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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살얼음 동동 띄운 밀면, 후루룩!

'묵자' Food Talking

내용

덥다 더워! 창문을 아무리 열어젖혀도 시원한 바람이 불지 않습니다. 온종일 앵~앵~ 울며 돌아가는 선풍기. 돌다돌다 지쳤는지 이제 더운 바람을 뿜어냅니다. 아~ 산과 바다, 자연이 주는 시원한 바람에 묵자의 몸을 맡기고 싶습니다. 바람이 부는 그곳이라면 어디든 떠나고픈 묵자. 얼음이 있는 그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고픈 묵자. 인적 드문 계곡에 앉아 마냥 물장구를 치거나, 쭉쭉빵빵 비키니 입은 미녀들이 거니는 해운대 비치에 그냥 팍 드러눕고 싶네요. 아~ 여름! 이 계절이 주는 목마름을 어떻게 해소 할까요… 한 여름 폭염을 대비한 무더위 쉼터가 있다고 하는데… 에고~ 묵자도 그곳이나 들러 봐야하나… 아무튼, 무엇이든 시원하게 후루룩 마셔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이번엔 찾아 나선 곳은 ‘밀면 집’입니다.
 

밀면은 서울이나 중부지방엔 별 인기가 없습니다. 거의 찾아볼 수도 없고요. “냉면이면 냉면이지.. 왜 밀면이냐?” 고 하는데…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고, 냉면과는 다른… 뭐랄까 밀면의 그 끈끈한 매력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요… 밀면의 매력을 설명하려면 195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함경도 내호에서 냉면집을 하던 정한금씨라는 분이 우암동 피란촌에서 ‘내호냉면’을 내면서 부산의 밀면이 시작되었다고 해요. 당시, 정씨모녀는 메밀로 만든 평양냉면의 모양이 흐트러지고, 또 국수를 즐겨먹던 부산 사람들이 질긴 냉면의 면발을 부담스러워해, 고안해낸 것이 바로, 밀가루 냉면인데요. 밀가루로 만들다 보니 힘없이 툭툭 끊어져,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밀면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금 새 부산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지금의 별미로 자리 잡게 된 거죠. 어려운 시절을 꿋꿋하게 견디며 당시 피란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음식이라 그런지, 부산 사람들의 밀면 사랑은 참으로 각별하고, 애틋합니다.

아무튼, 부산엔 유명한 밀면 집이 꽤 있습니다. 동의대 근처에 위치한 ‘가야 밀면’, 개금시장에 숨어있다는 ‘개금 밀면’ ‘이상재 본가밀면’ 등등... 그 중, 이번에 묵자가 찾아간 곳은 남포동 ‘할매 가야밀면’입니다. 위치는 부산 광복로 번화가에서 나이키 신발가게 골목길로 들어가면 ‘원산면옥’이라는 유명한 냉면집이 있는데요. ‘원산면옥’ 바로 옆집에 ‘남포동 할매 가야밀면’이 있더라고요.

오래된 노란색 간판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입니다. 친정어머니가 하던 밀면 장사를, 큰딸이 이어받아 2대째 하고 있는데요. 남포동에서 가게를 한 지는 20년 정도 됐고요. 서울까지 소문이 나서 외지에서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네요. 묵자가 도착했을 땐 뜨거운 태양이 점차 사라져, 어슴프레한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습니다.

모자 푹 눌러쓴 4,50대 아저씨부터, 쇼핑 여걸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샐러리맨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눈에 띄는데요. 특히, 묵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솜털 뽀송뽀송한 고등학생들입니다^^ 까까머리 고등학생들. 밀면 맛을 아는지 모르는지,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 비워냅니다. 가슴 속을 뻥~ 뚫어주는 밀면 한 그릇. 들어와서 다 먹고 일어설 때까지 다들 10분도 채 안 걸리네요.

손님들께 맛은 어떠냐? 물어보니, 이구동성으로 “맛있고, 양 많고, 가격이 싸요” “특히, 이 국물이 끝내줍니다! 얼얼한 게 너무 시원해요!” “이런 계절에 딱이죠!” “이렇게 시원한 국물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밀면 소자 한 그릇에 4천 5백원. 대자는 5천원입니다. 가격은 일반 냉면보다 조금 저렴한 편인데요. 맛은 어떨까요. 원래 비빔을 좋아하는 묵자지만,  이번엔 특별히 ‘물밀면’을 시켰습니다. 잘 삶긴 면에 매콤한 양념 소스를 얹고, 담백한 돼지고기와 계란 고명이 소담히 담겨져 나오는데요. 보기엔, 다른 밀면하고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그 맛이 아~ 매우 시원합니다! 쫄깃쫄깃한 면에, 샤베트 같은 얼음 육수가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립니다.

혀끝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살얼음 육수.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참 오묘한데요. 한 그릇 먹고 나면 보약을 먹은 듯 든든합니다. 육수의 비법을 물어보니, 12가지 한약재와 사골을 넣고 푹 고아냈다고만 하시네요.

한약재로 뽑아낸 육수를 살얼음처럼 만드는 게 쉽진 않을 텐데… 어떻게 만들었을까 살펴보니, 무려 4단계를 거칩니다. 푹 고운 육수를 꽁꽁 얼린 다음, 요상하게 생긴 뾰족한 도구로 살살 깨어 샤베트처럼 만들어내는데요. 이런 살얼음 육수를 한 그릇 완전하게 만들어내기까지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고 해요. 전문적으로 육수만 관리하는 분이 따로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죠.

육수도 육수지만, 마지막엔 면발의 쫄깃한 맛이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비결은 즉석에서 뽑아낸 생면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손님이 주문할 때마다, 바로 즉석에서 뽑아내는 생면이야말로 맛을 좌우하는 비법 중의 비법이죠.

할매 가야밀면의 맛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시원하고 개운하고 깔끔하다고 해야겠네요. 특히, 그 국물 맛이 잊혀지지 않는데요.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은 잊지 못해 계속 찾는 집 중의 하나죠. 혹시, 밀면 한 그릇으로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분들을 위해 얼마 전부터 이곳에서도 만두를 팔고 있는데요. 다진 돼지고기와 양배추, 부추, 무 등이 들어간 속이 꽉 찬 만두입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만두피가 살짝 두껍다는 건데요. 밀면과 함께 먹으니,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별미 중의 별미네요.

작성자
민경순
작성일자
2011-07-2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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