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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팬데믹 이후, 세상은 어디로 갈 것인가?

오피니언

내용

팬데믹 이후,
세상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인류는 하늘의 축복이나
기적이 아니라 연대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
개인의 헌신이 모여 괴물을
퇴치하는 방벽을 만들어 왔다.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팬데믹 이후를 새롭게 건설하는
결정적 무기가 아닌가 한다.


28-1 

 김동규 동명대 교수



 지난 1월에 독감에 걸린 적이 있다. 난생 처음이었다. 일반 감기와는 증세가 크게 달랐다. 고열이 시도 때도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첫 번째 특징. 가장 괴로운 것은 전신의 무력감이었다. 설명하기 힘든 둔통을 동반하면서 하루 종일 몸과 마음이 까무룩 가라앉았다. 코로나 사태가 급속히 확산되는 걸 보면서 내 머릿속에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계절 독감조차 그리 힘들었는데, 사회적 고립과 죽음의 공포를 동반한 코로나19가 대체 얼마만한 고통을 줄까 싶은 거였다.


예외없는 세계적 전염병 시대
 팬데믹(pandemic)은 원래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단어다. 팬(pan)이란 모든 것, 데믹(demic)은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걸릴 수 있는 세계적 전염병이라는 뜻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팬데믹은 페스트(黑死病)였다. 14세기 중반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는 당시 인구의 3분의 1을 몰살시켰다. 남녀노소를 안 가리는 이 끔찍한 역병 때문에 당대의 생산 가능 인구가 괴멸적으로 감소됐다. 이는 중세 경제의 물적 토대를 이루던 농노제도를 완전히 파괴시켰고 마침내 봉건제 생산양식의 종말을 가져왔다.
 팬데믹 창궐 시대에 쓰여진 지오바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페스트의 광기를 이렇게 묘사한다. "길거리에는 밤낮없이 수많은 시신이 나뒹굴었고 집 안에는 더 많았다… 교회 뒷마당에 큰 구덩이를 파고 수백 구의 시신을 묻었다. 마치 배의 수화물 칸 같았다".
 2019년 말에 새롭게 출현한 코로나19(정식 명칭은 COVID-19). 이 팬데믹이 어디까지 질주를 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기세가 수그러들기 전까지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 충격적 후유증을 남길 거라는 점이다.


경제·사회·문화적 변화 직면
 예측되는 변화 가운데 가장 분명한 것은 경제 분야다. 생산, 소비, 투자, 유통, 수출 등 모든 경제순환경로의 동시다발적 불황이 세계 경제를 덮칠 것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실업의 쓰나미다. 대기업은 그나마 고용유지의 여력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관광, 교통, 소규모 유통판매업의 경우 이미 해고와 소득상실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3월과 4월의 일곱 주 동안 무려 3천3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우리나라도 못지않다. 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3월 구직급여 신청자가 전월 대비 45.8% 폭증했다. OECD 최저 수준의 빈약한 사회안전망을 갖추었으니 고통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 인구 2천780만 명 중 고용보험 가입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기의 그 일차적 피해자는 비정규직, 임시직, 일용직이다. 프리케리아트(precariat)라 불리는 불안정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뒤를 따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사회, 문화적으로도 큰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고립과 고통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인내와 배려심을 잃는다. 외부에서 희생양을 찾곤 한다. 트럼프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라 고집스레 부르는 것이 사례다.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결과물인 팬데믹을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을 무기로 공격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고립 경향 가속화
 또 한 가지 두드러지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고립 경향의 가속화다. 로봇과 AI 주도의 4차 산업혁명에 더하여 온라인 소비, 유통, 의료, 교육으로 대표되는 원격경제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스스로가 이를 생생히 경험 중이다. 난생처음 학기의 대부분을 학생들 얼굴 마주하지 않는 원격 수업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정치경제학적 차원에서는 지난 40여 년 간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흐름이 어디로 귀착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자유시장 만능주의'가 팬데믹 방역 및 치료, 경제 위기 대응 등 모든 영역에서 극히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작곡했고 시카고학파가 소리 높여 합창했던 `시장의 위대한 자율성' 교향악이 덧없는 환상임이 폭로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공공적 의료시스템 강화와 노동시장 보호 문제는 팬데믹을 통과하는 모든 나라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과 브렉시트를 통해 미국과 영국이 촉발시킨 경제민족주의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 명확하다. 이는 인적, 물적, 문화 교류 통제를 거쳐 결국 글로벌 가치 및 공급사슬(GVC & GSC) 약화와 교역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세계화를 대체하는 일국주의(一國主義) 혹은 지역블록주의 부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까지 쓰다보니 대부분이 막막하고 우울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희망적 예측은 없는가? 있다. 인간은 원래 환경을 극복하는 존재로 태어났고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각도 세계 각국의 병원과 연구소에서 필사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모든 정부가 경제와 사회정책의 통합을 도구로 위기 극복에 전력투구 중이다.


공동체 향한 개인의 헌신 주목해야
 문재인 정부도 코로나19 퇴치를 최종 목표로 하는 수세적 대응을 취해서는 안된다. 국가가 적극 개입하여 고용, 임금, 민생, 복지에 걸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오히려 나라의 틀을 개조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정책에 우선하여, 팬데믹을 물리치는 가장 큰 힘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퍼지는 것이니 그것을 차단할 원천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름 없고 권력도 없는 평범한 시민 각자의 참여 말이다. 역사를 통틀어 인류는 하늘의 축복이나 기적이 아니라 이 같은 연대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 공동체를 향한 개인의 헌신이 모여 괴물을 퇴치하는 거대한 방벽을 만들어 온 것이다. 나는 이것이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팬데믹 이후를 새롭게 건설하는 우리의 가장 결정적 무기가 아닌가 한다.





                                                                                                                    기획 진행 김영주_funhermes@korea.kr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20-06-02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006호

다이내믹부산 제188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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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업데이트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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