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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한 때 서면바닥에서 날렸다 아이가.”

마트댁의 전통시장 나들이 ②

내용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쯤. 1990년대 부산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하나쯤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피 끓는 젊은 청춘들이, 게다가 소위 잘나간다는 학생들에게 이곳은 ‘아지트’로 불리기도 했다.

바로 서면이다. 지금은 롯데백화점이라는 거물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당시 학생들에게 롯데백화점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정확한 지리적 명칭은 복개천. 복개천 앞 서면시장과 먹자골목 일대가 이들의 놀이터였다.

“오늘 서면 뜬다, 삐삐치라~”

이런 멘트가 나오면 자동적으로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정렬한다. 그리고 모임이 끝나면 시장통 먹자골목 통닭집에서 소주 한잔에 ‘고래고래’ 고함도 쳤겠지. 그렇게 술에 취했는지, 패기에 취했는지, 젊은이들 서넛이서 부둥켜안고 교가 부르는 모습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지.

겨울철 칼바람도 그 기세를 꺾을 수 없었던 젊은이들의 거리. 레알 부산, 서면시장 앞을 십수년이 지나 다시 찾아가봤지…. 그냥, 그냥, 그냥이지. 30대 아줌마에게 무슨 옛 기억이 있다고.
 

<바람>(2009년)이라고, 요즘 최고주가를 달리고 있는 황정음이 출연했고, 올 로케 부산 촬영에, 전 배우 부산 출신 캐스팅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영화가 있다.

그 영화 주연배우가 ‘정우’라는 신인배운데, 그 배우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란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본 사람들이 <친구>보다 더 리얼하고, 최근 본 영화 중에 흡입력있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 네이버 영화 평점이 9.28이다. 참고로 영화 <친구>는 평점 8.29다.

아무튼 이 영화에는 우리 주변에서 본 듯한 아이들이 많이 나온다. 그것도 서면시장 앞에서 자주 마주쳤을법한 아이들. 당시엔 무척 무서웠을 아이들… 그들이 성장해서 지금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또 걱정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친구야, 어디갔노. 친구야….”
 

느닻없이 서면바닥을 찾은 건 순전히 이 영화의 포스터 때문이었다. 회색빛 도는 오래된 서면시장 건물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 나이 또래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날까도 궁금했다.

서면시장은 역시 ‘서 면 시 장’이라고 적힌 그 간판 앞에 서보아야 맛이다. 큰 냄비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돼지 수육 내, 모락모락 뜨거운 김을 뿜고 있는 만두집, 칼국수집 온기, 부적거리며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다지 변했다는 느낌은 없지만, 골목이 예전보다 넓어진 것 같다. 집집마다 간판도 제법 깨끗하고.

그래, 바로 이 곳이야.

사는 게 힘들어 어깨 축쳐져 들어와도 도닥도닥 내 등을 두드려 줄 것 같은 고향의 느낌, 따스한 온기가…. 그 골목에 서면 왠지 낯익은 느낌이 든다.

“약속 없어요? 추운데 얼른 들어 오이소. 국밥 한 그릇 하고 가이소.”

시장 앞 골목길에서 이모들이 붙잡는다. 옛 추억 하나 꺼내볼까 서성이다, 이내 돌아선다.

국밥 골목을 지나 서면시장 간판이 내걸린 건물 한쪽 벽면으로 통닭집이 즐비하다. 바뀌었다 생각되는 것 중에 하나가 이 통닭집이다. 통닭집 숫자도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골목도 넓어진 듯하다. 어둑어둑한 저녁, 교복 깃을 세우고 주머니 깊숙이 손을 찔러 넣고 통닭 집 앞을 어슬렁거리던 그 많은 아해들도 보이지 않는다.

