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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40여년 세월이 만든 ‘돼지갈비’

묵자의 Food Talking

내용

드디어 2012년 프로야구가 시작됐습니다. 신나는 갈매기 응원이 펼쳐질 사직 야구장의 뜨거운 열기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열일 제쳐 두고 야구를 보러 다닐 정도의 야구 마니아는 아니지만, 사직야구장의 열기와 열정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시즌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맘때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면 수많은 야구 마니아들이 사직동을 찾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사직동에 다른 곳보다 맛 집이 많은 편이라고 해요. 잘 알려진 대로, 수육과 막국수가 유명한 ‘주문진막국수’, ‘대구반야월 막창’, ‘호호닭발’, ‘부산 갈매기’, ‘금정가’ 등등 맛 집들이 즐비한데요. 신나게 야구를 즐긴 후, 지인들과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사직동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오래되어 허름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맛 집이라는 이야기에 귀가 번쩍 띄었는데요. 묵자가 찾은 곳은 ‘일미 불갈비’집입니다.
 

사직야구장 근처, 숨은 맛집

‘일미 불갈비’ 집은 묵자가 사직동에 어디가 좋을까…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 발견한 곳으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숨겨진 맛 집입니다. 낡고 오래된 느낌 때문에 유난히 더 끌렸던 곳인데요. 일단, 전화부터 걸었습니다. 전화기 너머 전선을 타고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에 소개될 만큼 대단한 곳이 아닌데… 우린 메뉴도 딱 한 가지 밖에 없어요!” 한 가지라도 맛있는 곳이라면, 묵자 어디든 구석구석 쫓아가야지요. 주인장에게 무작정 가겠다고 엄포를 놓고, 냉큼 달려갔습니다. 찾아가는 길은 아주 간단합니다. 도시철도 3호선 사직동역에서 3번 출구로 나오면 얼마 못 가서 ‘일미 불갈비’라는 노오란 간판을 볼 수 있습니다. ‘40여년 전통의 맛’ 이라는 글귀가 섬광처럼 들어오는데요. 드르륵- 낡고 오래된 샷시 문을 열면, 40여년 오랜 세월을 견뎌낸 깊고 묵은 갈비가 저를 기다릴 것 같은데요… 허름한 외경에서부터 왠지 모를 맛 집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일미 외경.

늦은시간에도 손님이 많다.

휑해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매캐한 연탄 냄새가 코끝을 찌릅니다. 어린 시절 부뚜막에서 맡아본 바로 그 냄새… 성큼성큼 걸어 가보니, 예닐곱 남짓한 테이블 저마다에 손님들이 빽빽이 앉아있는데요. 오늘은 양호한 편이라고 해요. 보통 땐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릴 정돈데요… 묵자가 찾은 날엔 바람이 많이 불어 손님이 좀 덜한 편이었는데요. 빈 테이블은 하나도 없네요.

기념사진 한 컷.

불판 위에 구워지는 고기.

둥그런 테이블 가운데, 활활 타오르는 연탄불. 그 위에 묵직한 불판을 얹어 잘 달구어야 하는데요. 여기에 24시간 양념에 절인 돼지갈비를 노릇노릇 구워내는 것이 포인트라면 포인트입니다. 지글지글 굽히는 소리와 함께 농익어가는 돼지갈비.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냄새가 심금을 울립니다.
 

식당 사장들이 단골로 찾아

이 집에 온 손님들, 면면을 살펴보니… 노부부에 가족, 연인들까지 다양한데요. 멀리 서울에서 부산에 놀러와 친구와 함께 온 분들도 있더라고요. 특히, 놀라운 것은 - 식당 주인들이 이곳을 단골처럼 이용한다는 것인데요. 음식 좀 한다는 웬만한 식당 주인장들도 이곳의 고기 맛이 끝내준다며 혀를 차네요.

“일단, 양념 맛부터 달라요~ 아주 맛있어!”
“가격 착하지, 맛 좋지, 끝내줘요~ 끝내줘!”
“연탄불에 구워서 그런지, 고기향도 다르고~ ”

고기가 맛있게 익고 있다.

맛있어 보이는 고기.

이렇게 극찬 하시는데… 묵자도 맛을 안 볼 순 없죠. 연탄불에 노랑노랑 잘 구워진 돼지갈비. 별다른 양념장 없으니 그냥 먹어야 제 맛인데요. 첫 맛은 짭조름한데 씹으면 씹을수록 달작지근하게 우러나는 고소한 것이 별미 중의 별미입니다. 아삭하면서도 새콤한 무절임에 고기, 파 무침 얹어 무 쌈으로 먹어도 그만이고요. 상추에 고기와 파 무침, 마늘 얹어 상추쌈으로 먹어도  그만이죠.… ㅋ 두말하면 잔소리!

상추쌈.

40여년 자매의 농익은 맛

일미 돼지갈비, 그 맛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식당 한 편에 마련되어 있는 조그만 부엌. 연탄아궁이가 놓여 있는 것이 옛날식 그대롭니다. 주방 입구엔 일흔을 넘긴 할머니 두 분이 떡 허니 버티고 계신데요. 언니 윤영란씨와 동생 윤영희씨 입니다.

