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명물 만디버스 타면 … 부산이 한눈에
하루 19차례 운행 … 부산 원도심·산복도로 명소 곳곳 누벼
부산항·감천문화마을·남항대교 절경 눈앞에 … 감탄사 절로
- 내용
만디버스의 첫 손님은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다. 깊고 투명한 유리지붕을 선루프로 제작해 얹었다. ‘만디버스’는 산이나 언덕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는 방언 ‘만디’와 ‘버스’의 합성어다. 만석이 된 버스가 출발하자 정수리를 쪼던 따가운 볕도 한방에 날아간다. 버스는 붉은 열정으로 오르락내리락 숨차게 달려 부산의 비경을 낱낱이 펼친다.
하루 19차례 운행 … 산복도로 명소 편하게 감상
부산의 새로운 명물 순환형 투어버스 ‘만디버스’가 지난 7월 14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산복도로 아래를 감상할 수 있는 본 창문과 아래 보조창문이 장착돼 있는 빨간색 버스는 산복도로 마을을 형상화한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관광명소의 안내 방송뿐 아니라 좌석에는 USB 연결 잭이 있어 휴대전화, 태블릿 충전이 가능하다. 이처럼 여행객들의 불편을 해결해주려는 자상함이 만디버스의 장점이다. 25인승 버스로 30분 간격, 하루 19차례 운행한다. ‘부산역 출발 ~ 영도대교 ~ 흰여울 문화마을 ~ 송도해수욕장 ~ 송도구름산책로 ~ 감천문화마을 ~ 아미문화학습관(최민식갤러리) ~ 누리바라기전망대 ~ 국제시장 (부평야시장) ~ 용두산공원(부산근대역사관) ~ 보수동 책방골목 ~ 석당박물관(임시수도기념관) ~ 닥밭골행복마을(한지마을, 소망계단) ~ 금수현의 음악살롱 ~ 산리마을(모노레일) ~ 민주공원 ~ 이바구공작소(168계단, 장기려기념관, 168모노레일) ~ 유치환 우체통 ~ 부산역 도착’.
버스는 산허리를 가로질러 산과 바다가 빚어내는 수려한 경관을 모두 찾아낸다. 부산의 특징인 근대 역사의 풍부한 자원을 캐내 숨은 관광지까지 안내해주는 섬세함으로 진정한 부산의 속살을 만지게 한다. 특히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역사공부가 될 것 같다.
▲만디버스는 부산역에서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영도대교·감천문화마을·누리바라기전망대 등 원도심과 산복도로 명소를 경유한다(사진은 부산항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누리바라기전망대 모습)
피란민 애환서린 영도대교, ‘변호인ʼ 촬영지 흰여울 문화마을
출발지인 부산역을 벗어나 첫 번째로 도착하는 곳은 영도대교다. 일제강점기에 착공된 영도대교는 다리의 한쪽을 들어 올려 선박을 지나가게 하는 최초의 도개교다. 철거 논란을 뒤로하고 2013년 복원해 매일 오후 2시에 10분간 다리를 들어 올리는 행사를 한다.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영도다리의 도개장면을 놓친 관광객들은 부산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만큼 부산의 소중한 명소다.
버스가 도심을 두고 산복도로를 올라가자 산 아래 펼쳐진 바다에 마음이 풍덩 빠진다. 버스에는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아지매들이 단체로 탔다. 옥수수를 삶아와 처음 보는 승객들에게도 하나씩 나눠준다. “맛있게 삶았네” “들고 온다고 무거워 죽는 줄 았았데이” “이거 좀 자실란기요?” 부산 사투리에 묻은 정이 톡톡 씹히는 옥수수 알만큼 구수하다. 아지매들의 수다에 푸근한 질감이 느껴진다. 이런저런 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디버스 투어를 권하고 싶다. 이토록 정답고 편리한 치유 여행이라니….
버스는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로 달렸다. ‘흰여울’은 봉래산의 물줄기가 바다에 떨어질 때 하얀 포말을 일으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골목마다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흰여울길이 끝나는 피아노 계단에는 파도가 종일 바다를 연주한다. 이곳은 영화 ‘변호인’의 촬영장소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절영해안 산책로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저 놀랍다. 버스는 영도를 벗어나 남항대교를 타고 송도해수욕장으로 간다. 부산에서 제일 먼저 생긴 해수욕장은 주변의 솔숲이 장관이다. 빼어난 곡선미를 자랑하는 365m 길이의 송도구름산책로가 바다 위로 뻗어있어 사랑을 독점한다.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로 사용됐던 석당박물관은 피란수도 부산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사진은 석당박물관 앞에 전시돼 있는 전차).감천문화마을·누리바라기전망대 … 시원한 풍경 파노라마
이어 버스가 도착한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은 부산의 고단한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하늘에서 쏟아진 듯한 가파른 계단, 색색의 낮은 지붕은 현실이란 거센 풍랑과 맞서 싸워온 가난의 땀 냄새가 배여 있다. 저소득층 주거지로 낙후된 마을이었지만 부산형 도시재생을 통해 세계인이 주목하는 명성을 얻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작은 카페와 아름다운 벽화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장난감 같은 집이 옹기종기 모인 산동네의 손바닥만한 그늘에 어르신들이 모여 바둑을 두고 있다. 이웃의 정이 식량이 돼 주었던 동네, 사람 사는 냄새는 언제나 코끝이 찡하게 한다. 감천마을 뒤편을 살짝 돌면 천마산 중턱에 자리 잡은 초장동 누리바라기전망대와 아미문화학습관, 천마산 에코하우스가 나온다. 시원한 풍광 앞에 즐거운 비명이 터진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부산항과 영도, 광안대교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또 아미문화학습관의 최민식갤러리에서 사진촬영 교실, 옛 사진 인화 과정 체험을 할 수 있으며 기찻집 카페테리아에서는 비즈공예품, 수제 쿠키 등을 판매하며 직접 제작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6·25전쟁 당시 피란 온 금수현 음악가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금수현 음악살롱’은 시원한 전망과 더불어 생태공예 체험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사진을 찍고 차 한 잔을 마시며 다음 차를 기다렸다. 정보화를 외치는 요란한 세상에서 기다림의 적막을 느껴보는 것은 만디버스가 주는 선물이다.
