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사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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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대상] 봉수의 화려한 외출
조현숙(부산시 당감동) 2012-10-31
내가 지금의 초등학교로 부임해 왔을 때, 두유를 한 손에 들고 큰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을 걸어가는 아이를 봤다. 특수교사인 나는 한 눈에 그 아이가 내가 가르쳐야할 학생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올 해 맡게 된 세 명의 학생 중에 그 아이가 있었다. 이봉수... -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최우수] 아버지의 외출
정경환(부산시 구서동) 2012-10-31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시간이었다. 당뇨병과 고혈압 증세가 있는 아버지는 지금껏 응급실에 실려 가는 고비를 몇 차례나 넘겼다. 그때마다 우리 가족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렇게 건강이 나빠진 건 젊은 시절, 베트남전 참전으로 인한 고엽제 후유증 때문이다. 아버지는 결국 건강악화로 오랫동안 근무하신 회사에서 퇴직하셨다. 아직 더 일할 수 있는 연세... -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우수] 아버지의 바다
우수진(서울시 쌍문동) 2012-10-31
아버지의 고향은 부산이다. 아버지는 약주를 하시고 얼굴이 적당히 붉어질 즈음이면 어김없이 당신의 고향, 부산 이야기를 하신다. 아버지는 일곱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나셨다. 당시 부산에서 양말 공장을 운영하셨던 할아버지는,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공장과 집을 모두 팔아야 했고, 아버지의 일곱 형제는 뿔뿔이 흩어져 친척 집에 맡겨졌다. 도망치듯 상경한 할아버... -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우수] 생선가게 홈런왕
심우찬(서울시 등촌동) 2012-10-31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진구 아저씨는 오늘도 목이 쉬어라 '부산 갈매기'를 외치면 사직야구장의 밤을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구 아저씨의 곁에는 사직야구장의 그 수많은 응원단 중 단 한 명도 옆에 가지 않고 늘 혼자였습니다. 그건 진구 아저씨한테서 나는 생선 비린내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 -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장려] 큰 딸 미라
한연아(부산시 부암동) 2012-10-31
광안리 바닷가가 마당처럼 펼쳐지는 '남천동 협진태양 아파트'로 이사를 한 건 순전히 외할아버지 덕분이다. 20년이나 지나 노후한 아파트지만, 학군과 조망이 좋아, 우리집 재산으론 엄두도 못 낼 아파트로 무리를 해 옮긴 건, 교육 때문도 아니고, 아빠 직장때문도 아니고, 순전히 외할아버지가 바다를 좋아해서다. 이사를 앞두고도 엄마와 아빠는 몇 번이나 언성을 ... -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장려] 시아버지의 손
최은정(서울시 명일동) 2012-10-31
대한민국 땅이 좁다고 누가 그랬던가, 스물여섯이 되도록 부산 땅을 밟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전라도서 나고 자란 전라도 토박이 처녀였다. 그런 나를 안타까이 여기신 월하노인, 어느 날 깡마른 부산 사내 하나를 툭 만나게 하시고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 그 덕분에 나는 스물여섯 가을, 처음으로 부산 땅을 디뎠다. 전라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들 차림새에 ... -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장려] 환상속의 부산,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장경혜(서울시 광장동) 2012-10-31
“부산에는 서울에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거대 프랜차이즈 간판, 대규모 통신사의 간판 등 중앙의 자본이 지역 곳곳을 침투해 들어와 지역의 풍경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부산의 풍경은 그 지배를 거스릅니다. 항구가 만들어내는 바다의 풍경들, 뱃사람들 특유의 패션까지. 모든 지역이 서울의 아류가 되어 가고 있는 서울중심주의가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부산은 ... -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가작] 핫도그 아줌마와의 추억
최성우(서울시 신림동) 2012-10-31
내가 부산에 살았을 때가 갓 대학 새내기 무렵이었으니 벌써 14년 전의 일이다. 그러고 보면 꽤 오래전이다, 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그해 열렸던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기점으로 열광의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도 모자라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총 네 번의 월드컵이 열렸던 시간이니 말이다. 98년의 겨울은 참 추웠... -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가작] 짧은 인연 긴 여운
서동진(경북 성주군) 2012-10-31
오랜만에 타 본 새마을호 열차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눈대중으로는 비좁은 듯 보이지만 앉아 보면 딱히 불평거리를 찾기 힘든 ktx의 우중충한 좌석 공간에 비하면 분명 그랬다. ktx는 시간을 앞당기려 허겁지겁 달리기만 할 뿐 막상 추억이 들어설 자리는 비좁은데, 새마을호는 시간이 늘어지고 공간이 넉넉해서 창밖 풍경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웅크린 생각까지도 추억으... -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가작] 우리의 시간여행
최소진(서울시 수유동) 2012-10-31
참 많이 아팠다. 그리고 참 많이 추웠다.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그 기억들을 더듬어 다시 용기 내어 찾아간 나의 시간 여행. “이제 그만하자” 담담하게 이별을 통보하는 그 사람 앞에서 6년이란 시간을 해운대 앞바다에 눈물과 함께 토해내며 잊었다.우리의 앞날을 약속하며 평생 행복하리라 믿었던 내 믿음을 무참히 쓸고 가버린 해운대의 파도가 꼴도 보기 싫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