 사용한 파스타로, 시골총각처럼 순수하지만, 뚝심 있는 파스타입니다” 라고 쓰여 있어요.

부르스케타 치즈 가는 모습.

부르스케타.

파스타를 주문하면, ‘부르스케타’라는 전채요리가 먼저 나오는데요. 치아빠따라는 슬리퍼처럼 납작하면서도 말랑말랑한 빵 위에 이 집만의 특제 토마토소스를 올리고, 직접 치즈를 갈아 그 위에 올려줍니다. 가벼운 식사나 간식처럼 이용되는 부르스케타가 생각보다 정말 맛있네요. 한입에 쏘옥~ 들어가니, 입안에서 사르륵 녹아내립니다.

그다음 진가는 바로, ‘양송이 수프’입니다. 냄비에 양송이와 우유를 넣고, 1시간 이상 푹 끓여, 잘 익은 양송이를 으깨어 만든 100% 양송이 수프입니다. 우유와 잘 섞인 양송이가 걸쭉하게 우려지면, 소금 간으로 살짝 마무리하는데요. 우째 이런 맛이 나는지…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양송이 수프. 정말 한 방울도 남기고 싶지 않더라고요. 요리가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정말 대접받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무엇보다 입구에서 봤던 ‘가내수공업’이라는 단어가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모든 음식에, 손맛과 정성이 베어 있어 저절로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활어처럼 살아 움직이는 생면의 식감

전채 요리로 나오는 부르스케타에, 양송이 수프에 입맛을 다시며 감탄하고 있는데… 드디어, 메인 요리가 나왔습니다. ‘시골 총각’ 두둥~ 개봉 박두!

시골 총각.

다른 샷의 시골 총각.

순수하면서도 뚝심 있다는 시골 총각 파스타. 과연 그 맛은 어떨까요? 얼른 먹어보고 싶어 포크를 들었습니다. 후루룩 먹어보니, 웬일입니까? 촉촉하면서도 쫄깃쫄깃- 서걱서걱 면발이 씹히는 이 느낌을! 입으로 들어간 순간 활어처럼 살아 움직이는 이 식감을! “이런 스파게티는 처음입니다!”라는 말을 건네자?

“생면이라서 그래요. 저희는 면을 직접 뽑아서 생면으로 스파게티를 만들거든요. 이탈리아에서는 전통적으로 할머니들이 집에서 생면을 뽑아 스파게티를 만들거든요. 저도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스파게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시골 총각 면발.

면 건조하고 있는 모습.

1cm 정도 너비에, 얇고 납작한 면발은 페투치니면 이라고 해요. 면적이 넓어 소스가 잘 묻어나는 것이 특징이며, 크림이나 토마토소스의 맛을 충분히 살릴 수 있어 스파게티 면으로 인기라고 하는데요. 촉촉하면서도 부드럽게 감기면서 서걱서걱 씹히는 쫄깃한 식감의 비밀은 ‘알덴테’라고 해요. ‘알덴테’는 치아로 끊어서 너무 부드럽지도 않고, 너무 조리해서 물컹거리지 않는 약간의 저항력을 가지고 있어 씹는 촉감이 느껴지는 조리방법인데요. 스파게티 면을 삶아 건져냈을 때, 안쪽에서 약간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게 알덴테의 특징이라고 해요. 이곳 스파게티의 식감에는 ‘생면’과 ‘알덴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거죠. 페투치니면을 ‘알덴테’로 삶으려면, 타이밍이 중요한데요. 정확한 시간과 초(second)를 잡기 위해, 주방 곳곳에는 타이머가 설치돼 있습니다.

타이머.

꿈을 요리하는 요리사 김상진

이탈리아 레스토랑 경력 10년 차인 사장님은 부산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접시 닦기부터 시작했다고 해요. 어린 시절, 부모님 손에 이끌려 간 ‘호수 그릴 양식’ 집. 그곳에서 먹어본 ‘양식’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어린 시절부터,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양식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부산에서 일하다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는데… 이탈리아 본토 요리 경력이 없어 면접에서 여러 번 고배를 마셨다고 합니다. 그 후, 결심 끝에 이탈리아 요리 아카데미에 입학해 1년가량 공부한 후, 정식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취업해 실력을 다졌는데요. 이탈리아에서 다시 돌아왔을 땐, 자신을 고용하지 않았던 그 레스토랑에서 오히려 러브 콜을 보내왔다고 해요. 자신이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에서 러브 콜을 받고, ‘거절’하는 그 쾌감~ 자신의 인생에 ‘팡파르’가 울리는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고 하네요.

사장님 요리하는 모습.

요리를 하는 것이 오랜 꿈이자, 숙원이었었던 그였기에… 음식을 배울 때, 자신만의 요리를 할 때, 요리에 관한 생각을 끊임없이 메모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메모하는 습관이 자신만의 독특한 요리 이름을 만들게 됐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게 했으며, 자신만의 요리와 함께 자신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있는 가게까지 열게 된 원동력이 아닐까 싶네요. 오랜 노력 끝에, 자신만의 가게를 연 주인장. 요리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데요. 요리하는 그의 모습이 마치, 꿈을 요리하는 듯 평온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비토 T. 051-806-5868

작성자
민경순
작성일자
2012-06-2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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