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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4월호 통권 126호 부산이야기호 문화관광

삶·역사·기억 담은 건축 이야기 만나는 여행

동·서양 건축 조화 ‘부산문화회관’ … 아픈 역사 담은 ‘일제강제동원역사기념관’
비둘기 날갯짓 형상화 ‘유엔평화기념관’ … 전몰장병 기리는 공간 ‘유엔기념공원’

내용

건축물을 단순하게 철근과 콘크리트로 분석한다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건물은 삶을 담는 그릇이다. 특히 아픈 기억이 살고 있는 기념관이라면 찾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숨소리를 듣고 과거에서 미래로 나갈 있다. 그래야만 상처의 기억에서 회복된 시간이 부드럽게 돌아간다. ‘건축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건축투어 번째, ·역사·기억을 담은 건축물이 밀집한 부산 문화벨트 둘러보았다. 코스는부산문화회관 -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 유엔평화기념관 - 일오집 - 사과나무학교 - 유엔기념공원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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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기둥은 서양의 신전을 닮았지만, 지붕과 처마는 우리나라 전통양식이다. 동양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혼합해 장엄한 직선에 부드러운 곡선을 얹은 것이다.

 

관부연락선 닮은일제강제동원역사관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부산문화회관 잔디광장에는 비둘기가 파릇파릇한 봄을 쪼고 있다. 회강석으로 마감한 지하 2, 지상 3층의 건물은 정면에서 바라보면 파르테논 신전을 닮았지만, 지붕과 처마는 전통양식이다. 대극장을 중심으로 중극장, 소극장이 , 우로 배치돼 마당의 여백이 돋보인다. 동양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혼합돼 정체성이 모호해 보이지만, 장엄한 직선에 부드러운 곡선을 얹어 신전이 주는 무거운 경외감을 걷어내 관객들의 걸음을 가볍게 했다.

본관
앞마당과 광장의 높낮이 차이는 좌우 대칭을 균형감 있게 이끌 아니라, 높이가 다른 공간구성을 이용해 다양성을 표현했다부산문화회관에서 당곡공원으로 가는 언덕배기에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보인다. 해저 깊이 묻혀 있던 상처난 대형 여객선을 끌어 올려 같다. 남쪽의 경사를 이용한 이색적인 건물은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던 관부연락선의 모양을 땄다. 이유는 숱한 이별과 굶주림으로 내몬 뼈아픈 시간을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함께 기억하고 널리 알리고 싶은 역사관의 목적답게 묵직한 사각의 콘크리트 상자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있다. 강제 동원돼 노동을 착취당할 수밖에 없었던 암담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가슴에 품었던 한줄기 빛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건축물 1 동인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지하 4, 지상 3 7 규모로 외부마감은 세라믹 테라코타 타일로 시공했다. 본관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역시 구불구불한 잿빛 벽돌담으로 이어져 아픈 역사를 형상화했다. 어두컴컴한 돌담 너머로 연분홍 매화꽃이 부끄러운 고개를 내민다.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밝은 내일로 함께 가자는 몸짓 같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추모 공간

경사가 심한 역사관의 때문인지 특이하게 4층부터 전시실이다. 전시실인 상설전시실 1기억의 터널에는 어딘가로 끝없이 걸어가는 그림자가 과거로 이끈다. 유족들이 기증한 전시물이 일본의 감언이설에 속을 수밖에 없었던 배고픈 시대의 증언 같아 생생하다. 5 상설전시실 2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피해자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그리고 어둔 통로를 따라 당시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보여주는 탄광에 이어 순간 분노로 손끝이 떨리는 위안소가 나왔다. 6층은 기획전시실이다. 특별전 후에도우토로, 남겨진 사람들의 노래 강제동원의 피해를 현장성 있게 전한다

 

