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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내렸다
변예리 2013-11-25
해는 너무 더웠다. 하루 종일을 선풍기 앞에서 보내던 그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나니 촉촉이 땅을 적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쩐 일인지 그 흔한 장마도 없던 여름에 반가운 단비였다. 그렇게 온 땅을 시원하게 적시고 9월이 시작되었다. 톡톡 빗소리를 타고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있어.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몸을 일으켜 세웠다. 생각을... -
범어사 석탑의 응원
방소현 2013-11-25
“범어사요? 부산에 있는?” 나는 밥을 먹다가 범어사라는 말에 그에게 되물었다. “네. 가봤어요?”“대학교 때 한번… ” 그는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 베트남 태생의 유명한 틱낫한 스님이 올해 범어사에 강연을 하러 왔다고 하여 하루 휴가를 내고 범어사로 갔다는 말을 꺼냈다. 범어사… 10여년 전 20대 초반의 풋내기였던 내가 떠올랐다. 나의 대학생활은 참 쉽... -
부산 가이드
최문주 2013-11-25
2013년 여름. 나는 부산을 6주 연달아 방문했다. 작가 헤르만 헤세는 독일의 ‘뷔르츠 부르크’를 사랑하고, 헤밍웨이는 스페인의 ‘팜플로나’를 사랑한 것처럼 도시 그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헤르만 헤세는 “내가 고향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단연 뷔르츠 부르크.” 라고까지 말하였다. 나 역시 “내가 고향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단연, 부산.” 이... -
쇠못과 바다
이윤정 2013-11-25
“아가~ 밖에 한번 나가보고 싶구마.”“안돼! 할머니~ 감기라도 들면 어쩔러고~” 할머니는 거실 창가에 앉아 세상 밖의 냄새를 마음으로 맡고 계셨다. 골목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 그리고 세상을 에워싸고 있는 공기의 냄새. 온종일 무릎위에 담요를 덮으시고 손에는 장갑을 끼시고 털모자를 눌러쓴 채, 남은 날들을 그렇게 채워가... -
영화청년들의 1박2일
이호권 2013-11-25
부산국제영화제 구경가기로 한 것은 한 친구의 즉흥적인 생각이었다. 도서관에서만 얼굴을 가끔 보던 친구들이 같이 점심이라도 먹자고 모인 자리에서 엉뚱하기로 이름 난 친구 하나가 이렇게 있지 말고 머리도 식힐 겸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고 오자고 했다. 도서관에서 PC만 붙잡고 있는다고 원서가 붙는 것도 아니고, 이제 우리가 쓸 원서는 다 썼으니 잠깐이나마 머리... -
오월의 끝 자락
장영수 2013-11-25
해운대 방파제에 서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탓일까, 밤바다가 그리웠다. 소리 없는 나의 울음도 파도소리에 파도를 탔다. 얼마나 오랜 세월 바위에 부딪치고 거친 풍파와 싸웠으면 이리도 짤까. 생활에 지친 나를 꼭 닮은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온다. 지나 간 시간들을 반추하면서 해운대 밤바다를 마냥 걸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힘들었던 나를 파도 위에 올려놓... -
인류애를 내뿜는 문화마을, ‘감천’
최다함 2013-11-25
나의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2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 온 ‘부산 토박이녀’였다. 그랬던 내가 부산을 뒤로 한 채 상경한 지도 어느덧 4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 서울문화에 충분히 몸을 담금질했을 법도 한데, 귀소본능 때문인지 내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 때면 이따금씩 바다가 있는 곳으로 훌쩍 떠나곤 한다. 사실, ‘부산’하면 많은 이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