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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5월호 통권 127호 호 문화관광

400년 만에 열린 초록 대나무숲 기장 아홉산숲을 아시나요?

내용

기장 아홉산숲은 태고의 신비로 울울창창하다. 대나무가 마구 뿜어낸 초록공기, 때 묻지 않은 고요가 다정하게 찰랑거리는 흔치 않은 숲이다. 이 숲의 매력은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숲 문화를 위해 제한된 인원만 출입시켜 인공의 방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곳은 실제 400년 동안 외부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사유지로,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맹종죽이 가득하다. 그래서 이곳에 가면 원시의 감각을 맘껏 느낄 수 있다.  

 

400년간 보호돼 온 기장 아홉산숲은 어린이들의 자연학습 체험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400년간 보호돼 온 기장 아홉산숲은 어린이들의 자연학습 체험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400년간 보호한 자연 그대로의 숲

 

기장군 철마 미동마을회관을 지나 도착한 아홉산숲, ‘아홉’이라는 지명은 아홉 개의 봉우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남명 문씨 집안에서 9대에 걸쳐 관리해 왔다는 52만8천925㎡ (약 16만평) 규모의 숲에는 훼손되지 않은 시간이 산다. 시간은 나무를 키우고, 나무는 산토끼와 고라니와 딱따구리를 불러들이고, 서로를 지켜온 커다란 숲 마을에는 바람과 햇살과 구름과 사람들이 쉬어 간다. 

오직 숲 가꾸기에만 열중한 숲지기 덕분에 온갖 생명들이 깃들어 알콩달콩 살아간다. 꿩, 멧비둘기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이끼와 버섯들도 봄이 왔다고 손짓한다.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벚꽃 폭설이 내리던 날, 카메라를 든 연인 두어 커플에 이어 형광색 조끼를 입은 30여명 유치원생들이 조잘조잘 기장 아홉산숲을 찾았다.  대나무 숲, 보호수인 금강소나무 숲, 참나무 군락, 진달래 군락, 편백나무 숲, 삼나무 조림지, 은행나무 등은 숲 마을을 이루는 중요한 나무 가족이다. 죽순이 봄기운에 못 이겨 근질거리는 몸통을 뽑아 올린다. 대숲 옆의 층층나무가 폭죽처럼 하얀 꽃송이를 터뜨린다. 숲 해설사에게 듣는 숲지기 일가의 내력도 흥미진진하다. 까마득한 임진왜란 때 난리를 피해 이곳에 정착하면서 숲을 지키고자한 일념 하나로 버텼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그리고 오늘날까지 대나무의 절개처럼 흔들림 없었던 옹고집이 우리에게 선물한 생태공간이다. 매표소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관미헌(觀薇軒)이란 당호의 한옥이 나오는데 문씨 집안의 종택이다. ‘관미헌’이란 ‘고사리조차 귀하게 본다’라는 숲지기 집안의 정신이 담겨 있다. 

 

아홉산숲에서 자연학습 체험을 하는 아이들 모습. 

▲ 아홉산숲에서 자연학습 체험을 하는 아이들 모습. 

 

희귀종 ‘구갑죽’부터 다양한 나무 군락 반겨

 

신기한 모양의 대나무 앞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대나무 모양이 흡사 거북이 등껍질 같다. 몸값이 높은 ‘구갑죽’은 희귀종이다.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대나무뿐 아니라 마당에 있는 백 살이 넘는 은행나무는 숲지기 할머니가 시집올 때 심은 나무다. 아름드리 목련꽃나무와 배롱나무, 파란 벨벳을 펼친듯 한 잔디 위에 그림처럼 단아한 고택구경은 덤이다.

 

숲속 놀이터로 가는 길, 닭장에는 하얀 암탉이 알을 품고 있다. “선생님, 병아리는 엄마 품속에서 언제 나와요?” 병아리가 보고 싶은 꼬마들이 재잘거린다. 닭장을 지나자 ‘버섯재배장’의 길쭉한 나무들이 비스듬히 서로에게 기대어 서있다. “그럼 버섯의 엄마는 나무기둥인가요?” 꼬마들의 질문도 병아리처럼 삐약삐약 봄나들이를 나왔다. 삽살개가 봄볕을 느긋하게 즐길 때, 표고목은 버섯종균에게 젖을 먹인다. 표고목은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 그리고 신갈나무와 갈참나무를 많이 쓴다고 한다. 숲길로 접어들면 파란 하늘을 찌를 듯한 히말라야시다 백여 그루와 짙푸른 대숲이 나온다. 벚꽃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모퉁이를 지나자 숲속놀이터가 나왔다. 대나무를 이용한 여러 가지 놀이기구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흔들흔들 대나무 그네, 누워있으면 솔솔 잠이 오는  해먹, 사이좋게 앉아보는 대나무 벤치, 그리고 대나무로 지은 나무집은 오늘 꼬마 친구들이 주인이다. 조심조심∼ 침착하게 한발씩 공중을 걸어가는 밧줄체험,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며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협력하고 양보하는 숲속 아이들이 활짝 핀 봄꽃이다.