모가지 없이 통째로 튀겨진 통닭들이 가게 앞에 진열 돼 있다. 통닭 한 마리에 소주 한잔. 이 골목에 얽힌 이야기도 한 두가지가 아닐텐데. 그저 몇몇 집들만이 서면시장 앞 통닭골목의 예전 명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부산의 번화가이자 중심지, 서면. 그곳에 사람냄새 진한 전통시장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통, 사람, 물류의 중심지에 시장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

1940여년부터 형성된 이곳 서면시장에는 노점상을 포함해 250여 상점이 있으며, 도소매 등 종합시장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떡볶이, 칼국수, 돼지국밥 등이 유명한 먹자골목이 자리 잡고 있어 서면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안겨준다. 근처 서점, 영화관, 지하상가 등에서 놀다가 배가 고파 먹자골목을 찾는 커플들에겐 서면시장이 필수 데이트 코스. 신구조화가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광경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차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세상은 화려하다. 길 하나 건넜을 뿐인데, 시장에서 바라보는 반대편 길은 ‘동경’이나 ‘서울’의 중심가와 맞먹어도 될 듯하다.

그러나 서면시장으로 가려는 이들이여. 그 복잡한 사거리에서 길 잃지 말 것이며, 뒤도 돌아보지 말 것이며, 곧장 서면로 68번길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라. 또 다른 낭만을 경험할 것이다.

어둠이 드리우면 이 일대 골목은 더욱 빛이 난다. 이름하여 먹.자.골.목. 외국인들이나 관광객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는 부산의 대표적 명소이다. 누구나가 즐겨하는 떡볶이, 순대, 닭꼬지 등 맛나는 군것질 음식을 즐기면서 화장품, 신발, 옷, 모자, 목도리 등을 쇼핑할 수 있는 곳이다. 흡사 명동의 뒷골목 같기도 하다.

사실 이 일대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서민들의 장터였던 서면시장은 작아지고, 시장 앞 골목은 여전히 활력이 넘친다. 어찌보면 아이러니다.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이 붐비는 서면시장 앞 골목. 하하호호. 여기저기서 팔짱 끼고 지나가는 웃음소리에 귀가 쫑긋해진다. 지금 세대는 또 지금의 추억을 만들고 있겠지.


 

서면시장 앞을 서성거리는 그대들이여. 정작, 서면시장에는 가보셨는가.

젊은이들의 열기가 가득한 먹자골목을 지나 서면시장 건물에 들어서면 참으로 오래된 풍경들이 펼쳐진다. 마트댁이 초등학교 시절 엄마 손잡고 다니던 시장과 모습이 비슷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시간이 늦어서인지 건물 안은 다소 한산하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건물 1층엔 유명한 칼국수집을 비롯, 작은 식당들과 부식가게가 자리하고 있고, 낡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옷수선 가게, 그릇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다.

근처 백화점과 전속 계약이 돼 있다는 한 옷수선 가게 주인은 사진 찍을 틈도 없이 작업에 한창이다. 가끔 느끼는 거지만, 일에 몰두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건너편엔 호텔, 식당 등에 도매급으로 그릇을 납품한다는 곳에는 누가 와서 하나 가져가도 모를 정도로 많은 수의 그릇들이 벽면과 중앙에 진열돼 있다. 1층에도 뷔페식당 등에 그릇을 취급한다는 집이 한군데 있다. 거물급 소비자에 비하며 나 같은 일반인은 달갑지 않을지도 모른다.

반면, 철수한 가게들도 제법 눈에 띈다.

“상가 운영하기가 좀 어렵지요. 예전에는 이 일대 주민들이 많이 와서 장을 봤지만 이제는 이 일대 상가에서 식료품 사러 오거나 그릇, 옷수선을 부탁하는 정도지요. 그렇지만 큰 거래 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

상가번영회 관계자 말에 따르면, 어차피 먹자골목에 들어선 시장인지라, 시장 1층에 자리잡은 칼국수집, 만두집 등 음식점들이 성행하는 것도 시장 이익의 큰 몫을 담당한단다. 역시 먹자골목에 들어선 시장이라 수익 형태도 바뀌는 듯 하다.

휘이익~. 서면시장 입구를 나서니 화들짝. 정신이 깬다. 이 날은 또, 어지간히 추운 날이었다. 시장 앞 골목에는 칼바람이 부는 듯 했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내 손가락도 벌겋게 얼어가고. 먹자골목 어느 가게에서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저 연기를 향해 뛰어 가고 싶을 뿐이다.

2011년 겨울, 서면시장. 추운 시장 바닥에 간이 의자 하나 깔고, 손바닥 쬘 불씨 하나 없이 웅크리고 있던 상인들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작성자
감현주
작성일자
2011-01-2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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