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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04호 기획연재

현대판 보부상과 만나다…과거·현재 공존, 오시게장

전통시장 나들이_②오시게장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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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게장은 조선 후기 동래 읍내장에서 출발해 노포동역 앞에 자리 잡은 오일장이다.


2일과 7일은 5일에 한 번씩 서는 오시게장이 열리는 날. 이날은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노포행 열차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으로 변신한다. 어르신은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곳으로, 젊은이는 노천 박물관 같은 구경거리와 넉넉한 인심, 푸짐한 먹거리를 즐기게 하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오시게장은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옛 장터의 모습이 살아있는 곳이다. 장날이 되면 노포역 주변은 시공간을 넘어온 사람들과 길가 난전에 펼쳐진 상품들,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심 속 5일장으로 안내한다. 

글·안덕자(동화작가) / 사진·문진우


· 가는 법: 부산종합버스터미널, 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 맞은편 일대(부산시 금정구 중앙대로 2243)
· 장 서는 날: 매월 2일·7일(2일, 7일, 12일, 17일, 22일, 27일)


동래 읍내장에서 출발 … 마을 이름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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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게장 전경.


오시게장을 사람들은 `노포동 오일장' 또는 `노포 오시게장'으로 부른다. 시장 이름인 `오시게'가 `어서 오시게' `잘 가시게'처럼 손님을 맞이하거나 보낼 때 쓰는 인사말에서 나온 줄 알았다. 웬걸? 아니다. 오시게장은 조선 후기 장시가 발달하면서 형성된 동래 읍내장이었다. 상설 동래시장에 밀려나 부곡동으로 옮겨오게 됐고, 까마귀가 많았다는 부곡4동의 옛 이름인 `오시게 마을'에서 시장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이후 주민과 마찰이 생기자 구서동으로 옮겼다가 노포역 앞에 공터를 빌려 터를 잡기 시작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노포에 장이 선 지도 30년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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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먹어 본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수수부꾸미.


오시게장을 제대로 보려면 장터 안과 장터 밖으로 나누어 봐야 한다. 커다랗게 철문을 만들어 놓은 오시게 장터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뭘 사려고 줄을 서 있다. 팥이 듬뿍 들어간 풀빵이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손님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풀빵을 파는 뒤로는 해녀들이 물질해 건져온 전복 해삼이 보이고 문어는 살아서 꿈틀꿈틀 댄다. 싸전 앞 난전엔 할머니가 네모난 팬에 아이 주먹만 한 수수 반죽을 올려 부지런히 수수부꾸미를 구워낸다. 어렸을 때 먹어 본 사람이라면 그냥 못 지나간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수수부꾸미 팬 주위에 놓여있는 낮은 목욕탕용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먹는 쌉쌀한 부꾸미는 타향살이 배고팠던 향수까지 채워준다.


상인·손님 서로 배려 … 인심 넘치는 곳
장터가 둥그런 원형 형태여서 그런지 속닥하다. 넓지만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면 대충 감이 온다. 길 잃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가장자리에는 싸전, 방앗간, 건어물, 국밥, 식당, 식육점 등이 크게 자리를 잡고 있고, 가운데로는 좌판을 조금 높게 하여 옆집과 서로 팔 물건이 겹치지 않게 옹기종기 보기 좋게 장을 펼쳐 놓았다. 천식에 좋다는 생엿도 보이고 강정을 파는 사장님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강정 맛을 보인다.


이렇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면 뱃속이 출출하다. 뭐니 뭐니 해도 장터 하면 국밥 아닌가! 국밥집 사장은 하루 장사를 위해 이틀 동안 고기 피를 빼고, 장날 새벽 2시에 나와 고기를 삶고 살을 발라내 국밥 국물과 고기를 손질해 놓는다. 그다음, 전국에서 제일 쌀 것 같은 맛있는 국수.


"2천 원 했는데, 오래 전에 손님들이 500원씩 올려줘 가 2천500원 받아예. 이제는 물가도 많이 올랐다고 3천 원 받으라는데 그리는 몬하겠어예. 그것도 비싸서 몬 드시는 어르신들도 있거든예."


