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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18호 기획연재

"백혈병 환자 위해 두 달에 한 번은 꼭 헌혈해요"

인터뷰-이성훈 중부소방서 소방교

내용

20년 모은 헌혈증 119장 기부 

적십자 '명예의 전당' 등재


사랑에도 골든타임(Golden time)이 있을까?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한다. 성경 말씀이다. 불가에서는 굶주린 매에게 쫓기던 비둘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내어준 부처님 일화가 있다. '모든 생명의 무게는 같다. 무차별(無差別)이다'는 가르침이다. 부산의 한 소방관이 이런 무차별의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중부소방서 이성훈 소방교〈사진〉다.

18-1 이성훈 소방관
 

가족여행 가서도 헌혈 


"처음에 아내는 제가 헌혈하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았죠. 그렇지만 계속 꾸준히 하니까 마음이 바뀌었어요. 헌혈한 날은 반찬이 다르다든지, 이해하고 지원해주고 있어요."


그는 두 달에 한 번 꼭 헌혈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런 일정에는 쉬는 날도 없다. "진주로 가족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아내가 장 보는 동안 저는 헌혈을 했습니다. 휴가 기간과 헌혈하는 날이 겹쳤던 거예요. 아내의 이해 덕에 아무런 문제 없이 즐거운 가족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부산 중부소방서 창선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성훈 소방교. 그동안 헌혈해서 받은 헌혈증 119장을 최근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부산나음소아암센터'에 기증했다. 20년 간 모은 것이다. 보통은 헌혈 한 번 하기도 망설여지는데 20년간 계속해서 헌혈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같은 반 친구 동생이 백혈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헌혈증을 모아 주면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반 친구들이랑 같이 헌혈했던 것이 계기가 됐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친구 동생은 끝내 저희 곁을 떠나버렸어요…. 그때 여린 마음에 아픔이 많이 컸던지 지금까지 계속 헌혈하고 있습니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


이성훈 씨는 소방관이 되기 전엔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요즘도 틈날 때마다 소아암 병동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한다. 간호사가 된 것도 그 때문일까?


"그런 생각은 없었는데. 일단 환자들을 돌봐주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헌혈 이외에도 병원에서 일하면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고, 전문 지식도 쌓을 수 있는 게 너무 좋아서 간호사가 됐습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피를 수혈해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더욱 헌혈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그의 노력은 헌혈뿐 아니다. "골수 기증 등록도 했고, 2017년엔 저의 조혈모세포를 백혈병 환자에게 기증했어요. 조혈모세포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가 많아요. 부산시민들께서 그분들을 좀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건강하니까 헌혈할 수 있는 거고,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니까요."


이성훈 소방관은 적십자 혈액관리본부 '명예의 전당'에 등재돼 있다. 헌혈 참여 횟수가 100회 이상 돼야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현재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부산시민은 350명이 넘는다.


18-2 헌혈 사진 


사랑의 골든타임은 '지금 당장'


이성훈 소방교는 119 구급대원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구급차에 싣고 신속하게 이송해야 하는 일이 매일처럼 벌어진다. 길에서 갑자기 쓰러진 시민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적도 있다. 119 구급대원으로서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 법했다.

"택시 타고 충분히 갈 수 있는 단순 상황, 위급한 사고도 아닌데 무턱대고 119에 신고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 시간에, 그 구역에 운행할 수 있는 구급차는 한정돼 있는데, 가벼운 상황에 출동해버리면 진짜 위급한 환자가 위험해지죠. 자신보다 좀 더 어려운 사람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부탁드립니다."


골든타임(Golden time)은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 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을 뜻한다. 교통사고 같은 중증외상 환자는 1시간, 뇌졸중·심근경색은 3시간, 심장마비는 4분이다. 그 시간 안에 제대로 된 의료처치를 해야 생명을 구한다. 헌혈은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혈액을 기증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바로 수혈할 피가 모자란다고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되는 위기에 처한 사람이 많다. 위급한 상황에서 마음을 다하고, 자신의 목숨을 다해 생명을 살리는 일,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 사랑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 당장'이다.


글·사진 원성만


작성자
조현경
작성일자
2021-11-08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118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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