전망대로 나오면 어둔 기억의 보상처럼 멋진 전망이 기다린다역사관의 건축물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승강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내려오는 방식이 좋다. 하늘공원에는 2개의 계단이 있는데 이것은 사바세계를 나와 화엄에 이른다는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처럼 이생의 고통을 벗고 가벼운 걸음으로 후생으로 들어가라는 제의식이 숨어 있다. 역사관 뒤편에 조성된 추모공원에서는 부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있다

 

추모탑 꼭대기에는 고향을 향해 날아가고 싶었을 영혼들을 위해 만든 다섯 마리의 조형물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같다. 다시 밖으로 나와 건물 전체를 바라본다. 건물 전체 외벽을 거친 재료로 사용해 웅장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들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표면은 아주 독특하다. 움푹움푹 파인 깊은 상처, 따뜻한 봄날인데도 마음이 시려온다. 외곽의 기존 산책로를 유지해유엔기념공원까지 자연스러운 연결을 유도한 것을 보면 아픈 기억에서 회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평화 소중함 배우는 공간유엔평화기념관

역사관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이는 건물이 바로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유엔평화기념관이다. 규모는 지하 2, 지상 3 건물 1 동이며 외부마감은 회강석, 사암, 복층유리로 있다. 지형의 생김새로 인해 인접한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비하면 건물이 움푹하게 들어간 형상이다건물이 밖으로 돌출된 역사관이 아픈 상처를 꺼내 보이며 위로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면유엔평화기념관 엄마 품처럼 포근하게 안아 주는 것처럼 보인다. 기념관은 전시와 회의를 위한 복합공간이자유엔기념공원 바라보는이다

 

유엔기념공원 서서 고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리면유엔평화특구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유엔평화기념관 건축의 주제는 비둘기의 평화와노아의 방주. 대재앙인 홍수 속에서 비둘기가 힘찬 날갯짓으로 희망의 나뭇가지를 가져다줬다는 의미다. 평화를 향해 날갯짓을 하는 상승감과 탑을 향해 나아가는 속도감을 세련된 변화를 통해 다양한 공간감으로 표현했다또한 밖으로 하얀색 처마를 노출시켜일제강제동원역사관 무거운 느낌과 대조를 이루며 건물전체가 밝은 톤의 산뜻하고 명랑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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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을 전시, 일제강제동원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주민 직접 참여해 만든 아파트일오집

일오집 설계부터 완공까지 조합원이 직접 참여한하우징 주택이다. ‘유엔평화기념관에서 내려오는 비탈에 지하 1 지상 4층의 2개동 14세대 다세대주택과 1채의 커뮤니티 하우스, 15채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이름이일오집이다. 거친 표면이 표현되는 스타코플렉스로 마감된 단순한 외관과 녹색의 차양이 돋보이는 집으로 지하주차장에는 17대의 주차시설과 목공실이 있다일오집 대안학교를 다니는 학부모모임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을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자유롭게 교육시킬 다양한 방법을 찾다가 주거공동체로 연결된 것이다. 1 없는 마당과 꼭대기 층의 경사지붕과 천창, 중층구조로 다양성을 중시했다. 기존의 아파트와 다르게 발코니를 만들어 외부 공간을 맘껏 향유했고, 발코니 내부에 채도를 높여 신선함을 더했다. 창과 유리벽의 단순한 배치에 주안점을 두었고, 내부조명과 조명의 현대적인 감각 또한 자랑거리다

 

획일화된 아파트에서 새로운 주거 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일오집 미래형 주택의 롤모델이 됐다일오집 인접한사과나무학교 낮은 경사로를 이용해 지은 지상 3층의 건물 1동으로 외부마감은 벽돌, 적삼목, 금속, 수성페인트로 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학습 참여를 실천하는 발도르프 대안학교로 신라대 발도르프교육연수원에서 발족해 뜻을 이룬 전인 교육장이다. 일상 속에서 새로움이 솟아나는 공간 활용이 자랑거리이며 마감 재료를 일상과 비일상으로 나누었다. 금속지붕, 치장벽돌 등은 일상의 느낌을 주고, 하늘색 불소수지 페인트는 상상력을 더한다. 내부공간은 중앙홀을 중심으로 크게 유치원 과정과 초등학교 과정으로 분리된다. 발도르프 교육의 핵심공간인 유리드미강당은 2층에 별도로 마련했다

