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도둑들’ … 천만관객 영화 촬영지
‘부산국제영화제’ 발상지 … 국제시장·용두산공원·자갈치시장 관광명소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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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용두산길에 위치한 중앙성당 앞에서 영화 ‘변호인’을 촬영하는 모습.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 개최도시이자 부산영상위원회, 영화의전당 등 영화 관련 기반시설이 집약돼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시 차원의 전폭적인 영화제작 지원 등 영화·영상중심도시로서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도시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중 많은 수의 작품이 부산의 도움으로 부산에서 촬영을 했다. 관객 천만명을 넘긴 영화 ‘국제시장’ ‘해운대’ ‘도둑들’ ‘변호인’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굵직한 작품들도 부산에서 촬영됐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촬영을 지원한 영화 및 영상물이 1천편을 훌쩍 넘어섰다고 하니, 한국영화산업에서 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 속 부산’을 찬찬히 따라가 본다.
한국 영화 발상지, 중구
한국 영화의 발상지, 부산에서도 ‘중구’는 대한민국 최초의 영화상영관과 영화사가 있었던 곳이다. 대한민국 영화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란 말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시절 광복동 일대는 ‘행좌’ ‘소화관’ ‘보래관’ ‘시민관’ 등 수많은 영화 상영관이 들어섰으며, 남성여고 인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사인 ‘조선키네마주식회사’가 자리하기도 했다.‘부영극장’ ‘부산극장’ ‘국도극장’ ‘제일극장’ 등 부산의 대형 개봉관들이 밀집한 중구는 1950∼80년대 영화대중문화를 이끌었던 곳이다. 게다가 부산 근대사의 다양한 문화유산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영화촬영지로서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국제시장·자갈치시장·용두산공원·영도다리·부산항·광복동 등이 대표적이다.부산의 정체성이 담뿍 묻어 부산 냄새가 폴폴 나는 흥행작들 중 영화 속 대표적인 장면을 중구에서 촬영한 영화로는 ‘국제시장’ ‘도둑들’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 ‘친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든 촬영을 부산에서 한 영화 ‘깡철이’에도 중구의 모습이 등장한다. 강철(유아인)이 야쿠자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의 배경이 바로 코모도호텔이다.
피란민들 애환 서린 40계단·영도다리
부산 중앙동 40계단 부근 골목은 6·25전쟁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전국의 피란민들이 이곳으로 몰려왔다. 이들은 중앙동을 중심으로 임시 거처인 판자집을 짓고 살았는데, 헤어진 가족들과 만남의 장소로 40계단을 이용했었다. 그 시절의 피란민들에게는 40계단이 헤어진 가족을 그리며 마냥 ‘앉아 우는’ 장소였던 것이다.40계단은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안성기와 박중훈의 결투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팝그룹 ‘비지스’의 ‘할리데이’가 잔잔하게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가운데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날리는 장면이 압권이었던 영화다. 지금은 40계단문화관광테마거리를 조성해 아코디언 연주자, 낮잠을 자는 지겟꾼, 물동이를 진 소녀, 뻥튀기 장수 등 피란시절을 떠올리는 여러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영도다리’로 불리는 영도대교는 1935년 영도와 중구를 잇는 도개식 다리로 준공됐다. 다리의 기능과 운하의 기능을 모두 확보하기 위한 구조물이었던 것. 이후 1966년 영도대교에 상수도 시설을 설치하면서 도개의 기능을 중단했다가 2013년 다시 다리를 들어올렸다. ‘영도다리’는 40계단과 더불어 6·25전쟁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이다. 이 다리 역시 전쟁을 피해온 피란민들이 흩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만날 약속을 했었던 장소였다. 영화 ‘친구’에서는 준석(유오성), 동수(장동건), 상택(서태화), 중호(정운택) 등 네 명의 친구들이 어린 시절 영도다리를 건너며 ‘돌고래가 빠른지, 조오련이 빠른지’ 입씨름 하던 장면을 촬영했다.
