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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서동 골목시장 명물 '계란만두'도 모르는교?

골목길에서 어슬렁 거리기 ⑫

내용

한길에서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런 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세상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도 힘든 좁은 골목이 협곡처럼 뻗어 있다.

49.6㎡ 방 3개. 똑같은 구조의 건물들이 조금의 여유도 없이 따닥따닥 어깨와 등을 붙이고 골목 양쪽에 절벽처럼 서 있다. 마을 전체가 거의 똑같은 모양의 골목과 건물들이 종·횡대로 도열해 있다. 서동, 부산의 대표적인 정책이주지역이다.

골목을 따라 마을 위쪽으로 올라간다. 마을 전체를 둘러볼 참이다.

야채를 실은 트럭이 골목 입구에 진을 치고 있다. 아저씨는 이 동네에 산다고 하신다.

“큰 아파트 쪽에 가시면 좀 낫지 않습니까?”라고 물어보니 그렇지 않단다.

“아파트 사람들은 대부분 차(자가용) 몰고 대형 마트나 백화점 가잖아요. 그라고 요즘엔 아파트 주변에 차도 못 대게 하는 데가 많아요. 그나마 이런 데가 낫지.”

아니나 다를까 골목 한 블록을 둘러보고 나오니 쌓아놓은 배추를 놓고 아주머니 한 분과 흥정이 붙었다. 장사는 역시 눈이 좋아야 한다. 목이 좋은 곳을 알아채야 한다는 말이다.^^

“어디 갔다오냐?”

“공부하고요.”

“점심은 먹었냐?”

“예.”

아이는 과자봉지에 뭐가 써 있는지 허리를 굽혀 열심히 읽고 있다. 길바닥에 떨어진 종이에 적힌 글자를 다 읽느라 머리를 박고 길 중간에 쪼그려 앉아 있곤 하던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아이가 글을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려본다.

“우찌나 추분지. 물도 (얼어서) 잘 안나오고. 대한(大寒)이라서 그렇나 오늘은 더 추운거 같노.” 담요를 말리시던 할머니가 카메라를 보시더니 한 마디 하신다.

길은 산비탈로 이어진다. 같은 모양으로 길게 도열해 있던 골목은 꼬불꼬불한 자유형으로 바뀐다. 산등성이를 오른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앞서 올라가고 있다.

“이 동네 사냐?”

“예.”

“집이 어디야?”

소년은 말없이 묵묵히 골목을 따라 올라가기만 한다.

( ...... 엥? 나, 씹힌 거야?ㅠㅠ)

말을 붙여보려고 열심히 따라잡는다. 하지만 갈수록 숨만 찰 뿐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낑낑...

서동 꼭대기다. 꼭대기에도 집들이 많다. 지붕에 가려 서동 아래쪽은 잘 보이지 않는다. 멀리 저 쪽으로 금사동과 기장 가는 길이 보인다.

산꼭대기에도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능선을 따라 길이 나있고, 길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집들이 줄지어 있다. 왼쪽이 금정구 서동이고, 오른쪽이 동래구 명장동이다. 골목 하나가 구(區)를 나누고 있다. 사진으로만 보면 여느 마을의 평범한 골목인데 말이다. 따라다니던 흰둥이가 뭘 저리 찍나 싶어 길바닥에 앉아 같은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

서동 옆에는 금사공단이 있다. 그렇기에 서동은 한때 공장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로 붐볐다. 49.6㎡에 방이 3개인 것도 자취하는 공장 근로자들에게 방 한 칸은 세(貰)라도 놓고 살라는 의미였다 한다. 당시엔 집밖에 있는 공동화장실을 썼으며, 연탄을 땠다고 한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공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외지로 떠나면서 지금은 빈 집들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무섭지예. 저렇게 집 바로 위에 아무도 안 살고 빈 집이 있으면. (집이 빈 채로 방치된 지) 오래 됐어예. 집주인도 여기 안 살고, 세(貰)도 안 나가고. 요즘은 여기 전세 들어오는 사람도 잘 없어예.

전에는 누가 불을 질러가지고 동네 사람들이 물 뿌리고 소방서 오고 몇 번 난리가 안났습니꺼. 여기는 고지대에 골목이 좁아서 소방차도 못 들어와서 호수를 이어가지고...”
 

아직 서동 이쪽은 폐·공가에 대한 정비가 늦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부산시는 주민 안전과 도시 미관 향상을 위해 빈 집을 철거해 공원이나 주차장, 마을 공동텃밭 등을 조성하고 있다. 폐·공가지역 주변에도 CCTV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작년 말까지 1차로 140대를 설치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100여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 뉴타운, 재개발, 주거환경 개선지구로 지정된 지역이 너무 넓다. 주거환경 개선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줄잡아 130만 명에 달할 거란다. 지역 자체의 예산과 힘만으로는 낙후지역의 폐·공가 정비 등 주거환경 개선사업 추진이 힘들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부산시를 비롯해 전국 6개 광역시에서는 도시빈민층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국가가 적극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으며, 관련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엥? 그런데 얘들은 뭬야? 서동 패밀리가 떳다! ㅋㅋㅋ

견공(犬公) 3총사 너무도 친하다. 공중도덕도 잘 배웠다. 나란히, 나란히 일렬로 다닌다.

