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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날마다 잔치, 국수와 보쌈!

'묵자'의 Food Talking 33

내용

요즘,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기운이 빠져있습니다. 취업을 못해서, 장가를 못가서, 오르는 집세, 치솟는 물가, 아이들 양육비에, 연세 드신 노모 노후 걱정에, 하루하루 늘어가는 빚과 빡빡한 살림살이에…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뒤돌아보면 언제나 제자리걸음. 우리들에게 유난히 추운 겨울입니다.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얼음 밥!

살얼음이 어는 겨울. 이맘때가 되면 유난히 생각나는 수필이 있습니다. 이외수의 얼음밥인데요. 이외수가 쓴 단편집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에 실려 있는 수필입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수필이라, 내용이 가물가물한데… 찾아보니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이외수가 글쓰기에 득도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다름 아닌 얼음 밥이었습니다. 얼음이 꽁꽁 어는 겨울 날, 우적우적 씹어 먹은 얼음 밥은 부르튼 입술에 피를 흘리게 할 정도로 시린 기억이었지만… 그는 기꺼이 그 고통을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나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선택했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어쩌면 그가 이 시대 목표를 이루어가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것을 풀어놓은 건지도 모릅니다. 이 겨울,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시리고 아프지는 않은지요…. 혹여, 시리고 아픈 얼음 밥이라면… 피를 흘린 이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좀 더  단단하게 오를 새살을 기대해봅니다. 유난히 추운 어느 날. ‘얼음밥’을 생각하며… 묵자 오늘도 길을 나섭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득 담은 '국수와 보쌈'

이번에 찾은 곳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국수와 보쌈’집입니다. 설을 맞아 나름 잔치 음식이라고 고르고, 고르다 보니, 선택한 곳인데요. 2010년 2월에 문을 연 곳으로, 개업한지 만 2년이 채 안된 집이네요. 이곳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모든 음식을 자연그대로, 인공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다는 후문 때문이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낸 ‘국수와 보쌈’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대연동 못골시장. 물어물어 찾아간 ‘국수와 보쌈’집입니다. 허름한 곳이라 생각했는데 … 예상과 달리, 실내 천장과 평상을 깔끔한 나무목으로 장식한 따스한 느낌의 식당이었습니다. 식당 곳곳의 왠지 모를 따뜻한 기운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자세히 살펴봤더니, 가장 먼저 액자가 눈에 띕니다. 액자에 걸린 최인호의 시며, 원산지 정보며, 다짐의 각서며, 재료며, 모두 정성스럽게 직접 손으로 썼습니다.

이뿐 아니라, 메뉴판도 직접 제작했는데요.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쓴 글씨를 직접 읽어보니, 주인장의 음식 솜씨는 참 정직하고, 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만드는 정직한 보쌈!

음식을 맛보기 전에, 주인장의 주 무대를 살펴보기 위해 주방으로 냉큼 들어갔습니다. 조리하는 전 과정을 훤히 볼 수 있도록 설계된 오픈 형 주방인데요. 그곳에 주인장 전원수씨와 꼭 닮은 붕어빵 아들이 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틈나는 대로 주방 일을 도와왔다는 아들 전병준씨. 일본에서 유학하다 이번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한국에 다시 돌아왔는데요. 돌아와서는 묵묵히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습니다.

부자가 소중히 가꾸어온 주방. 그 머리맡엔 또 다른 글귀가 눈에 띄네요. “기본이 근본이다!” 늘 들어오던 상투적인 표현 같은데…. 주인장은 요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건 바로,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요리의 기본인 재료가 최상이라면, 최고의 요리가 된다고 생각해요.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들면, 좋은 요리가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요리의 기본입니다!” 이것이 국수보쌈 집의 기본입니다.

‘국수와 보쌈’ 주방의 발견. 재미있는 사실 또 하나, 바로 요 녀석들~ 타이머와 저울입니다. 주방 구석구석에 시간을 타이머가 부착돼 있는데요. 국수 삶을 때, 고기 삶을 때, 육수 끓일 때 등등 서너 개의 타이머가 벽마다 벽마다 부착돼 있습니다.