▲자갈치시장 공영주차장에서는 영화 ‘도둑들’의 주인공들이 멀리 남항전경을 바라보며 보석을 훔칠 모의를 하는 장면을 촬영했다자갈치아지매의 고향, 자갈치시장
자갈치시장은 1920년대 ‘남빈시장’으로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전국 최고의 연근해 수산물 집산지이자 부산을 대표하는 시장이다. 1922년 부산어업협동조합 위탁 판매장이 개장하면서 시장이 들어섰고, 1970년 자갈치시장이 개설됐다. 원래 자갈이 많았던 해안가에 시장이 들어서 자갈치시장이라 불리게 됐다. 부산의 억척스런 어머니상인 ‘자갈치아지매’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자갈치시장은 영화 ‘친구’의 준석(유오성)과 동수(장동건)가 자신의 폭력조직을 위해 서로의 이권을 두고 싸우는 장소이다. 영화 ‘도둑들’에서는 주인공들이 자갈치공영주차장에서 멀리 남항전경을 바라보며 보석을 훔칠 모의를 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자갈치건어물시장은 영화 ‘친구’의 고교시절 4인방이 가방을 옆구리에 낀 채 달리는 장면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특히 이 골목은 일제강점기 시절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을 거슬러 걷는 느낌을 만끽할 수도 있다. 옛 ‘점바치 골목’에 조성된 유라리광장에서는 영도대교의 도개장면을 볼 수가 있어 최근에 인기 있는 관광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국제시장, 영화 ‘국제시장’으로 전국적 명성
용두산공원은 부산 원도심의 시민공원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승려들이 자신들의 신을 모시던 신사가 있던 곳으로, 광복 후에는 일본신사는 불에 타 모두 소실됐다. 6·25전쟁 때는 피란민들의 판자촌이 자리했던 곳이다. 이 용두산공원은 영화 ‘국제시장’에서 월남파병을 자원해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 주인공 덕수(황정민)와 이를 말리는 아내 영자(김윤진)가 공원 벤치에서 말다툼 하는 장면을 찍은 곳. 한창 말다툼 중에 국기 하강식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영자(김윤진)가 싸움을 멈추고 마지못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던 모습은, 영화 국제시장의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용두산 공원 안에는 꽃시계, 이순신 장군 동상, 4·19 혁명탑, 백산 안희제 선생 흉상 등이 있으며, 부산 원도심의 랜드마크인 부산타워도 있다. 부산타워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부산 원도심 시가지와 부산항의 아름다운 야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출연진들이 일렬로 늘어서 활보하는 포스터 사진을 촬영한 중앙동 음식점 거리‘꽃분이네’ 부산관광명소 인기
국제시장은 부산 최대의 종합시장으로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시장형태를 갖추기 시작해, 6·25전쟁 무렵에는 전국 각지에서 피란 온 사람들의 ‘생활터전’이 된다. 1948년에 ‘자유시장’으로 단층목조건물 12동을 건립해, 6·25전쟁 중에는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없는 물품이 없다’ 하여 국제적인 시장, ‘국제시장’으로 불리게 된다. 속칭 ‘케네디시장’이라고도 부르는 창선동의 의류도매 및 덤핑시장과 일용잡화, 문구, 가전제품 상가와 기계공구상 등이 모여 있다. 이런 국제시장이 영화 ‘국제시장’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영화에서 덕수(황정민)가 고생한 끝에 국제시장에 어엿한 자신의 가게인 ‘꽃분이네’를 열고 감격에 겨워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영화 속 ‘꽃분이네’는 지금도 그 간판 그대로 잡화점 영업을 하고 있다.
▲ ❶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 송우석(송강호)이 사법시험 공부를 위해 헌책을 다시 구입하는 장면을 촬영한 ‘보수동책방골목’.
❷용두산공원은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황정민)와 아내 영자(김윤진)가 공원 벤치에서 말다툼 하는 장면을 찍은 곳이다.
전국 최대 헌책방 골목 ‘보수동책방골목’도 영화 배경
보수동책방골목은 ‘부산의 지식창고’이자 전국 최대 규모의 ‘헌책방 골목’이다. 6·25전쟁 발발 직후 구덕산 일대와 보수동 뒷산 등에는 피란 온 많은 학교들이 ‘천막교실’을 짓고 ‘전시연합학교’를 운영했다. 때문에 학생들의 통학로였던 보수동 골목은 언제나 북적거렸다. 자연히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서 책을 팔려는 사람들과 책을 사려는 사람들을 상대로 노점 헌책방이 성황을 이뤘고, 이 노점들이 하나둘 현재의 골목에 자리 잡게 된 것이 ‘보수동 책방골목’의 시초인 것. 영화 ‘변호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맡았던 ‘부림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 송우석(송강호)이 아들 출산을 계기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사법시험 공부를 위해, 헌책방에 팔았던 사법고시 책을 다시 사는 장면을 ‘보수동책방골목’에서 촬영했다. 보수동책방골목 인근에는 국제시장과 더불어 6·25전쟁의 고난과 격동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부평깡통시장’이 있다. 전쟁 당시 이곳에는 미군이 먹던 통조림 등 깡통음식들을 음성적인 방법으로 반출해 난전에서 사고팔았다. 그래서 이 시장을 한때 ‘깡통시장’이라 불렀다. 지금은 부산의 대표적인 야시장이 들어서 전국의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다양한 부산의 향토음식과 아시아 여러 국가의 음식들을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어 늘 사람들로 붐비는 관광형시장이다.그 외 중구의 유명촬영지로는 영화 ‘도둑들’의 총격 장면을 촬영한 부산데파트와 옛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출연진이 일렬로 늘어서 활보하는 포스터 사진을 촬영한 중앙동 음식점 거리, 영화 ‘신세계’에서 정청(황정민)이 자신의 중국패거리와 회식을 하면서 건배를 하던 장면과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형배(하정우)의 먹방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 등을 촬영한 동광동 ‘화국반점’ 등도 눈여겨보며 중구를 걸어볼 일이다.
- 작성자
- 최원준 시인
- 작성일자
- 2017-01-0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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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17년 1월호 통권 123호 부산이야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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