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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지역문화 지킴이로 부산 은혜 보답할 터”

영광도서 대표 김윤환

내용

영광도서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던 동보서적과 문우당이 지난해 문을 닫았습니다. 향토서점의 쇠퇴,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요. 부산 향토서점인 영광도서, 문우당, 동보서적 등은 가장 먼저 신간을 만나 볼 수 있고, 지역 문인과 예술인을 위한 문화사랑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우리 곁에서 서점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때론 쉼터로 빛을 내던 향토서점이 사라진다는 것은 오랜 친구를 잃어버리는 것만큼 가슴 속 한 곳을 허전하게 합니다. 부산 향토서점의 마지막 보루, 영광도서를 지키고 있는 부산문화 지킴이 김윤환 대표를 만났습니다.

1966년 겨울, 16살의 한 소년이 부산으로 왔습니다. 고향 친구를 따라 부산에 첫 발을 디딘 소년은 45년이 지난 지금,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 지킴이로 우뚝 섰습니다. 부산에 유일하게 남은 향토서점 영광도서의 김윤환 대표(62). 그의 사무실 벽에는 “하면 할 수 있다”는 좌우명이 걸려 있습니다.

경남 함안에서 6남 3녀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난 김 대표는 중학교 때 도서부원을 하며 국어선생님을 꿈꿨습니다.

“한학자였던 아버지께서 서당을 운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명심보감 낭독하는 소리를 쭉 듣고 자랐습니다.”

김 대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공부에 대한 열망을 포기할 수 없어 무작정 부산을 향했습니다. 공부에 대한 열정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난다는 결심이 쉬운 일이었을까요, 그 때부터 고생길이 시작됐습니다. 김 대표는 인생을 돌이켜볼 때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회상합니다. 하지만 워낙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 탓에 어린 나이에도 어려움들을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1966년 겨울, 부산 번화가인 서면에는 당시 부산상고 뒤편으로 고서점 27곳이 있었습니다. 신간서점들도 꽤 많았습니다. 쥬디스태화 뒤편에 있던 육군형무소 담벼락에도 50여 곳이 넘는 서점이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서점 가운데 고향 함안을 떠나온 소년의 눈에 ‘함안서점’ 간판이 한 눈에 들어온 건 당연지사. 김 대표가 무보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곳입니다. 우연히 찾은 서점이었지만 인연이란 참으로 묘했습니다. 서점 주인이 큰 형과 막역한 친구 사이였던 거죠. 그 때부터 서점 일을 익히며 새우잠을 자며 숙식을 해결했습니다.

김 대표는 1977년부터 헌 책방을 직접 운영했고 1978년 신간서점으로 바꿨습니다. 김 대표는 삼륜차를 가득 채우고 남는 분량의 많은 헌책들을 되팔지 않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자신도 넉넉하지 않던 형편이었지만 헌책을 중학교에 기꺼이 기증했지요. 이 일로 김 대표는 주변으로부터 격려와 칭찬을 많이 받았고 서점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어린 나이였지만 서점 운영과 홍보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습니다. 다른 서점에 없는 책들도 발품을 팔아 구해다 주었습니다. 서울을 매주 오르내리며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책을 꼭 구해왔습니다. 영광도서에 가면 못 구하는 책이 없다는 입소문이 자연스레 퍼졌지요. 책을 아끼고 독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오늘의 영광도서를 만든 초석을 놓은 것입니다.

“서점 운영은 제 인생의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책 덕분에 무일푼이었던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부산시민과 책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과의 의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낙동강을 자주 찾습니다. 낙동강은 부산과 고향 함안을 이어주는 정겨운 대상이죠. 부산 하면 바다를 떠올리지만 김 대표의 부산사랑은 강과 산을 아우릅니다. 낙동강사랑연대 회장을 역임하며 낙동강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요. 지역사회에 도움 될 만 한 일이 없을까 고민하기에 잘못된 지명을 찾아 바꾸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역 어르신, 학자들과 함께 고증을 통해 엄광산과 봉래산 등 옛 지명을 복원했습니다. 지도를 바꾸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밖에도 부산문화재단 이사, 향토기업사랑시민연합, 부산을 가꾸는 모임 대표 등을 역임하며 부산을 지키고 가꾸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진정 부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김 대표를 부산시민들은 ‘부산문화 지킴이’라고 부르는 까닭입니다.
 

김 대표는 ‘영광도서 독서토론회’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습니다. 1993년부터 시작해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토론회는 지난해 12월 147회를 맞았는데요. 영광도서 독서토론회는 단순한 토론회를 넘어서서 저자와 독자가 소통하는 자리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토론회 참석 시인이나 소설가의 면면은 당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갤러리 운영 등을 통한 다양한 문화콘텐츠 제휴로 지역사회 문화발전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종로서적이 100년을 못 채우고 문을 닫았고 부산의 동보서적도 문을 닫았다. 이제 전국의 마지막 보루가 됐다”며 “그래서 더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시민들이 원하는 서비스와 시설을 갖추고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다짐입니다.

향토서점의 위기 속에도 김 대표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책 향기와 문화가 꽃피는 부산을 만드는데 더 한층 노력할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월급은 받지 않고 주차장 수익과 임대료 등으로 서점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에서 잘 팔리는 책들만 진열하고 온라인으로 저가로 판매하는 대형 서점들을 수익 면에서 이길 수 없다고 그는 믿고 있습니다.

“영광도서를 여전히 부산시민들이 찾는 이유는 정말 필요하고 보고 싶은 가치 있는 책들이 가득한 ‘보물창고’이기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향토서점은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 참여 욕구를 풀어주고 문화예술 활동 지원과 교류의 장이기 되어야 한다”며 “시민들의 사랑과 성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역사에 남는 서점, 도서관과 서점 역할을 함께 하는 부산의 문화공간으로 끝까지 부산시민과 함께 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부산의 향토서점 영광도서가 부산문화의 사랑방으로서 오래도록 시민의 사랑을 받길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작성자
박혜빈
작성일자
2011-01-0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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