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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509호 기획연재

“박물관은 살아있다”… 유물에 숨결 불어넣는 그들

부산박물관 이선애·황정애 도슨트

내용

“즐겁게 하는 건 못 이긴다.” 

2003년, 부산박물관에 처음 도슨트 제도가 도입됐다. 그 첫 시작의 산증인이 이선애(73세) 도슨트다. 그녀는 그 이전, 2001년부터 부산박물관 관람객을 안내하는 자원봉사를 했다. 부산의도슨트 개척자인 셈이다. 

“사학을 전공하기도 했지만, 원래 역사를 워낙 좋아했다”는 이 도슨트는 주부로 지내던 중 박물관 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내가 그동안 역사를 너무 잊고 살았네’ 하며 기쁜 마음으로 신청했다. 그녀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보다 박물관에 나와서 공부한 게 훨씬 많다”며 멈추지 않는 배움의 즐거움이 크다고 했다.

황정애(63세) 도슨트는 2008년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20년간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바쁜 삶을 살았던 그녀는, 은퇴를 준비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중 박물관으로 향했다. 국문학과 민속학을 전공하고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이 그녀를 자연스럽게 도슨트의 세계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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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물관 도슨트의 길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이선애 도슨트는 “2003년 도슨트 제도가 처음 생겼을 때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고 회고한다. 당시 전국에서 도슨트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역사박물관 1곳뿐이었다. 그래서 부산 도슨트들은 스스로 활동 방식을 개발하고 훈련하며 부산 도슨트 역사의 기틀을 닦았다. 이 때문에 “부산의 도슨트 시초는 부산박물관 도슨트”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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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물관 이선애(맨위 사진 오른쪽)·황정애 도슨트는 부산의 박물관 도슨트 개척자다(사진은 이선애·황정애 도슨트가 부산박물관 부산관 입구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과 관람객에게 유물을 설명하는 모습).
 

“예나 지금이나 도슨트가 되기 위한 과정은 체계적이고 혹독합니다. 먼저 1년 이상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유물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합니다. 이후 도슨트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정식 도슨트가 될 수 있고, 경쟁률도 매우 높아요.”

부산박물관이 도슨트 제도를 도입한 초기에는 6개월간의 도슨트 교육과 3개월간의 문화관광해설사 교육을 병행하기도 했다. 교육 내용은 유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역사적 배경, 작가 정보, 제작 기법 등)와 전시 해설 능력 향상(관람객과 소통 방식, 작품 설명 방식, 전시 공간과 동선 이해 등)으로 나뉜다.

박물관 측의 CS(고객 만족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교육과 학예사들의 교육 지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도슨트들의 자발적인 학습이다. 이선애‧황정애 도슨트는 전시 패널을 끊임없이 읽고 분석하고 궁금한 점은 자료를 찾거나 역사 관련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꾸준히 공부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늘 공부를 하는 이유는 도슨트의 해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오디오 가이드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관람객과 쌍방향 소통을 통해 전시의 감동을 극대화하고 역사를 현실로 소환해야 하는 일은 공부 없이 해내기 어렵다.

그래서 부산박물관 도슨트들을 만나면 ‘말의 품격이 다르다’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들은 역사의 흔적 위에서 관람객과 교감하며 유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언어의 마법사다. 

역사와 유물 전문가로 박물관을 찾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그들. 자원봉사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들에게 도슨트 활동은 금전적인 보상을 넘어, 자신이 사랑하는 분야에서 즐거움을 찾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원동력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의 오랜 공부와 노하우를 그저 대가없이 서비스 받는 것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예전처럼 도슨트들이 다른 지역 답사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 해줬으면 좋겠어요. 코로나 전에는 1박 2일로 강원도도 가고 수도권 답사도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당일치기 답사라 경상도만 맴돌고 있어요. 도슨트들은 답사하면서 궁금한 것 확인하며 공부도 하고 친분도 쌓고 하거든요. 하하.”

이선애․황정애 두 베테랑은 박물관 도슨트 활동이 삶의 활력소이자 건강 유지의 비결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나오기 때문에 건강하다”며 “박물관까지 걸어오고, 서서 안내하고, 전시 동선을 걷는 활동 자체가 운동이 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도 신경 쓰고 외모를 꾸미는 과정 자체가 활력을 준다고 덧붙였다. 역시 공감을 일으키는 진솔한 이야기다.

작성자
구동우
작성일자
2025-09-0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509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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