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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부산 최초 근대학교 … 부산 선각자 5명이 설립

개성, '만물의 뜻 열고 천하 모든 일을 이룬다'는 뜻 … 봉래초, 개성 중 · 고교 전신

내용
봉래초등학교의 전신인 개성학교는 1896년 개교한 부산 최초의 근대학교다(사진은 봉래초등학교 전경).

중구 영주동 봉래초등학교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다. 1995년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봉래초등 본관 입구에는 꽤 운치가 나는 화강암 표지석이 있다. 내용 일부다. '이 곳은 고종 32년(1895년) 부산 경무관 박기종 외 4인이 출연하여 개물성무(開物成務)의 설립 정신으로 개성학교를 세운 곳이다.'
그런데 표지석을 세운 주체가 이채롭다. 봉래초등 동창회가 아니라 부산상고 후신인 개성고교 동창회다. 왜 그럴까? 봉래초등과 개성고교, 그리고 개성중학교 세 학교가 한 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표지석에 언급된 개성학교가 연륜이 쌓이면서 초·중·고로 나뉘었다는 얘기다.

열강으로부터 나라 지키려 지은 학교
고종 재위 구한말은 풍전등화의 격변기였다. 세계열강이 조선을 넘봤다. 풍전등화의 구한말은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도 했다. 선각자들 가슴은 뜨거웠고 뜨거운 가슴으로 조선을 바꾸려 했고 구하려 했다. 세계열강에 맞서려면 신학문을 배워야 한다는 열망이 방방곡곡 들불처럼 번졌다. 가진 자들은 돈과 뜻을 모아 학교를 지었고 문맹을 깨뜨렸다. 반도의 끝 부산 역시 들불이 내뿜는 열기는 뜨거웠다. 동래 동명학교, 구포 구명학교, 범어사 아래 명정학교, 좌천동 일신여학교, 범일동 육영재 등 부산 곳곳에 사립학교가 들어섰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들어선 학교가 개성학교다. 부산 최초 근대학교가 개성학교인 것이다.
개성(開成)은 표지석에 나오듯 개물성무의 준말이다. 주역에 나오는 말로 만물의 뜻을 열고(開) 천하 모든 일을 이룬다(成)는 뜻이다. 일본 동경제대(지금의 도쿄대학)도 처음에는 개성학교라고 했다. 학교 설립자는 다섯 명. 박기종, 이내옥, 배문화, 변한경, 이명서였다. 모두 지역 유지였다. 특히 박기종(1839~1907)은 근대기 부산에 크게 공헌한 선각자였다. 일어가 능통했던 박기종은 1876년과 1880년 조선통신사 통역관으로 일본 신식 문물을 접한 뒤 개성학교를 설립했다. 공직에도 발을 들여 무관인 다대포 첨사, 부산 경무관 등을 지냈다. 그가 쓴 상경일기(上京日記)는 조선 근대화의 꿈과 포부를 담은 기록이다. 셋째사위 윤상은은 구포 구명학교와 구포은행 설립자이며 부산대 초대 총장 윤인구 박사 부친이다.

1896년 학생100여명으로 개교
초창기 사립부산개성학교는 현 봉래초등 남쪽 언덕에 있었다. 설립 이듬해인 1896년 2월 학부 인가를 얻고 3월에 100여명 학생으로 개교했다. 초등과 6년, 중등과 3년, 고등과 2년, 연구과 1년 과정이었으며 만 8세 이상 25세 이하 신체 건장하고 품행방정하며 지망이 확실해야 입학 자격을 줬다. 재정이 어려워지자 1897년 공립부산개성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초등과는 공립부산보통학교(봉래초등 전신), 중등과는 공립부산실업학교(한국 최초 공립실업학교)로 나뉘었다. 공립부산실업학교는 다시 부산공립상업학교, 부산제2공립상업학교, 부산공립상업중학교(6년제)를 거쳐 1951년 개성중학교와 3년제 부산상고로 분리됐다.
서면 롯데백화점 자리에 있던 부산상고는 1989년 당감동으로 이전했다. 2004년 일반계 고교로 전환하면서 교명을 개성고등학교로 바꿨다. 멀고 먼 길을 돌아 마침내 처음의 이름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 멀고 먼 길을 돌아서 마침내 자기에게로 돌아가듯이.

글 동길산 시인

 

작성자
부산이야기 2014년 11월호
작성일자
2014-11-2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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