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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555호 기획연재

“각하, 동래성 복원…” 작심하고 건의하니

부산시정 현대사 숨은 얘기를 찾다 - 제3화 문화시설 짓고 가꿔 문화불모지 오명 벗다⑤

내용

박정희 전 대통령 흔쾌히 OK 충렬사에 안락서원 축소 모형
문화재복원 사상 전국 두 번째
구조물·현판 글씨 하나하나 당대최고 부산예술인 손으로

“충렬사기와, 보기 좋게 참 잘 올렸다”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상식 밖의 기와 색깔 논란은 3개월여 만에 잠들었다. 하지만 충렬사 정화작업을 둘러싼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트집과 반대로 툭하면 공사가 중단됐다. 당시 부산시 문화재과장이던 김부환 씨의 이야기다.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충렬사 정화사업을 하면서 돌 한 덩어리, 나무 한 그루, 구조물이나 현판 글씨까지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한 것이 없습니다.” 현판은 당대 부산 최고 서예가로 손꼽히던 청남 오재봉, 창남 고동주, 고천 배재식 선생에게, 그림과 조각품은 부산대 이의주, 한인성 교수에게 맡겨 부산 예술인들을 우대했다.

부산시는 충렬사 정화사업을 하면서 돌 한 덩어리, 나무 한 그루, 구조물이나 현판 글씨까지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충렬사에 안락서원 축소 모형을 문화재복원 사상 전국 두 번째로 설치하고, 구조물·현판 글씨는 당대최고 부산예술인을 참여시켰다. 사진은 충렬사 전경.

연못을 파서 준공을 눈앞에 둔 어느 날, 모 국장이 트집을 잡고 나섰다. 연못 깊이가 2m인데, 사람이 빠져 죽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대책위원들은 훌륭한 지적이라며 대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물 속 1m 깊이에 촘촘한 그물을 설치하면 사람이 빠져도 그물에 발이 걸려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문화재위원을 맡고 계시던 부경대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박장대소를 하는 겁니다. 김 과장, 낚시 안 해 봤소? 물고기는 전진만 하지 후진은 하지 못하네. 그래서 그물에 걸리면 꼼짝없이 죽지. 그물을 치고 고기를 키울 수는 없네.”

이런 설명에도 간부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다시 내어놓은 안이 플라스틱 파이프를 바둑판처럼 엮어 연못에 설치하면 금붕어 같은 고기도 키우고, 사람도 구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는 것이었다. 480만원의 예산까지 확보했다. 시행직전, 대책위원장이 문화재과장 의견은 어떻느냐고 물어왔다.

“실·국장님들께서 생명의 존엄성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더 시급한 곳이 있습니다. 해마다 몇 명씩 익사하는 해수욕장부터 설치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제가 오래 살지는 않았습니다만 연못 만들면서 물 속에 익사방지 시설을 한다는 얘긴 처음 들어봅니다.”

실·국장들이 내린 결정을 일개 과장이 비꼬듯 뒤집는 발언을 했으니 듣는 사람들도 기가 찰 터였다. 하지만 어쩌랴. 결국 시행은 하지 못하고 연못을 1m쯤 되 메우는 것으로 익사방지 시설 건은 매듭을 지었다.

충혼탑.

공사 막바지, 광장에 박석으로 깔아놓은 대리석이 또 트집거리로 등장했다. 광장이 넓기에 고운 정다듬으로 하면 시각상 좋아는 보이나 직사광선을 바로 반사시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었다. 그래서 거친 다듬으로 빛을 난반사시켜 여름에 눈의 피로를 감소시키고 돌에 이끼와 풀이 자랄 수 있도록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처리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논란을 거듭하다 2~3차례의 재시공 과정을 거치며 정다듬에 가깝도록 처리했다. 김부환 씨는 "정다듬에 가까운 광장을 볼 때마다 지금도 가슴이 아리지만 당시로서는 능력 밖의 일이었다"고 말한다.

준공식을 이틀 앞두고 또 일이 터졌다. 대통령이 참석할 행사라 부산시 실·국장, 구청장들이 현장에 모여 보완할 점을 최종 점검하는 자리. 기념관 안에 전시한 옛 충렬사 안락서원 25분의1 크기 축소 모형을 두고 시비가 벌어졌다. “모형을 너무 완벽하고 깨끗하게 만들지 않았소. 각하께서 보시면 뭐라 하겠소. 이 훌륭한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했다고 뭐라 하실게 뻔하니 치워버립시다.”

모형은 문화재 복원을 하면서 우리나라 건국 이후 두 번째 만든 것이었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김 과장이 로터리·라이온스클럽 같은 회의장소마다 차트를 메고 찾아가 동냥을 하다시피해서 동부산라이온스클럽이 450만원을 기부, 제작한 것이었다. 기념관에 들일 때는 문을 달기 전이라 세워서 들어올 수 있었지만, 당시는 문을 단 상태라 빼낼 수도 없었다.

그래도 통하지 않았다. 한 힘 있는 구청장이 톱으로 반토막내서 들어내자고 고함을 질렀다. 톱으로 자르면 작품을 망친다고 설명해도, 미운 털이 박힌 일개 과장이 기라성 같은 간부들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최석원 시장이 현장에 도착하자 간부들이 만장일치로 철거키로 했다는 보고를 시작했다. 최 시장께서는 “김 과장 의견은 어떻소?” 하고 물어왔다. 온 시선이 모아졌다. “시장님, 철거는 불가합니다. 옛 안락서원 모습을 후손들에게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라이온스클럽 협조로 만든 것인데, 철거한다면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문화재를 복원하면서 모형을 만든 것은 전국에서 두 번째입니다. 무엇보다 모형은 하자가 없기 때문에 각하의 꾸지람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민하던 시장께서 용단을 내렸다. “좋소, 내가 각하한테 꾸지람 한 번 듣지….” 충렬사의 안락서원 모형은 그래서 살아남았다.

준공식 당일, 청와대 경호실은 행사 4시간 전부터 외부인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청와대와 문화재관리국은 준공 브리핑을 할 때 어떤 경우에라도 대통령에게 예산지원 건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엄포를 놓았다. 대통령은 칭찬 일변도였다. 문화재 복원 준공 사상 지적이 한건도 없었던 경우는 처음이었다. 복원 정화공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브리핑을 마칠 즈음 대통령께서 “건의사항은?” 하고 말씀하시기에, 죽기를 각오하고 한 말씀을 드렸다. “각하, 충렬사 경내에 왜군에 맞서 싸웠던 동래성이 있습니다. 성을 보수하는데 3억 정도 듭니다. 지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 당연히 복원해야지. 반은 내가 낼테니, 반은 시장이 내지….” 그래서 복원한 것이 망월대와 동래성 성곽 일부다. 조금이라도 성곽을 더 복원할 욕심으로 성곽 윗부분 여장은 뒤로 미루었는데, 오늘까지 그 모습으로 남아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작성자
박재관
작성일자
2012-12-12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1555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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