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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469호 기획연재

셔터를 눌렀다, 언 손가락이 펴지지 않았다

부산시 블로그 인기연재 ‘골목길 어슬렁거리기’ 취재기
와이드 앵글로 본 부산 - ‘쿨 부산’ 골목길 어슬렁거리기

내용

“5분만 더….” 손가락이 제대로 굽혀지지 않을 정도였다. 얼른 사타구니 속에다 손을 넣었다. 아랫도리가 싸늘해지면서 냉기가 등골을 타고 올랐다. 더 멋진 노을을 기다려 마지막 셔터를 눌렀다. 작년 12월 24일 오후 5시 15분. 역대 최저기온 어쩌고 하던 날, 그렇게 찍은 사진은 골목길 어슬렁거리기 제9회 ‘행복의 나라로’에 올려졌다.

범어사 뒷담 길을 어슬렁거리다 비에 젖은 금정산을 담았다

골목길 어슬렁거리기는 ‘궁여지책’이었다. 부산시 미디어 센터가 운영하는 부산시 대표 블로그 ‘쿨 부산’에 매주 글 한 편씩을 올려야 하는데 다른 이들은 보도자료와 취재 기사가 있지만 나에겐 그런 게 없다. 없는 놈은 몸으로 때울 수밖에. 첫 회 글 시작할 때 밝힌 것처럼 카메라만 달랑 메고 무작정 나갔다. 첫 코스로 구포역 부근을 어슬렁거린 건 오로지 오래된 이발소 있다는 ‘들은 이야기’ 하나뿐. 지하철 타고 가면서도 너무 무모한 짓 아닌가했는데 ‘운 좋게’도 현장에서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졌다. 골목길 어슬렁거리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금정구 남산동 새벽 골목시장에서 만난 아주머니.
금정구 서동 산복도로 길에서 만난 아이들.

무계획, 야생 풍경 날것 그대로 전하기.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고민 없을 수 없다. 늘 이야깃거리가 있는 게 아니다. 험악한 분위기에 카메라 뺏길 뻔도 했다. 늘지 않는 사진 기술은 늘 답답다. 찍은 사진 다 버리고 다시 찍으러 나간 적도 많다. 취재에 거의 반나절밖에 시간을 낼 수 없는 것도 치명적이다. 전철타고 가면서 늘 기도한다. ‘오늘도 무사히’.

‘치명적’인 사진, ‘재밌는’ 글 이 둘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블로그는 앙코 없는 팥빵이다. 골목길은 레드오션 분야다. 비슷한 주제로 작업하는 ‘꾼’들이 많다. 차별성 둘 데가 마땅찮다. 누가 그런다. 개고생 사서한다고. 그런데 자꾸 발길이 골목으로 빠진다. 어느새 산복도로 어슬렁거릴 차례다. 근 30~40km 이상 걸어야 한다. 그 비탈진 계단들까지 생각하면….

구포역.

나에게 골목길 어슬렁거리기는 ‘부산사람으로 살기’의 숙제 같은 것이다. 막연히 알던 부산을 다시 공부한다. 시민들의 마음도 알아간다. 사람과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다.
 

작성자
글·사진 원성만
작성일자
2011-04-0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469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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