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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12호 기획연재

"수고한 당신께 최고의 일몰을 선물합니다"

함께 걷는 부산 길 ⑫다대포 선셋로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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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다대포는 부산 최고의 일몰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사진은 `아미산 노을마루길'에서 해넘이를 기다리는 시민들).


해지는 모습을 본 것이 언제였던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해는 매일 뜨고 진다. 날씨가 흐려 보이지 않거나, 의식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아침 해가 주로 단잠 속에서 사라진다면, 저녁해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잊혀진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깔린 어둠이 하루의 마무리를 독촉한다.
이제 12월, 또다시 돌아온 한 해의 정리 시간을 맞아, 지는 해를 잊고 열심히 살았던 당신께 부산시보 `다이내믹부산'이 최고의 일몰을 선물한다. 

노선: 다대포해수욕장역~몰운대~다대포해변공원~고우니 생태길~노을마루길~아미산전망대

소요시간: 약 2시간 30분


글·하나은/사진·권성훈
해설·김태화/최은아 사하구 문화관광해설사


일출·일몰 함께 만나는 곳, 다대포
부산 최고의 일몰을 만나려면 다대포해수욕장으로 가야 한다. 보통 일출은 동해, 일몰은 남해와 서해를 꼽는데,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다대포는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보배 같은 곳이다. 예전에는 다소 교통이 불편했지만, 지난 2017년 도시철도 1호선이 다대포해수욕장까지 연장되며 시민들이 찾기 한결 편해졌다.


도시철도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 하는 해운대나 광안리와 달리 다대포는 역사를 나오면 바로 길게 이어진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이름도 고운 몰운대, 길게 이어진 해변공원, 갈대가 매력적인 생태길, 다대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아미산전망대…. 다대포는 곳곳이 일몰 명소이고 어느 곳에서든 특별한 광경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오늘은 길게 늘어지는 오후의 햇살을 따라 몰운대에서 아미산전망대까지 걷기로 한다.


아름답지만 슬픈 역사 품은, 몰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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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해송이 매력적인 몰운대 숲길


몰운대는 태종대, 해운대와 더불어 부산의 3대(臺)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안개와 구름이 낀 날에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몰운대(沒雲臺)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낙동강에서 밀려온 흙과 모래가 쌓여 섬이 되었다가, 다시 그 퇴적물이 늘어나 육지와 연결된 오늘날과 같은 형태가 됐다. 입구에 자리한 지도를 보면 섬의 형태가 더 잘 드러나는데 학이 한껏 날개를 펼친 듯한 모습이다. 예부터 학은 신선이 타고 다니던 신비한 동물. 이곳은 또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한껏 기대를 품으며 몰운대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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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를 노래한 이춘원의 시비.


울창하게 뻗은 해송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햇볕과 해변과는 사뭇 다른 은은한 숲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름다운 풍경에 이를 찬미한 시 한 편이 어찌 없을까. 역시나 멀지 않은 곳에서 몰운대를 노래한 동래부사 이춘원(李春元)의 시비를 만난다.


浩蕩風濤千萬里(호탕풍도천만리) 호탕한 바람과 파도 천리요 만리
白雲天半沒孤台(백운천반몰고태) 하늘과 몰운대는 흰 구름에 묻혔네
扶桑曉日車輪赤(부산효일차윤적) 새벽바다 돋는 해는 붉은 수레바퀴
常見仙人駕鶴來(창견선인가학래) 언제나 학을 타고 신선이 온다


몰운대를 노래한 시는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춘원은 부산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임진왜란 이후 동래부(옛 부산)는 왜군에 맞서 방어하지 못한 책임으로 도호부에서 현으로 격하되는 등 수난과 혼란의 시간을 겪었다. 15년간 교체된 수령이 17명, 판관이 2명이나 될 정도이다. 1607년 동래부사로 부임한 이춘원은 곳곳을 다니며 민심을 살폈는데, 그의 재임 이후 동래부는 차츰 안정을 찾았다 한다.


