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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1912호 문화관광

여성 중견작가 약진과 청년 독립출판의 힘

2019년 부산 문학·출판을 돌아본다

내용

문학의 개념과 범주는 변한다. 롤랑 바르트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문학적인 것의 의미와 가치는 시대와 매체에 따라 새롭게 구성되며, 문학의 형식과 내용도 변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부산지역 문학·출판의 특장점은 무엇일까.
먼저, 중견 여성시인들의 약진과 시의 미학적 성취를 들 수 있다. 작년 연말 박정애('박자를 놓치다'), 안효희('너를 사랑하는 힘'), 최정란('장미키스') 등과 같은 지역의 중견 여성시인들이 좋은 시집을 출간하며 지역 안팎으로 주목을 받았고,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정진경, 신정민, 김예강, 김효연 등과 같은 시인이 대표적이다. 신정민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 김예강 '오늘의 마음', 김효연 '무서운 이순씨'는 시적 언어에 대한 치열한 탐구를 통해 진부하고 오염된 언어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고자 하는 현대시의 예술-존재론적 사명을 충실히 증명해 보였다. 특히 정진경 시인은 사진과 시를 결합한 포토포엠 시집 '사이버 페미니스트'를 출간해 독자와 시의 소통 가능성을 확대하고자 했다. 여기에 덧붙여, 부산의 전통있는 시 전문 계간지 '신생'이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사실도 기억되어야 한다.


박정애·최정란·안지숙·김현 등
중견 여성시인·소설가 활동 활발
부산 청년작가들 새로운 가능성
문단 바깥에서 생생한 목소리 드러내



다음은 소설의 경우이다. 수도권 외에 가장 많은 소설가가 사는 도시가 부산이다. 중견작가층이 매우 탄탄하며, 지역 일간지를 통해 등단한 젊은 작가들도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사적 심미성을 갖춘 여성 중견작가들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안지숙 '데린쿠유', 김현 '너무 매운 감자', 정우련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등이 대표적이다. 배길남 '짬뽕 끓이다 갈분 넣으면 사천짜장'이 요산창작기금 수혜작으로 선정됐는데, 예의 재기발랄한 필치와 추리기법이 흥미롭다. 이런 경향은 정광모 장편소설 '마지막 감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스펜스 넘치는 플롯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창작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타고 넘으며 독자에게 가닿고자 하는 지역 작가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산지역 청년들의 도전적 글쓰기와 독립출판을 들 수 있다. 흔히 문단이라고 부르는 문학제도의 바깥에서 지역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다. 독립출판으로 출발해 정식 출간에 이른 청년작가 이슬기의 '일 인분의 삶'과 김성환 '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 삽니다'가 눈길을 끈다. 기존의 등단 시스템이나 작가 등용과정을 거치지 않고 글쓰기와 독립출판에 도전한 청년들의 패기와 자립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정오의 에세이 '저도 편집자는 처음이라'는 사회 초년생의 삶을 명랑하게 그리고 있으며, 지역의 청년들이 1년간 시 쓰기 활동을 진행하고 그 성과를 묶은 비매품 '시밥: 시 하드트레이닝 살롱데이' 역시 의미 있는 성과이다. 이들 작업은 기성세대의 출판 규범이나 문학적 문법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지만, 훨씬 더 지역적이고 문학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년에도 지역의 문학예술은 미학적 성취를 높이며 시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 형 준 _ 문학평론가
                                                                                                                               부산외대 한국어문화학부 교수


2019부산문학출판을 돌아본다 부산외대 한국어문화학부 박형준 교수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9-12-1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191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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