한 견공(犬公)이 전봇대에 오줌을 누면 다른 두 견공(犬公)이 지켜 서서 망을 봐준다. 바닥에 뭐가 떨어져 있나 킁킁거리면 다른 견(犬)들이 또 기다려준다. 참 의리도 좋다. 골목길 어슬렁거리기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목적지가 어딘지 따라가 본다. 에휴~ 좀 전에 내려왔던 언덕 쪽으로 올라간다. 얘들아, 오늘 인연은 여기까지다.^^

아마도 옥상에 보일러 기름통이 있나보다. 호스를 어떻게 3층 옥상까지 올렸는지 무척 궁금하다. 옥상에서 호스를 던져 내렸을 리는 없고... 그렇다고 사다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대에 매달아 올렸을까??^^

앗싸~ 방학인데도 문방구 앞 게임기에는 동네 아이들로 문전성시다. 한참 게임에 열이 올랐다. 뒤에서 구경하는 아이들이 더 신났다. 문방구 안에도 아이들이 북적인다.

“아저씨, 왜 찍어요? 아저씨, 뭐 찍어요? 아저씨, 우린 찍지 마세요. 아저씨, 여긴 왜 왔어요? ...”

어딜 가도 집요하게 따라붙는 녀석이 한둘씩은 있다.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질문 공격을 해댄다. 다행히,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게임기 앞으로 간다. 고마울 따름이다.ㅋㅋ

서동에도 산복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단길이 제법 눈에 띈다. 윗길과 아랫길을 계단으로 이어놓았다. 골목 안에서 “와~”하고 아이들의 신나는 함성이 쏟아져 나온다. 공으로 오자미 놀이를 하고 있다. 그런대로 경사가 나은 골목길은 아이들 놀이터다. 골목 밑에 서서 공이 굴러 내려오면 힘껏 차올려 준다. 밑에서 누군가 공을 막아주지 많으면 공은 차가 다니는 큰길까지 떼굴 굴러가버릴 것이다.


차가 다니는 큰길로 나간다. 건너편 골목으로 가볼 참이다. 서동 중간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 도로를 건너서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어이쿠~ 이게 뭐야. 뜻밖에도 도로 쪽에서 보는 것과는 영 딴 세상이 펼쳐진다. 골목 안에 시장이 있다.^^

큰길에서 골목 안쪽을 보면 이렇다.

그런데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한 블록만 들어가면 양옆으로 시장이 길게 펼쳐져 있다.

생선가게, 옷 집, 가방 가게, 빵집, 잡화점... 없는 게 없다. 서동 시장은 서동 고개 밑에서부터 서동 삼거리까지 외길 골목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다. 골목 길이가 무려 1.5km나 된다. 양 옆으로 3층 건물 다세대 주택이 골목을 따라 다닥다닥 늘어서 있다.

아마도 근로자 밀집촌이라 새벽같이 일 나갔다가 잔업, 철야로 밤이나 새벽이 돼서야 돌아오는 근로자들의 생활에 맞춰서 주택가 골목 안에 시장이 형성된 거 같다.

서동 골목시장은 주변의 미로 같은 골목과 함께, 다른 재래시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전혀 색다른 ‘체험관광 코스’의 가능성이 보인다.

점심이 좀 부실했던 데다가 미로 같은 골목도 헤맸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견공(犬公) 3총사 뒤까지 밟느라, 몹시도 출출하다. 속도 좀 채우고 언 손도 좀 녹일 겸해서 시장 골목 모퉁이에 있는 비닐 천막을 씌운 떡볶이 집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손님들이 처음 보는 이상한 걸 시켜 먹는다. 계란말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부산사람이 우째 계란만두를 몬무봤습니꺼? 우리 서동 골목시장 명물인데. 인터넷에도 떴다던데예.”

계란만두 1인분을 시켜본다. 큰 철판 위에 둥그렇게 당면을 깔고 그 위에 날계란을 깨뜨려 올린다. 1인분은 계란 1개다.

당면과 계란이 서로 부등켜 안고 잘 익으면 부침개 뒤집개로 한 번 뒤집어 준다. 그런 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계란 프라이와 파전 만드는 법을 손쉬운 방향으로 하향평준화 시킨 것 같다.^^

주인아주머니 왈, “반송하고 몇 군데서 (계란만두를)하고 있다는데, 우리 집은 바로 즉석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인기가 좋은 거 같아예.^^”

다 익으면 먹기 좋게 잘라서 준다. 짜잔~ 이것이 그 유명한 서동 골목시장 계란만두!

이 집 계란만두 맛을 잊지 못해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단다. 여기 이 두 친구는 서동에서 살다 광안리로 이사를 갔는데 오늘 계란만두 생각이 간절해서 같이 골목시장을 찾았단다.

보충수업 마치고 지나가는 학생들, 장을 보고 가는 주부들, 앉아서 보고 있으니 계란만두 인기가 좋다. 이때까지 어떻게 이걸 몰랐을까 싶다.

계란만두는 그냥 먹기엔 좀 싱겁다. 간장을 솔솔 뿌려먹든지, 떡볶이를 계란만두 위에 얹어 떡볶이 양념을 묻혀서 먹으면 좋다. 한 끼 식사로도 그만이겠다.
 

서동 일대와 금사지역은 부산 최대 뉴타운 구역이다. 전체 규모 152만4456㎡. 윤산을 중심으로 부곡동, 서동, 금사, 회동지역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이다. 현재 사업 진척이 가장 빠른 지역이기도 하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간선도로 놓는 데에 대한 협조 통지서가 집집마다 붙어 있다. 아마도 도로를 넓히나 보다. 오랫동안 버려졌던 서동에도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많은 서동 주민들은 한편으론 불안하다. 서동을 떠나 어데 가서 반듯한 전셋집이라도 구할 정도로 보상비가 나오겠냐는 걱정들이다.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처럼 이웃들의 팍팍한 일상이 좀 더 환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성자
원성만
작성일자
2011-01-2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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