이춘원의 시비를 지나 다시 걷다 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듯 더 오래 전의 역사와 만난다. `정운공(鄭運公) 순의비(殉義碑)'이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정발 장군이 이끄는 부산진성을 함락한 후 병마를 두 필로 나눠 동래성과 다대진성을 공략했다. 당시 다대포진 첨사 윤흥신(尹興信)을 비롯한 성민들은 혼신의 힘으로 적의 첫 선발대를 무찔렀다 전해진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놀란 왜군들은 정규군을 이끌고 다시 쳐들어왔으며, 다대진성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윤흥신을 비롯한 다대진성 사람들은 전멸했다. 이후 이순신 장군은 1592년 9월 1일, 왜군의 근거지가 된 부산과 일본 본국의 연락을 차단하기 위해 부산포로 향했으니, 바로 부산포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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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한 정운 장군을 기리는 정운공 순의비.


이순신 장군은 부산포해전에서 일본 군함 470여 척과 싸워 100여 척을 격파하는 대승을 거뒀다. 정운 장군은 이 전투에 우부장으로 출전해 맹렬하게 싸우다 전사했다. 그는 몰운대 아래에서 왜군을 만난 후 몰운대의 운(雲)이 자신의 호인 운(運)과 음이 같음을 알고 죽음을 예감했다 한다. 정운 장군을 기리는 정운공 순의비는 1798년 그의 8대손인 정혁이 세웠으며, 1972년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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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진 수령이 집무를 보던 옛 동헌.


잠시 숙연한 마음으로 정운공 순의비를 참배하고 얼마 전까지 `다대포객사'로 알려졌던 `다대진동헌(多大鎭東軒)'에 도착했다. `객사'는 수령이 대궐을 향해 망배(望拜)를 드리고 사신이 있을 때 숙소가 된 곳이다. 기록에 따르면, 다대진동헌은 1904년 다대포사립실용학교(오늘날 다대초등학교)가 개교하면서 교사로 이용되다가 1970년 몰운대로 옮겨왔으며, `다대포객사'는 그 이전에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 격동의 세월 속에 이름을 잃었던 동헌은 반세기 만에 다시 제 이름을 되찾았다.


풍경을 따라, 이야기를 따라 몰운대를 돌고 나면 오후의 해는 어느새 훌쩍 넘어가 서서히 일몰을 준비한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지는 해를 따라갈 시간이다.


갈대숲이 발길 잡는 고우니생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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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해송이 어우러진 다대포해수욕장.


몰운대를 나와 다대포 해변공원으로 향했다. 지난 2015년 개장한 다대포 해변공원은 세족장,  샤워장,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과 고우니생태길, 해솔길, 잔디광장, 해수천, 체육시설 등을 갖췄다. 오늘은 해수욕장 끝에 조성한 해송을 따라 걷는다.


서해안을 닮은 다대포해수욕장은 해운대나 광안리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한번 발을 디디면 일주일은 만나게 된다는 고운 모래의 백사장과 갯벌을 지나 바다에 이르기까지 먼길을 가야 한다. 혹자는 다대포해수욕장에 오면 바다에 도착하기 전에 지친다고 할 정도이다. 아이들은 갯벌 체험을 하며 뛰어놀고 곳곳에는 연인들이 천천히 넘어가는 해를 배경으로 낭만적인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년에 한 번 열리는 바다미술제 때 기증받아 영구설치한 작품들이다. 거대한 사람의 모습을 한 김영원 작가의 `그림자의 그림자(홀로서다)', 귀여운 강아지를 닮은 손현욱 작가의 `배변의 기술' 등 설치작품은 드넓은 모래사장과 원래 하나인 듯 어우러져 다대포만의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해송들 사이에 자리한 그네는 다대포해수욕장의 풍경과 넘어가는 해를 감상하는 명당으로 꼽힌다. 일찍부터 자리싸움이 치열해 빈자리가 없다. 앉아나 봤으면 하는 마음에 시선을 옮기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번엔 `고우니생태길'로 들어선다. 다대포를 비롯해 사하구를 조금 둘러본 사람이라면 이곳에 `고우니'라는 이름이 유난히 많은 것을 발견할 것이다. `고우니(Gowooni)'는 사하구의 구조(區鳥)인 낙동강 대표철새 `고니'를 상징하는 캐릭터이다. `곱다', `고운 고니', `고운 사람'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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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갈대숲을 자랑하는 고우니생태길.


