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시장 옥상에는 □□이 있다.
골목길에서 어슬렁 거리기 (17)
- 내용
며칠째 온천장을 못 벗어나고 있다. 목욕탕 거리를 중심으로 금강원 주변과 원예고등학교 일대를 사흘째 어슬렁거려 보지만 딱히 ‘쿨 부산’에 올릴만한 Cooooool한 모습이나 이야기 거리가 보이지 않는다. 늦깎이 반짝 찍사 실력도 벌써 바닥을 드러내는지 찍는 사진마다 뿌옇고 마음에 안 든다. 그렇다면 빨리 털고 딴 동네로 옮겨가는 것이 상책인데, 이건 또 무슨 미련인지 정신을 차려보면 온천장 역에 내려 있다. 헐~
아마도 이건 뭔가, 풀고 가야할 숙제같은 게 있나보다. “그게 뭘까?” 생각는데, 온천시장 상가 건물 위로 난 경사진 길이 갑자기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을 오갈 때마다 무심코 지나쳤는데 자석으로 끌어 당기 듯 호기심 발동! 게다가 이번엔 바닥난 사진 실력이 아니라 “레알 쌩비디오”.^^
놀랍게도, 온천시장 옥상에는 잘 지은 양옥집이 8채나 있는 작은 마을이 있다. 입구에는 절까지 있다. 집과 집 사이의 간격도 넓어서 웬만한 주택가 골목보다 훨씬 넓다. 마침 대문 열린 집이 있어서 손만 대문 안쪽으로 넣어본다. 손만 넣어도 다 보인다. ㅋㅋ
집마다 나무가 심어진 화단도 있고, 옥상도 있고,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굴뚝도 있다.
공터도 넓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민들 주차장이란다. 동서남북 전망도 색다르다. 허심청 돔 지붕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시장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어서 동네 슈퍼 가듯이 시장을 볼 수도 있다. 마침 시장 번영회 사무실이 눈에 들어온다.
“72년에 상가 건물이 준공되었거든요.”
“1972년예?”
“예. 그때 이 집들이 같이 지어졌지예. 40년 다 됐지예. 가옥대장, 건출물 등기부도 다 있고...”
“다 여기 상인들이 사십니까?”
“아니요. 여기 상인도 있고, 반 이상은 다른 일 하시는 분들이죠.”
“요새로 치면 주상복합 건물이네요. 70년대식 주상복합."
“허허허, 그렇지요.”
턱없이 높기만 하고 삭막한 요즘의 주상복합 건물보다 훨 낫지 않은가.
모 방송 프로에 중앙시장 옥상마을이 소개되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온천시장에도 작은 옥상마을이 있다. 하지만 이 곳도 곧 헐릴 운명에 처해 있다. 인근 온천 인정시장과 통합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 둘이 주사기로 물장난을 하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는 옥상 마을이 어떤 추억으로 남게 될까?
- 작성자
- 원성만
- 작성일자
- 2011-03-0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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