원래, 동생인 윤영희 할머니가 돼지갈비 집을 먼저 시작했는데… 대구에 살던 언니가 내려오면서 같이 하게 되었다고 해요. 동생이 가게를 운영한지 40여년이 넘었고, 언니와는 30여년 세월을 함께 했다고 하네요. 이곳에서 30여년 함께 했으니, 바늘과 실처럼 쿵짝이 잘 맞는다고 해요. 고기 양념이랑, 밑반찬 등 맛을 내는 건 동생인 윤영희 할머니의 몫이고요. 서빙은 언니인 윤영란 할머니가 담당하고 있죠. 동생인 윤영희 할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손맛이 좋았다고 해요. 두 분은 서로 아무런 대화 없이, 눈빛만 보고도 고기면 고기, 불판이면 불판 알아서 척척 움직입니다.

큰 냄비.

냄비 안에 양념.

그런데, 윤영희 할머니의 손맛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돼지갈비는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저기 큰 솥인가 봅니다. 짜잔~ 들여다보니, 24시간 동안 숙성시킨 돼지갈비가 담겨져 있습니다. 오랜 세월 이 맛을 이어오는 비법이 뭔가요? 은근슬쩍 물어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비법은 무슨 비법~ 비법이 따로 없어~ 남들 만드는 거 똑같이 들어간다니까, 간장 들어가고, 배 들어가고, 물엿 들어가고… 우리 물엿을 따로 끓여서 넣는다는 거…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간이야, 간! 간을 정확하게 맞춰야지! 그리고, 손맛이 있어야 돼~ 손 맛!”

윤영란씨와 윤영희씨 자매.

40년간 맛을 지켜온 손.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윤영희 할머니의 작은 손. 쭈글쭈글 구불구불 투박하면서도 거친 그 손에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세월의 고비 고비가 느껴집니다. 할머니의 손이 기억하는 세월의 깊이만 큼 이곳 돼지갈비의 맛이 우러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할머니, 오랜 동안 고생하셨는데... 직원을 구해서 좀 쉬시지 않고요?” “쉬면 뭣 해, 여기 일이 워낙 뻔해~ 뭘 해야 되는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내가 하지… 왜 남을 시켜~ 그리고, 아무리 양념 비율을 알려줘도 우리 아들들이나 다른 사람들은 이 맛을 못 내더라고… 그러니까 내가 해야지! 내가 아주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돈 벌어서 손자 용돈도 주고, 내 노후도 하고, 가족들도 먹여 살리고!”

가격표.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 두 분이 가게를 하는 곳이라, 건강 때문인지 오후 4시에 문을 열고, 오후 11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요. 손님들이 가장 많이 몰릴 때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인데요.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라고 하네요. 맛도 맛이지만 가격 또한 얼마나 착한지… 1인분에 단돈 6천원이라 친한 사이끼리 소박하게 먹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두터운 불판에 뜨끈한 국물 얹어

또 다른 비법으로, 연탄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살짝 연탄 냄새가 난다는 것이 흠이라며 흠이지만, 맛있다면 참을 수 있겠죠. 돼지갈비를 연탄불에 구우니 마치 육즙에 한번 코팅되는 듯 훈제처럼 굽힙니다. 여기에 또, 이 집에선 특별히~ 창살이 굵은 불판을 사용하는데요. 불판 창살이 얇으면 육즙이 모두 빠져나가버리고, 전혀 남지 않아 고기가 말라버려 퍼석퍼석해진다고 해요. 이렇게 굵은 창살일 경우엔 육즙이 창살에 묻어 있어 고기에 그대로 베이는데요. 뽀송뽀송한 돼지갈비를 먹을 수 있다는 말씀!

연탄 돼지갈비로 유명한 이곳에선 일주일에 한 100장 정도의 연탄을 쓰는데요. 연탄을 일일이 가는 것이 번거롭고 힘들지만, 40여년 옛 맛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연탄불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해요.

보글보글 끓는 국물.

숟가락으로 국물을 뜨고 있다.

잘 구워진 돼지갈비를 배부르게 먹고 나면, 이 집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즐길 차례인데요. 바로, 요 돼지국밥 국물입니다. 밥 한 공기를 시키면 그냥 덤으로 나오는 요 국물은 돼지 뼈로 우려낸 것입니다. 불판에 얹은 뽀얀 국물에 송송송 썬 파를 넣고, 매콤한 쪽파무침으로 마무리하면 걸쭉하게 보글보글 끓어오르는데요. 캬아- 이 국물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할까요… 보통 돼지 국물하고 틀립니다! 틀려! 된장찌개를 먹는 것처럼 구수한 맛이 나는데요. 돼지갈비 실컷 먹고, 요 돼지국물을 먹어주면 막힌 속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해집니다. 신나게 야구 보고, 소주한잔 드시러 가셔도 좋고요. 친구들과 소박하게 부담 없이 가도 딱 좋은 곳, ‘일미 불갈비’ 집입니다.T. 502-0724

작성자
민경순
작성일자
2012-04-0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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