 

대지의 형태에 순응하는 벽체의 꺾임과 둔각의 직선들을 모나지 않게 유연한 곡선으로 살린 점이 돋보인다뒷마당으로 가는 길은 최대한 자연을 흡수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을 배려했다. 외벽을 따뜻한 질감의 벽돌로 금속경사지붕과 조화를 꾀했고 자연의 빛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투명유리로 구성해 다양한 비례의 수직과 수평창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오래된 낡은 담벼락에 담쟁이 넝쿨을 올리고 흙장난을 있는 외부공간을 확보했다. 실내는 아이들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살구색, 봉숭아 꽃물색, 연두빛 매실색의 아름다운 색채로 꾸며 내부공간의 분위기를 포근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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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오집은 조합원이 직접 참여해 설계한 아파트로 친환경적인 구조가 특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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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으로 희생당한 유엔군전몰장병들의 유해를 안장한 ‘유엔기념공원’은 공원 전체의 조경 관리가 뛰어난 명소다. 아담한 예배당을 닮은 추모관은 고(故) 김중업 작가의 대표작이다.​

 

한국 전통양식 살린 정문아담한 예배당 닮은 추모관

6·25전쟁으로 희생당한 유엔군전몰자들의 유해를 안장한 유엔기념공원 공원 전체의 조경 관리가 뛰어난 명소다. 수목원과 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책로는 이미 입소문을 탔다. 4 중순경에 피는 겹벚꽃 군락의 황홀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도 () 김중업 작가의 대표작인 정문과 추모관은 공원의 백미다정문은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기능과 기념성을 동시에 담아내기 위해 한국 전통건축의 원리를 최대한 활용했다. 건물 전체 구조를 볼륨감 있는 곡선체계로 구성하고 수위실과 안내실은 엄격한 직각체계로 설계해 곡선의 구조물과는 별도로 설계했다. 지붕선, 기둥의 배흘림, 물홈통 아름다운선의 흐름 강조했다. 지붕은 콘크리트로 기와모양을 만들었고, 지붕의 중앙 천장이 뚫려있다. 우리 것과 서구 것의 결합은 사유의 깊이에서 생겨났다. 낯선 땅에 와서 아까운 목숨을 바친 유엔군들이 편히 공간이라는 점에서 뜻있는 건축물이다

 

추모관은 뾰족지붕이 아름다운 예배당 느낌이다. 날카로운 예각의 형태를 보여주는 구조물은 단순한 가운데 종교적 상징성이 살아있다. 하늘을 향해 치켜 올린 지붕은 신을 향해 기원한다는 의미의 표출이며, 내부천장에는 전투 병력으로 참전한 16 유엔국을 상징하는 16 줄무늬가 디자인 돼있다. 유엔 참전 국가들이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채플공간이면서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할 있도록 했다

 

늦은 오후의 추모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나직한 빛이 머문다주묘역과 상징묘역을 돌아 나와 참전 용사 가장 어린 도은트 병사의 이름을 도은트 수로를 따라 걷는다. 잊고 있었던 자유의 드높은 가치를 일깨워주는 4만여명의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이름이 나라별, 알파벳순으로 새겨져 있다. 추모명비 입구에 있는 이해인 수녀의 시를 가만히 읊조려 본다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 건축이란 인간행위와 자연의 결합물이다. 우리는 살아왔고, 살아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연결고리인 건축물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에게 언제든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준비를 하고 있다. 꽃망울이 툭툭 터지는 4, 부산 문화벨트를 거닐며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보는 어떨까?

작성자
이영옥
작성일자
2017-03-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4월호 통권 126호 부산이야기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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