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자유’를 향한 생생하고 치열한 예술혼
부산시립미술관 '유영국전'
상반기 최대 규모 기획전 '절대와 자유'전 6월 25일까지
- 내용
부산시립미술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 화가 유영국(1916-2002)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작가의 예술적 성취를 탐색하는 대규모 회고전 '유영국-절대와 자유'전을 열고 있다. '유영국전'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주최하는 전시로 지난달 29일 개막, 오는 6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유영국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아카이브와 그의 전 생애 작품을 총망라한 전시다. 특히 부산에서 피란시절 미술활동을 했던 유영국의 예술가로서의 경로와 발자취를 되짚어 보고, 한국의 자연을 아름다운 색채와 대담한 형태로 빚어낸 추상미술의 세계를 감상하는 기회다.
▲유영국의 1969년도 작품(왼쪽)과 1981년도 작품.
유영국은 1916년 경상북도 울진의 깊은 산골에서 태어나 1930년대 세계에서 가장 모던한 도시 중 하나였던 도쿄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이중섭의 선배로 문화학원(文化學院)에서 수학하고, 일본인의 재야단체인 자유미술가협회에서 활동했다. 김환기와 함께 한국 역사상 최초로 추상화를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전위미술의 선구자로도 인정받았다. 1943년 태평양전쟁의 포화 속에서 귀국,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어부와 양조장 주인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55년 이후 서울에서 본격적인 미술활동을 재개, 신사실파, 모던아트협회, 현대작가초대전, 신상회 등 한국의 가장 전위적인 미술단체를 이끌며 한국 추상미술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64년 미술그룹 활동의 종언을 선언하며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 2002년 타계할 때까지 생애 후반은 침묵의 자세로 일관하며 순수추상화가로서의 치열한 조형탐색에 몰입했다.
전시는 그의 생애를 다섯 시기로 구분해 보여준다. 도쿄 모던(1916-1943)기는 일본 체류 당시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베니어판을 자르고 이어 붙여서 단순화된 기하학적 형태만으로 '구성된' 부조(浮彫)가 대표적이다. 색채마저 배제된 무채색의 오브제에는 나무의 자연스런 패턴이나 매끈하게 처리된 광택의 표면만이 떠오를 뿐이다.
'추상'을 향하여(1943-1959)는 1948년 신사실파, 1957년 모던아트협회, 1958년 현대작가초대전 등 척박한 풍토 속에서도 가장 전위적인 미술단체를 이끌었다. 이 시기 그의 작품은 '회화'로 돌아와 산, 언덕, 계곡, 노을 등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의 요소들을 점차적으로 추상화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형태를 단순화하고, 절묘한 색채의 조화를 추구하되, 마티에르 즉 표면의 재질감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을 탐구해 나갔다.
자연과의 만남(1960-1964) 시기 그의 작품은 매우 힘차고 자신감에 넘친다. 거대한 산수를 마주대하는 듯 큰 화면에는 조감도적인 시점으로 내려다 본 온갖 계절의 생동감 넘치는 자연이 펼쳐진다. 특히 1964년 한 해 동안 개인전 발표를 앞두고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제작된 작품들은 깊은 숲 속에 빨려들어 갈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937년 유학시기부터 1999년 절필작에 이르기까지 유영국의 진면모를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올 상반기 부산시립미술관 기획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전시다. 성인 3천원, 초중고생 2천원, 단체학생 1천500원.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문의 (051-740-4247)
▲임응식 사진가가 찍은 유영국.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7-04-05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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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773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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