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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513호 기획연재

부산지하철, 중앙·남포동 못갈 뻔했다

부산시정 현대사 숨은 얘기를 찾다- 제1화·부산지하철 뚝심으로 뚫다 ⑪

내용

부산지하철은 하마터면 중앙동·남포동을 경유하지 못할 뻔했다. 어떤 노선으로 놓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찬반이 달랐고, 시공법을 두고 서울과 부산의 학자·전문가들이 충돌했다. 이해득실을 셈하는 건설업체나 부산시 공무원들의 입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가장 큰 논란은 노선이었다. 당시 한국터널협회 회장은 중앙동·남포동쪽은 매립지라 죽었다 깨어나도 지하철공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동·남포동쪽은 어림도 없으니 중부경찰서 뒤편으로 해서 용두산공원을 거치고, 국제시장 한 가운데를 통과해 부산대학병원쪽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지하철 전문가들도 “그게 타당하다”고 편을 들고 나섰다.

지하철 건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사들도 이에 가세했다. 심지어 “당신들이 무슨 재주로 중앙동·남포동으로 가는 지하철을 건설할 것인지 두고 보자. 그 구간에 지하철을 내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몇 달을 싸웠는지 모릅니다. 생각을 해보십시오. 부산의 중앙 간선도로가 중앙동·남포동으로 이어지고, 중앙동·남포동·광복동이 부산의 요지 아닙니까. 그땐 부산시청도 거기 있었고요. 부산시청 앞으로 해서 부산의 요지를 지나가야 지하철이지, 뒷골목으로 돌아다니는 지하철이 무슨 지하철이냐고 맞섰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새로 부임한 부산시장 2명은 아예 공사중단 지시를 내렸다.

“지금 하고 있는 지하철 공사를 당장 중단하시오. 그리고 현황을 보고하시오.”

“시장님, 지하철 공사를 중단하라니요. 한창 건설 중인 공사를 지금 와서 그만 두면 어쩌란 말입니까?”

무지막지하게 공사중단 지시를 내린 두 사람은 최종호, 김무연 시장. 각각 새로 부임했을 때였다.

“눈앞이 캄캄했지요. 공사가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시점에서 공사시공 중지명령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첫 부임하는 시장에게 안팎에서 지하철 건설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증거이기도 했지만, 어떤 이유로도 지하철 공사를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당시 부산지하철 건설본부장을 맡았던 임원재 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설 수도, 물러서서도 안 될 형편이었다. 문턱이 닳도록 시장실을 드나들었다. 보고를 하고 설득을 거듭했다. 시장이 들었을법한 온갖 부정적인 소문에 대해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처음엔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았지만 집요한 설득과 보고가 주효했던지, 차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만약 그때 공사를 완전 중단하고 지하철 건설을 포기했더라면 지금 부산의 대중교통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반대 여론에 밀려 중앙동·남포동을 경유하지 않았더라면 또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사실 그 구간 공사는 말 그대로 난공사였다. 중앙동·남포동쪽 중앙로를 따라가는 지하철 구간은 원래 바다였다. 일제시대 때 인접 산을 절개해 토사와 바위로 매립한 매축지였다. 바다와 불과 400m 이내로 근접하고 있는데다 자갈과 바위, 토사 등으로 매립한 곳이어서 지하 3m만 굴착해도 바닷물이 들락날락했다.

“땅을 파놓고 다음날 보면 바닷물이 들어와 꼬시래기(문절망둑)가 헤엄쳐 다니기 일쑤였습니다. 완벽한 물막이공사가 성패의 갈림길이었지요.”

고심과 연구 끝에 미국과 프랑스에서 개발된 지중연속벽공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물막이(차수)가 뛰어났다. 임 본부장은 이재오 씨(훗날 부산교통공단 건설본부장 역임)와 직원들을 보내 그 기술을 도입했다. 그리고 그 난공사를 일궈냈다. 부산이 국내 처음 도입한 신공법은 지중연속벽공법 뿐만이 아니다.

오스트리아가 개발한 새로운 터널시공법인 NATM공법, 암반구간에 T·B·M이라는 원통형 기계를 투입해 기계를 회전시키면서 암반을 갈아내는 T·B·M공법 등을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 그때 부산이 들여온 첨단 공법들은 이후 여러 도시에서 지하철을 건설하며 사용했고, 지금도 그 공법을 쓰고 있다.

동래 온천천 통과구간 역시 노선 채택부터 말이 많았다. 부산교대 앞에서 동래구청쪽으로 가는 방안과 온천장쪽으로 가는 방안을 두고 주민들이 갈라섰다. 서로 유리한 쪽으로 지하철을 놓아야 한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격론 끝에 온천천쪽 고가화로 결론을 내리자 소음을 우려한 주민들이 다시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대의 한 교수는 지하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지역 국회의원도 대책을 강력 요구했다.

부산지하철은 하마터면 중앙동·남포동을 비껴 갈 뻔했다. 이해득실에 따라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심했다. 사진은 반대를 뚫고 특수 방음벽을 설치해 고가화한 온천천 지상구간.

“임원재 본부장의 배짱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으름장을 놓는 국회의원과 지역 주민들 앞에서 ‘절대 소음이 없도록 시공하겠다’ 못을 박는 겁니다. 워낙 자신 있게, 세게 나오니까 주민들도 더 이상 달라 들지 못하더라고요. 그리곤 저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 과장, 어떤 방법을 쓰든지 근처 인가에 소음피해가 없도록 해라’ 책임지고 설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재오 씨의 이야기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방음벽을 조사했으나 답이 없었다. 물어물어 간 곳이 오스트리아 비엔나 지하철. 시내를 통과하는 고가구간 근처 인가에 전혀 소음피해가 없었다. 통사정을 해 설계도면을 구하고, 그 도면대로 방음벽을 설치했다. 그것이 지금의 온천천 고가구간 방음벽이다. ㄱ 자형 방음판 내부에 흡음재를 부착시킨 특유의 이 방음벽은 지금도 방음효과가 탁월하다.

지하철공사 무사고 목표달성 구간 업체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부산지하철은 당시 아무 경험도 없는 공무원들이 주도했지만, 첨단 시공법이나 앞을 내다보는 안목은 더 없이 훌륭했다. 시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지하철과 부산진역 국철은 서로 통한다. 철로 규격을 통일시켜 철도로 전동차를 싣고 오면 곧바로 지하철로 들어갈 수 있게 시공했다. 만일에 대비한 것이다.

노포동 차량기지창에는 노선을 하나 더 놓을 수 있게 해뒀다. 장차 울산까지 교외선을 놓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다. 25년 전에 50년 앞을 내다본 안목, 지금도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작성자
박재관
작성일자
2012-02-2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1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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