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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서면 먹자골목의 명물, 손칼국수

'묵자'의 Food Talking ⑨

내용

칼바람이 몰아칩니다. 이 바람을 피해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인데요. 제대로 숨지는 못하고 바람을 뚫어 볼 량 ‘묵자’ 오늘도 길을 나섭니다. 선배의 권유로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선배와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서면에 가면 ‘먹자골목’이 있으니… 그곳의 명물을 취재해보라는 선배의 권유로 얼떨결에 따라나섰는데요. 서면 한복판 먹자골목에 들어서니, 입맛을 자극하는 빨간 떡볶이부터, 군침 도는 따끈따끈한 호떡, 지지직-소리부터 맛깔스러운 부침개, 펄펄 끓어 넘치는 돼지국밥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묵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이곳 어딘가에 짐을 풀고 싶은데… 어디가 좋을지… 어디에 풀어야할지 막막합니다.

통닭 한 마리에 밤새 소주잔을 기울였던 옛 추억의 통닭집도 있고,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국밥집도 있는데… 선뜻 들어가지지가 않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한참을 헤매다, 발견한 곳이 있습니다. 서면 도심 한복판에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조그만 가게입니다. 7,80년대 유행했을 거 같은 뿌연 유리문. 그 앞으로 합판 몇 개가 세워져 있고, 낡은 가마솥과 밀가루 판이 보이는데요. 볼품없어 보이는 허름한 가게 안으로 손님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듭니다.

비딱하게 세워진 낡은 밀가루 반죽 판 앞엔 50대의 아주머니가 날랜 솜씨로 반죽을 하고 있습니다. 기다란 밀대로 밀고 또 밀어 반죽을 얇디얇게 만들어낸 다음, 착착 접어 커다란 식칼로 썩썩- 썰어내는데요. 처녀의 건강한 머리칼처럼 굵은 국수 가락이 쑥쑥 뽑아져 나옵니다. 공장에서 뽑아낸 미끈한 면발은 아니지만, 제각각 개성을 간직한 진짜 베기 손칼국수입니다. 바지런히 면발을 뽑아내는 아주머니의 기찬 솜씨에 ‘묵자’ 넋을 빼앗기고 맙니다.

“그렇게 사진만 찍어대지 마시고, 한 그릇 자시고 가소~ 이리 들어와 앉으소! 서면시장에서 ‘기장 칼국수’ 모르면 간첩인디... 기차게 맛있응께~ 한 그릇 먹고 가소!”

나중에 알고 보니, ‘기장 칼국수’ 하면 꽤나 유명한 집으로, 서면시장 상인들이 추천하는 맛집 중의 맛집이라고 합니다. 간판도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맛있는 칼국수 집으로 소문이나 줄을 서야 먹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하네요. 아무튼, 아주머니의 권유로 철퍼덕 주저앉은 묵자. 아주머니께서 황급히 말아주시는 칼국수 한 그릇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커다란 칼로 쓱쓱 잘라낸 면발을 뜨거운 가마솥에 넣고 머리감듯 헹구어 담아내는데요. 면발이 보드랍게 익을 때까지 휘휘 저어주는 것이 칼국수의 쫄깃한 맛을 결정짓는 포인트라면 포인트입니다.

그릇에 소북이 담긴 면발. 여기에 쑥갓과 파를 얹고, 육수 넉넉하게 부어, 고춧가루와 깨소금 팍팍 뿌리고, 다진 마늘과 양념장을 얹으면 기찬 맛을 자랑하는 ‘기장 칼국수’가 완성되는데요.

거참, 만드는 방법 한번 간단하죠. 푸짐한 칼국수 한 그릇. 그저 바라만 볼 수 없어 얼른 젓가락을 들고 맛을 봅니다. 후루룩 후루룩~ 쩝쩝~ 가느다란 면발, 굵은 면발, 못난이 면발, 제각각의 개성을 간직한 면발들이 얽히고 섞여 쫄깃하면서도 촉촉한 맛을 내는데요. 씹히는 식감이 일품입니다. 살짝 밍밍한 국물도 왠지 매력적이게 느껴지는데요. 멸치, 다시마, 무 등을 넣고 푹 끓인 담백한 육수 때문입니다. 뭐랄까… 화장 안한 시골 누이의 얼굴을 닮았다고 해야 할까요… 때 묻지 않은 듯 순박하고 향긋한 맛. 촌스럽지만 따뜻한 촌색시 같은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기장 칼국수’ 한 그릇이 아스라한 추억의 저편으로 ‘묵자’를 데려다 놓습니다. 유년시절, 커다란 대청마루가 있는 외할머니 집. 쏴악- 쏴악 쏟아지는 비가 거침없이 처마를 때립니다. 대청마루에 엎드려 시원한 빗소리에 취해있노라면… 외할머니는 어김없이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치대며 칼국수를 빚곤 했습니다. 밀가루 반죽을 거침없이 미는 할머니. 가느다란 면발을 뽑아내기 위해 밀고 또 밀고 또 미는데요. 쏟아지는 비와 칼국수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 그때부터 인 거 같습니다.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깔끔한 육수에 호박을 송송 썰어 넣어 끓인 외할머니표 칼국수. 화려한 장식도 꾸밈도 없는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데요. ‘기장 칼국수’를 만나니, 외할머니표 칼국수가 떠오릅니다.

“칼국수 맛있습니꺼?” 손님에게 물으니, “칼국수 먹고 싶으면 이리로 달려와요!” “깔끔하고 담백한 게~ 칼국수 본연의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옛날, 우리 할매가 끓여준 그 맛이라니까요... 그래서 자주 와요!”

눈이라도 내릴 듯 하늘이 어둑어둑하고, 바람이 매섭습니다. 눈은 좀처럼 내리지 않는 부산이니, 차가운 비가 쏟아질지도 모르겠네요. 이럴 때 서면 ‘기장 칼국수’에서 뜨끈한 칼국수 한 그릇 하이소~! 051)806-6832

작성자
민경순
작성일자
2011-01-2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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