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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523호 기획연재

“부산의 상징·세계적 명물이 되게 하라”

부산시정 현대사 숨은 얘기를 찾다 - 제2화·원시인이 낳은 최첨단 다리, 광안대교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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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얘기|광안대교
내용

“20년이라, 20년을 계획한다, 20년이라…. 좋소, 그렇게 해봅시다. 부산 시내가 이렇게 막히니 도심을 관통하지 않는 해상순환도로가 필요하긴 할 것 같네. 그 대신 광안대교를 책임지고 부산의 심벌이 되게 건설하시오. 수십 년이 지나도 부산의 자랑, 세계적인 명물이 되게 말이오!”

20년, 20년을 되뇌며 한참을 고민하던 김영환 시장께서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광안~북항~남항~을숙도대교를 20년 계획하고 한 개의 프로젝트로 추진하자는 엄청난 보고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1991년 6월, 부산의 지도를 바꿀 해상순환도로 건설계획은 이렇게 결재가 났다. 기술직이 아닌 행정직 출신 시장으로선 선뜻 이해하기 어렵고, 판단을 내리기 힘들 사안이었을 터지만 김 시장의 결단은 빠르고 명쾌했다. “바로 전담팀을 편성하시오. 노선을 책임지고 정하고, 거듭 이야기 하지만 반드시 광안대교를 부산 명물로 만들어야 하오!”

광안대교를 포함한 북항, 남항, 을숙도대교는 조창국 전 광안대로 건설사업소장의 입안과 김영환 전 부산시장의 큰 결단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김 시장은 광안대교를 부산의 심벌이 되게 건설할 것을 주문했고, 조 소장은 아름다운 현수교를 선택했다. 사진은 광안대교 상판 가설 모습.

“저로서는 그 결재가 하나의 큰 사건이었습니다. 부산으로서도 큰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교통이 막히는 곳 일부를 겨우 손보는 정도였지, 이렇게 큰 부산의 밑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바다에 광안 - 북항 - 남항 - 을숙도대교를 놓으면, 해운대에서 신호·녹산까지 150리 길이 한번에 뻥 뚫리게 됩니다. 그 많은 물동량이 시내로 들어올 필요가 없어 시가지 교통사정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은 뻔한 이치였습니다. 기안은 제가 했지만, 결국 김 시장의 결심 하나가 부산의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당시광안대로 건설사업소장 조창국 씨의 이야기다. “광안대교 설계금액만 6천억입니다. 다리 하나 놓는데 6천억원이면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이 큰 돈입니다. 해상순환도로 전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공사비는 당시 돈으로 2조5천억원, 실로 엄청난 규모였지요.” 조 소장은 이때부터 부산의 공사금액 단위가 달라지고, 부산시 기술공무원들의 안목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앞이 툭 트인 광안리 앞바다에 어떤 다리를 놓아야 부산을 상징할 수 있을까? 고심을 거듭했다. “적당히 해서는 감동을 줄 수 없다.” 젊은 토목기술자의 한사람이자, 부산시 공무원의 한사람으로서, 온 정성을 쏟고 심혈을 기울여 대한민국 건설사에 길이 남을 만한 다리를 건설하겠다는 의욕이 불끈 솟았다. 광안대교가 부산의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었다. 시민 공감을 얻을 다리 구상을 위해 광안리 해변을 수십 차례 찾아갔다. 낮의 광안리 앞바다는 수평선이 잘 보일 정도로 확 트였으나, 밤바다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파도소리는 처량하고, 때로 무서웠다.

“다리까지 어둡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에 수평선을 감상하는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다리를 높이고, 야간에는 교량이 밝고 아름다운 조명을 연출할 수 있게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혀갔습니다.”

배를 타고 나가 광안리를 관찰했다.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광안리와 뒷배경이 되는 금련산이 모두 여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깃배와 요트가 끊임없이 다니는 점을 감안, 교각수를 최대한 줄이고, 주항로의 폭이 500m 이상 되는 장대교(長大橋·길고 큰 다리)를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결정해야 할 것은 현수교냐, 사장교냐 하는 것. 대학교수 몇몇을 찾아다니며 물었지만 현수교와 사장교의 개념 구분이나, 구조물에 대한 그림조차도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 당시 광안대교가 전국 첫 장대교였으니 어쩌면 현수교, 사장교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게 당연할지도 몰랐다.

건설본부토목부 직원 2명과 함께 팀을 꾸렸다. 그야말로 단출했다. 직원 2명을 데리고 외국시찰에 나섰다. 미국의 금문교와 브루크린교, 일본의 세이토대교와 레인보우 브릿지, 중국의 황포대교를 관찰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서 길고, 높고, 아름답고, 웅장한 현수교의 진수를 느꼈다. 70년 전 미국 대공황 시기에 건설했다는 사실을 알고, 부산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일본에서는 요코하마의 레인보우 브릿지가 감명 깊게 다가왔다.

외국교량 시찰에 나선 부산시 직원들이 미국 금문교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가운데가 조창국 씨다.

사장교는 주탑 강선을 사선 방향 직선으로 걸어당겨 모양이 산과 같이 뾰족하고 웅장하다. 남성적이며, 교량의 야간조명 연출이 곤란하다. 현수교는 주탑 강선을 곡선으로 늘어뜨려 모양이 부드럽고 우아하며 여성적이다. 야간조명 연출이 쉽다.

“광안리해변의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시키기엔 현수교가 제격이다. 그래, 광안대교는 금문교의 웅장함과 레인보우 브릿지의 아름다움을 함께 녹여내자.” 돌아오는 출장길에서 설계의 기본방향을 세웠다. 광안대교 설계공모에서도 현수교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광안대교 설계에 들어갔다.

“오늘날광안대교의 조명연출이 계절별, 시간대별로 다른 것이나, 조명연출에 LED를 사용한 것들 모두 심혈을 기울여 당시 설계한 것입니다. 전국 처음이었지요. 저는 늘 광안대교를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그때 광안대교를 제대로 놓지 못했다면, 오늘날 세계적인 불꽃축제도 열 수 없을 겁니다. 광안대교 위에서 화려한 불꽃이 터질 때마다 제 마음속에는 더 큰 불꽃이 터지곤 합니다.”

작성자
박재관
작성일자
2012-05-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2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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