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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재미있지만 가볍지 않는 연극 보여드리겠습니다”

부산 소극장 / ⑦ 용천지랄소극장
2008년 경성대 인근 문화골목에 개관… 기획·대관 등 1년 내내 공연 릴레이

내용

"이윤택 선생이 밀어붙여 용천지랄이 됐습니다." 2008년 5월 개관할 때만 해도 용천소극장이었다. 개관 기념공연은 '서툰 사람들.' 이윤택 연출가가 이끄는 연희단거리패 작품이었다. 용천도 좋지만 지랄을 붙이면 더 좋겠다, 붙이지 않으면 공연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다는 바람에 용천지랄이 됐다는 게 최윤식 대표의 설명이다.

중·장기공연 많아 1년 내내 공연 이어져

용천지랄. 상스럽게 들리지만 국어사전에 버젓이 나오는 말이다. 마구 법석을 떨거나 꼴사납게 날뛰는 모습이 용천지랄이다. 지랄용천도 같은 말이다. 남들 다 근엄할 때 근엄하지 않는 게 용천지랄이고 남들 다 고급스럽게 놀 때 허접스럽게 노는 게 지랄용천이다. 풍자의 다른 이름이 용천지랄이고 해학의 다른 이름이 지랄용천이다.

"즐겁고 재미있는 연극을 주로 합니다." 용천지랄소극장 공연작 역시 풍자적이고 해학적이다. 최 대표는 풍자니 해학이니 하는 말도 쓰지 않는다. 말 자체가 근엄해 보이는 탓이다. '즐겁고 재미있는 연극.' 이 한 구절에 용천지랄소극장과 최 대표 연극 철학이 다 담겨 있다. 무겁고 클래식한 연극보다 대중친화적 연극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코미디 같은 연극은 하지 않는다. 시에 비유하자면 이상의 난해시 대신 김소월의 서정시쯤 되겠다.

용천지랄은 대관과 기획공연 위주 소극장이다. 개관 이후 지난 9월까지 모두 49회 무대에 작품을 올렸다. 연 7회 정도 올린 셈이다. '라디오 잠시 길을 잃다'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몽타주' '열대야' 등 대부분 한 달 또는 한 달을 넘기는 중장기 공연이라 1년 내내 대관한 셈이다. 대관을 원하는 극단 입장에서 볼 때 용천지랄소극장이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접근성이 좋고 공연장 시설이 좋다는 말이기도 하다.

용천지랄소극장은 접근성이 좋다. 여러 대학을 낀 대학가고 도시철도 등 대중교통편이 좋다. 마음만 먹으면 한달음에 갈 수 있는 곳이 여기 소극장이다. 공연장 시설은 좋을 수밖에 없다. 연극을 염두에 두고 지은 소극장이기 때문이다. 다른 용도로 지은 시설을 개조해 소극장으로 쓰는 경우가 다반사다.

경성대 인근 문화골목에 위치한 용천지랄소극장은 2008년 개관했다. 용천지랄소극장은 대중적이고 재미있는 연극을 추구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건축가이자 극장대표 최윤식 씨 직접 극장 설계

"천장이 높고 2층이라 공기가 좋습니다. 무대를 보는 관객 시선도 편하고요." 최윤식 대표는 이력이 특이하다. 그는 부산에서 알아주는 건축가다. 2007년 해운대 동백섬 APEC정상회의장 실내 인테리어를 맡았다. '2008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받은 문화골목도 최 대표 작품이다. 알아주는 건축가가 연극 전용으로 설계한 소극장이기에 천장을 높게 지었고 환기 잘 되는 2층에 지었다. 객석을 비스듬하게 지어 앞사람 때문에 연극이 가리는 불편을 없앴다.

사실 문화골목은 소극장과 일심동체다. 문화골목 한 부분이 용천지랄소극장이다. 최 대표가 주택 다섯 채를 매입해 잇대고 덧붙여 탄생시킨 문화복합공간이 문화골목이다. 문화골목 안에는 소극장도 있고 막걸리집도 있고 와인집이며 찻집도 있다. 한 공간 안에서 연극 관람과 뒤풀이가 가능한 공간은 부산에서 몇 되지 않는다. 그래서 문화골목이 귀하고 용천지랄소극장이 귀하다.

용천지랄소극장은 1년 내내 중·장기 공연이 이어진다. 다음 공연 작품인 '플랜 맨' 공연은 10월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린다.

건축가 최 대표가 연극과 연을 맺은 지는 30년 안팎이다. 1989년인가 1990년 극단 맥 기획실장을 맡았다. 모시던 분이 사회사업 차원에서 연극분야를 지원하면서 자연스레 연을 맺었다. 인형극을 전문적으로 하던 극단 까치에선 역할도 맡았다. 극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이 나오면 커튼 아래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는 역할 같은 것이었다. 극단 까치가 고아원 등 방문으로 부산경남 순회공연을 다닐 땐 같이 다니면서 연극을 보는 안목을 길렀고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길렀다. 그런 경험들이 그를 '연극 하는 건축가'로 이끌어 왔고 이끌어 간다.

최윤식 대표는 '문화골목 대장'으로 불린다. 명함도 그렇게 박았고 문패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최 대표는 사장 이미지보다 대장 이미지가 어울린다. 보스 기질이 있다. 그가 사들인 건물이고 그가 설계한 건물이지만 경영은 임대형식으로 직원들에게 맡긴다. 사람은 능력에 한계가 있고 자기 또한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 직원들에게 맡겼다는 게 최 대표 표현이지만 욕심을 비운 사람의 기름기 없는 얼굴, 기름기 없는 마음이 읽힌다.

"아직은 때가 덜 묻은 곳이지요." 최 대장은 경성대와 부경대 대학가 일대에 소극장이 더 들어서기를 바란다. 부경대 담벼락에서 거리공연이 벌어지긴 하지만 더 벌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때가 덜 묻고 아직은 순수한 대학가에서 제대로 된 문화타운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 일대는 임대료가 비싸 입주가 버겁다. 소극장이 수영구 방면이나 다른 지역에 가는 이유다. 소극장이 더 들어서고 거리공연이 더 벌어지도록 관공서나 기업 등에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졌으면 하는 게 최 대장 바람이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플랜 맨' 공연

"연극을 도운 건축가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어떤 연극인으로 남고 싶을까? 최 대장은 손을 저었다. 어렵게 힘들게 배고프게 연극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감히 연극인 반열에 이름을 올리겠느냔 겸사였다. 굳이 한 마디 하자면 연극판에 약간이나마 보탬이 된 건축가로 기억되고 싶다. 겸사에도 불구하고 부산 연극판에선 '연극 하는 건축가, 건축 하는 연극인'으로 이미 다들 알고 있다. 극단 맥 시절 명부엔 최 대장이 연극인으로 등재돼 있다.

다음 공연 작품은 '플랜 맨'이다. 10월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장기 공연이다. 06:00 기상, 06:35 샤워… 08:42 횡단보도 건너기. 분 단위로 알람을 맞추고 살아가는 남자가 계획에 없던 친구를 만나면서 벌이는 무계획적 좌충우돌 이야기다. 용천지랄소극장 가는 길.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1번과 3번 출구 샛길로 내려와 두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 돼지갈비집 '돈갑' 맞은편 문화골목 2층.

※ 공연 문의  759-7731

작성자
동길산 시인
작성일자
2015-10-0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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