“사람마다 요리 만드는 비법과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 솔직히 제 입맛을 믿을 수가 없어요~ 제 스스로 요리를 만들면서 매일 매일 조금씩 맛이 다르다는 걸 느꼈거든요. 매일 매일 다르면 그나마 다행이죠. 배부를 때  다르고, 심지어 물 한잔을 먹고 난 후에도 그 맛이 다르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늘 일정하게 한결같은 맛을 낼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저울과 타이머입니다.”
 

시간과 양을 측정하는 저울과 타이머를 옆에 낀 요리사.ㅋ 이들이 만들어내는 요리는 어떤 맛일까요…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요. 간장, 된장, 생강, 양파를 넣고 포옥 삶은 돼지고기.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잘라 접시에 소담하게 담아내는데요. 여기에 아삭한 배추김치와 무김치를 보기 좋게 담습니다. 소금물에 절일 때 배추 밑동을 담근 다음, 빠른 시간 내에 건져내어 양념하는 것이 배추김치의 아삭한 맛을 유지하는 비법이라고 하는데요.

보쌈 맛있게 먹는 방법. 슬라이스 무를 접시에 깔고, 고기 한점 올리고, 그 위에 새콤하게 저린 양파 얹고, 매콤한 무김치 얹고, 한 입에 쏘옥~ 먹으면 그만입니다. 아삭한 무김치와 고소한 고기가 어우러진 백미 중의 백미입니다.

어린시절, 사장님은 문현동 안동네에 살았다고 해요. 그곳에서 작은아버님께서 돼지 도축을 하셨다고 해요. 돼지 잡는 날이면 마을 어귀에 어김없이 가마솥이 걸리고, 마을 잔치가 벌어졌는데요. 나지막한 평상에 앉아 푸짐하게 먹던 수육과 국수.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시절,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가게 이름도 ‘국수와 보쌈’이라고 정했다고 해요. 그때 그 맛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사장님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선 보쌈과 함께 국수가 나옵니다. 멸치와 디포리, 파뿌리, 감자, 무, 양파를 넣고 우려낸 육수에 중면을 넣고 끓인 맑은 국수입니다.

‘국수와 보쌈’을 먹다보니, 문현동 골짜기에서 잔칫날 먹었던 아련한 그 시절의 향수가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30여 년간 인테리어 업을 하셨다는 전원수 사장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부산의 호텔과 레스토랑을 직접 인테리어하고, 완공했는데요. 다른 사람들의 주방 인테리어를 해주다보니, 자연스레 음식 만드는 방법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 등을 귀동냥으로 듣게 됐다고 해요. 아주 자연스레 요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렇게 가게까지 오픈하게 되었는데요. 사장님이 직접 보여주신 2권의 공책에는 개업 전부터 지금까지 가게를 개업하기 위해 준비해온 이야기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음식 준비부터, 식탁 디자인, 접시 세팅 위치까지 정말 꼼꼼히 써놓으셨는데요. 와우~ 이거야말로, ‘사장님의 진정한 보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주인장에게 요리는 생활이자, 삶이라고 합니다.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 건강한 음식.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는 사장님. 요즘, 요리를 위해, 가게를 위해 매일 매일, 생각하고 연구하는데요. 작은 메뉴판 하나에서부터, 요리와 실내 인테리어까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고, 제작하고, 즐기면서 빙그레 웃는 사장님의 모습 속에서 고된 삶과 일상을 즐기는 진정한 생활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삶과 요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며, 부지런하게 삶을 일구어가는 전원수 주인장. 제대로 된 요리와, 깔끔하면서도 손때 묻은 그의 가게가 궁금하다면… 못골시장 ‘국수와 보쌈’에 들러보세요. 그의 삶처럼, 정직하면서도 깔끔한 요리를 엿보게 될 테니까요. 가격은 수육과 국수가 함께 나오는 점심 특선은 9천원이고요. 보쌈은 소자 2만원부터 시작합니다. 국수와 보쌈 070)4102-8253

작성자
민경순
작성일자
2012-01-27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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