 

아홉산숲 매표소를 지나면 숲을 지키는 문 씨 집안의 종택 ‘관미헌’과 만난다. 

▲아홉산숲 매표소를 지나면 숲을 지키는 문 씨 집안의 종택 ‘관미헌’과 만난다. 

 

자연 속 숨은 이야기 알아가는 재미 솔솔  

 

“작고 예쁜 보라색 꽃이 뭘까요?” “제비꽃요!” “제비꽃이 있는 곳에는 꼭 개미집이 있단다.” 제비꽃과 개미가 어떤 관계인지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귀가 쫑긋해진다. “제비꽃 씨앗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씨앗마다 조그마한 하얀 알갱이가 붙어 있는데 이것은 개미가 즐겨먹는 영양덩어리라서 개미가 제비꽃 씨앗을  집으로 물고 가 제비꽃을 퍼뜨리는 거야.” 제비꽃은 벌이 없이도 자체적으로 가루받이를 한다. 보기에는 연약하고 귀여운 제비꽃이 벌도 없이 제 씨를 퍼뜨릴 수 있는 야무진 면이 있었다. 이제 제비꽃이 있는 곳에 개미집이 있나 없나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제비꽃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어요. 깨끗이 씻어 상큼한 소스를 얹어 샐러드로 먹거나, 잘 말려 차로 끓여 먹어도 좋아요. 꽃은 자주색 물을 들이는 염료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은 식물이에요.” “애호랑나비와 족도리 풀 이야기도 해줄까요? 애호랑나비는 애벌레를 보호하기 위해 독성이 있어 사람들이 먹지 못하는 족도리 풀잎에만 알을 낳아요. 사람들이 채취하면 애벌레가 살 수가 없잖아요. 애호랑나비는 대략 18개의 알을 낳는데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끼리 먹이를 두고 싸우는 비극을 막고자 족두리 풀잎이 시원찮으면 알을 적게 낳는다고 해요. 참 영리하죠?” 꽃과 풀, 벌레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신기하고 재밌다. 그 외 숲속 체험으로는 죽순 캐기 체험과 봄나물 잔치, 대통밥 만들기, 망개떡 만들기, 지렁이 똥이 숲속 영양제라는 것을 배우는 즐거운 흙 놀이와 물웅덩이에서 올챙이와 개구리를 만나는 시간도 있다. 그리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산속 음악회와 맨발로 묵언하며 대나무 숲길 걷기 등이 있다. 해갈이가 심해 수확량이 일정치 않은 죽순체험 뿐 아니라, 체험 내용은 숲속 환경에 맞춰 아홉산숲 교육담당자와 상의해 정할 수 있으니 예약은 필수다.

 

아홉산숲의 대나무숲은 영화 ‘군도’ ‘대호’·드라마 ‘옥중화’의 배경이 됐다(사진은 대나무숲 사이를 걷는 시민 모습).

▲ 아홉산숲의 대나무숲은 영화 ‘군도’ ‘대호’·드라마 ‘옥중화’의 배경이 됐다(사진은 대나무숲 사이를 걷는 시민 모습). 

 

영화 ‘군도’ ‘대호’·드라마 ‘옥중화’ 배경 - ‘맹종죽 숲’

 

숲 이야기를 듣고 나니 꼬마친구들이 돌아 갈 시간이다. 

 

“숲의 주인은 나무와 풀과 꽃, 모든 곤충과 동물들의 것이야. 우리는 잠시 놀러 온 소풍객, 그러니까 인사를 나눠야지. 숲아, 안녕∼잘 있어. 또 올게. 지렁이나 애벌레를 밟을 수 있으니 천천히 걷자.”