대를 이어 국수를 파는 주인 아지매는 손님들 주머니 걱정을 하고, 손님은 식당 걱정을 한다. 정겨운 감동이 오시게장에 스며있다. 국수를 먹다가 `펑'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뻥튀기 기계에서 나는 소리다. 할머니 몇 분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튀겨갈 물건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은 서너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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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는 보통 서너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상품이다.


약간 언덕이 있는 곳을 올라가면 건재약과 건나물, 약초를 파는 곳에 7천 원짜리 통닭집이 있다. 낮은 의자에 앉아 닭 한 마리를 시킨다. 통닭집 앞에 건나물과 약재, 흙도라지, 더덕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파는 부부가 있다. 동행한 이가 땅콩을 보더니 흥정을 시작한다.


 "창녕 땅콩이네요. 얼마예요?"
 "고봉 한 되 2만 원요. 반 되는 고봉이 없어요. 되가 좋아요. 사 가이소."


반 되만 사려고 흥정을 하다 되로 사는 것이 가격에 비해 훨씬 좋다고 한 되를 샀다. 주인아저씨가 되에 수북이 담긴 땅콩을 봉지에 담으면서 덤으로 마구마구 넣어준다. 보다 못한 부인이 잔소리한다.


 "자꾸 그래 퍼주면 우짜노? 그라니까 물건은 팔렸는데 집에 가면 돈이 없다 아니가?"


눈이 순하게 생긴 주인아저씨는 아랑곳없이 자꾸 넣어준다.


 "됐습니더. 손해 보시면 안 되지예."


이들 부부가 웃으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같이 웃는다. 오후가 되면 범어사 쪽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이 몰려들어 장터에 불을 지핀다. 산행으로 지친 몸을 막걸리 한 사발과 뜨끈한 국밥으로 채우기도 하고 국숫집에 둘러앉아 국수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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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서는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난전 구경 … 중고 물품 속 보물찾기

오시게장 바깥쪽 인도에 펼쳐진 난전 또한 볼만하다. 인도 양쪽에 상인들이 좌판을 깔고 물건을 진열해 놓는다. 오래된 골동품이나 중고 상품, 옷과 생필품들이다. 난전에는 주로 중고 상품들이 많다. 골동품, 불상, 놋그릇, 촛대와 요즘 보기 드문 그릇과 장식품도 볼 수 있다. 장사가 잘되는지 난전은 자꾸 늘어난다. 난전 규모가 엄청나게 커져 봄꽃을 오종종 선 보이고 있는 화훼상가 앞부터 범어사 쪽 노포카페 앞까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난전이 펼쳐진다. 노포카페 사장은 나이 드신 분들이 와서 카페 앞에서 장사 좀 하겠다고 하는데 거절을 못 하겠더란다. 5일장에 와서 조금이라고 벌어가면 좋을 것 같아 허락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드는 시간에는 서로 부딪혀서 걷기조차 힘들다. 모로 걸어야 할 정도다.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서 있질 못하겠다.


 "서면 안 됩니더. 계속 앞으로 걸어가이소!"


뒤에서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소리친다. 사람에 떠밀려 가다 보면 어느덧 시장을 다 돌게 된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지면 난장부터 파장하는 분위기가 난다.


 "오늘 장사 어땠습니꺼?"
 "사람 몰린 거에 비하면 영 재미가 없어예. 이제 정월 대보름 밑에 또 와 봐야지예."


현대판 보부상들은 내일은 또 어느 장으로 가려는지 남은 물건을 보따리 보따리로 묶어 승합차에 싣는다.


오시게장은 꼭 필요한 물건만 사러 오는 곳은 아니다. 사람 소리 듣고 싶고, 사람 냄새 그리운 사람들이 팔딱거리는 장터의 활력 넘치는 모습에 기웃거리다 보면 어느새 살맛나는 에너지를 얻어 가는 곳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등 뒤 배낭에는 사고 싶고 먹고 싶었던 것, 신세 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먹거리로 묵직하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2-03-02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20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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