`고우니생태길'은 습지 위에 조성한 나무 데크길로 약 653m에 이른다. 넓게 펼쳐진 갈대숲 사이로 풀게·엽낭게 등 이곳에서 서식하는 각종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어떻게 찍어도 `인생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꽃처럼 흐드러진 갈대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도 같이 몽글몽글 감성에 젖는다.


부산 최고 일몰 만나는 아미산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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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전망대를 만나려면 굽이진 계단을 올라야 한다.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미산전망대에서 일몰을 맞이하기 위해 감상에서 벗어나 `아미산 노을마루길'로 들어섰다. 아미산전망대로 향하는 노을마루길은 `마루'라는 이름처럼 굽이굽이 이어진 나무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을 보면서 한숨을 쉰 것도 잠시. 한걸음 오를 때마다 맞이하는 다대포의 풍광은 기다란 계단의 공포를 잊기에 충분하다.


계단 난간에 서면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다대포가 펼쳐진다. `등'이다. `등'은 다른 말로 `모래톱', `머리', `연안사주'라고도 부르는데, 강을 따라 흘러온 퇴적물이 쌓여 만든 일종의 작은 모래섬이다. 그 모양이나 특성에 따라 도요새 모습을 닮은 `도요등', 백합조개가 많이 나는 `백합등', 홍수에 떠밀려온 쥐나 뱀 같은 먹잇감이 풍부해 맹금류가 많이 찾는다는 `맹금머리등' 등 크고 작은 모래톱이 강과 바다가 만나는 다대포만의 매력을 전한다.


7 

아미산 노을마루길에서 내려다본 다대포 전경. (사진제공·사하구) 


난간 곳곳에는 이미 카메라를 걸어놓고 최고의 낙조를 촬영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디서 봐야 최고의 일몰을 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아미산전망대 야외전망대에서 해넘이를 기다리기로 한다.


이윽고 느리고도 빠른 한 편의 거대한 쇼가 눈앞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저토록 붉게 물든 해를 본 적 있었던가? 발갛게 익은 해는 느린 영화화면처럼 천천히 천천히 바다와 가까워지고 더불어 사람들의 환호성도 커진다. 해는 수평선에 닿아 절정을 이뤘다가 다시 천천히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또 한 살 먹겠네."
누군가 슬픈 듯 농담인 듯 한마디 하지만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해넘이를 보고 나니 올해 마쳐야 할 숙제를 하나 끝낸 듯 후련하고도 서운하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또 의식도 하지 못한 채 무수히 많은 일출과 일몰을 맞이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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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전망대 3층 전망대.


※ 아미산전망대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3층 전망대 카페테리아는 오후 9시까지).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 휴무. 


※ 사하구 문화관광 해설 프로그램
사하구는 다대포와 을숙도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문화관광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코스는 낙동강하구생태길(연중), 을숙도(4∼11월), 다대포(4∼11월), 장림포구(연중) 등이다. 출발 시간은 토·일요일 오전 11시∼오후 3시. 5인 이상 참가할 수 있다. 사하구 홈페이지(www.saha.go.kr/tour) 또는 문화관광과(051-220-4064)로 문의.
▷ 낙동강하구생태길:부산현대미술관∼을숙도문화회관∼낙동강문화관(낙동강하굿둑 전망대)∼낙동강 생태탐방선 선착장∼을숙도 생태공원(구, 일웅도)∼수자원공사 어도관람실∼생태통로∼피크닉광장∼낙동강하구에코센터(약 2시간)
▷장림포구:해양보호구역홍보관(집결)∼문화촌∼놀이촌∼맛술촌(약 50분)

지난 1년 동안 `함께 걷는 부산 길'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새로운 기획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0-12-04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01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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