 

숲속놀이터에서 꼬마들을 배웅하고 10분정도 걸어가니 금강소나무 숲 맞은편으로 첫 대나무군락지인 ‘맹종죽 숲1’이 나왔다. 100년 전에 중국에서 들여온 맹종죽을 처음 심었던 곳이며 오랜 세월 마을의 굿터 역할을 했던 자리다. 하늘을 가릴 만큼 빽빽한 대숲 분위기는 의적이 활약하던 시대로 데려다 준다. 바로 여기에서 배우 하정우와 강동원이 열연한 영화 ‘군도’, 이병헌·전도연 주연의 영화 ‘협녀, 칼의 기억’과 최민식 주연의 영화 ‘대호’, MBC드라마 ‘옥중화’를 촬영했다. 영화 ‘대호’를 찍을 때 지은 서낭당 주변은 온통 진달래 군락지다. 개잎갈나무와 맹종죽이 양쪽으로 바라보는 ‘바람의 길’을 지난다. 유독 솔방울을 많이 매단 소나무가 보인다. 솔방울이 많다는 것은 수명이 다했다는 뜻이다. 죽기 전에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고 싶은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나무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한참 후 편백나무 오솔길을 빠져나오니 ‘제2 대나무군락지’인 평지대밭 맹종죽 숲이 나왔다. 

 

 

완만한 숲길, 가족 산책로로 제격

 

3만3천57㎡(약 1만평)에 이르는 장엄한 대숲이다. 맹종죽의 기원은 옛날 중국의 효자 맹종이 한 겨울에 병을 앓는 어머니가 죽순을 먹고 싶다했지만 구할 도리가 없어 하얀 눈밭에서 뜨거운 눈물을 떨구었더니 그곳에서 죽순이 솟았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는 숲 해설사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맹종죽의 죽순은 커다란 짐승 뿔이 솟아나듯 올라온다. 

 

이렇게 비옥한 숲을 가꾸느라 1960~70년대 동래지역의 식당 잔반도 얻어오고, 분뇨차도 불러 비료 삼아 숲을 가꾸어 지금에 이르렀다. 하늘에는 대나무가 만든 연초록의 나뭇잎 지붕 사이로 빗금으로 잘린 햇살이 후드득 떨어진다. 여기에 서면 아득한 몇 세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문명이 닿지 않은 깨끗한 시간의 느낌이랄까. 흡족한 청량감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이곳에서 SBS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를 찍었다. 맹종죽은 지름이 최고 20㎝에 이르며 키도 10∼20m까지 자란다. 대나무는 생장속도가 빨라 하루에 1m를 자라는 것도 있다.  대나무 뿌리는 땅속에서 깊고 넓게 뻗어서 지진이 나도 끄떡 없이 버틴다.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도 뛰어나 기후변화를 막는 수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대나무가 세력을 뻗치면 주위의 소나무 등 다른 나무들이 죽는다. 성장속도가 빠르고 햇빛 경쟁에서 탁월한 대나무가 땅속줄기를 확장해 나가면 어떤 나무도 견디지 못한다. 기장 아홉산숲에 수령 400년이 된 금강소나무 군락이 형성된 것도 정성껏 보살핀 사람들의 손길 덕분이다. 관리를 받지 못했다면 참나무와 서어나무에 자리를 뺏겼을 것이다. 자연도 인간의 보살핌으로 관리 될 때 숲은 더 강한 생명력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나눠준다. 희귀 생물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미래의 숲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흙의 촉감을 느끼며 맹종죽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유치원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는 완만한 숲길은 가족 산책으로 제격이다. 한 바퀴 돌아오는 데 1시간 30분 정도로 시간도 적당하다. 원시림의 감각세계에 푹 빠져 생각하며 걷는 재미는 색다르다. 대숲 밀림이 도심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여태껏 ‘아홉산숲’ 을 왜 진작 몰랐을까? 후회될 정도로 멋진 공간이다. 청량한 만족감으로 다시 찾고 싶은 숲, 사각거리는 댓잎소리가 일상의 찌꺼기를 말끔하게 쓸어내 주는 상큼한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아홉산숲

주      소 : 부산시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37-1 

문      의 : 051-721-9183 (ahopsan.com)

개방시간 : 오전 9시∼오후6시 (마지막 입장시간 오후 4시30분)

입 장 료 : 1인 5,000원

방문예약 : 평일방문 예약 필요(월요일 휴무)

            토·일요일은 예약 없이 방문 가능(10인 이상은 예약필수)


작성자
이영옥
작성일자
2017-04-2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5월호 통권 127호 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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