▲만디버스의 첫 번째 코스인 영도대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도개교로 6·25전쟁 피란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사진은 영도다리 도개 모습).
추억·감성 깨우는 닥밭골, 보수동 책방골목
버스는 반짝이는 일몰을 뒤로하고 산길을 휘돌아 민주화의 산실인 중구 대청동 민주공원으로 들어선다. 민주항쟁기념관의 조형물 ‘민주의 횃불’은 조명이 들어오면 실제 횃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민주주의의 염원을 담은 상징으로 안과 밖이 하나로 드러나 보이는 독특한 형태다.
이윽고 동구 산복도로의 명소 이바구공작소에 닿았다. 마침 168계단을 따라 올라오는 모노레일을 만났고, 이곳에는 옛날 교복, 교련복을 입어보는 옛 추억 체험이 이색적이다. 순수한 영혼과 인격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본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 기념관과 청마 유치환 선생의 빛나는 시 정신이 담긴 유치환 우체통을 지나 버스는 수난의 역사가 새겨진 길을 거침없이 달렸다.
부산 영주동의 옛 이름인 신리마을을 향해 노란 모노레일이 올라온다. 이곳에 내려 중앙공원까지 이어지는 벽화 투어를 한다면 현대화에 밀려난 세월의 주름을 만져 보는 셈이다. 영주동과 이어진 보수동 책방골목에 들어서면 바닥에 ‘여기부터 책방골목’이라는 두꺼운 책이 펼쳐져 있다. 책으로 탑을 쌓은 멋진 조형물을 지나면 어린왕자 벽화가 긴 계단을 따라 그려져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부산으로 피란온 가난한 부부가 미국부대에서 수집한 각종 헌책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만디버스는 이제 서구 ‘석당박물관’에 닿는다.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로 사용됐던 ‘석당박물관’은 부산 최초의 박물관이며 피란도시 부산의 옛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태화고무의 ‘말표 신발’ 광고판을 붙인 전차 1량이 오래된 시간 위에 꼼짝 않고 서서 눈요기를 시켜준다. 53년간 부산시민의 발이 되어준 전차 내부는 쿠션이 전혀 없는 딱딱한 나무의자이며 온천장과 대신동 운동장에 전차 종점이 있었다.
이어 도착한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불리는 ‘닥밭골 행복마을’에는 삼각대를 들고 다니는 데이트족들이 종종 눈에 띈다. 외로움에 목이 길어진 사슴이 ‘바람은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라는 유치환의 ‘그리움’을 벽 속에서 외고 있다. 벽화와 아기자기한 북 카페,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의 조형물들이 지나가는 발을 잡아끈다.
닥밭골은 한지의 재료가 되는 닥나무가 많이 자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지로 지우산을 만들 때 종이에 들기름을 발라 3년 이상이 되면 기름이 완전히 스며들어 빛깔이 투명해 지고 특유의 질감이 표현된다고 한다. 기다림의 미학은 바로 이런 것!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소망계단에서 두 손을 모아보고 화려한 밤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국제시장으로 향했다.
▲닥밭골 행복마을은 벽화와 아기자기한 북카페, 기발한 상상력의 조형물들로 지붕없는 미술관으로 불린다(사진은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소망계단 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어린이들).
▲산복도로 주민의 이동 편의를 위해 설치한 영주동 오름길모노레일은 산복도로의 풍경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사진제공ㆍ부산일보)
국제시장·부평야시장 … 과거·현재·미래 잇는 삶의 궤적
만디버스가 부산의 대표 명소 중구 국제시장에 도착하자 승객들이 우르르 내린다. 국제시장은 산비탈에 판잣집을 짓고 살았던 피란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터에 물건을 내다 팔면서 형성됐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유명세를 탄 ‘꽃분이네’는 필수 관광코스가 됐고, 부산 사람들의 삶과 함께해 온 글로벌 명품시장이자 근대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휴머니즘 시장으로 거듭났다. 특히 신창동 먹자골목의 부산어묵과 충무김밥, 그리고 비빔당면의 역사는 깊다. 인근의 부평깡통시장과 아리랑거리, 젊음의 거리, 구제골목 등 이색적인 전통시장을 쇼핑하고 세계의 맛을 볼 수 있는 부평야시장에서 이국적인 맛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만디버스의 꽃은 역시 밤 풍경이다. 중구 부산근대역사관을 관람하고 용두산 공원에서 바라보는 부산항 북항과 남항의 야경에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원도심과 산복도로를 연결하는 가로등의 빛다발은 과거에서 미래로 달리는 아름다운 궤적 같다. 부산역에 도착한 후 다정한 길동무 만디버스에서 내려 지나온 길을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가난의 풍경이 밤마다 무수한 별이 되어 반짝이는 산동네, 만디버스는 부산의 숨은 명소와 더불어 산다는 것의 위대함을 말없이 보여준다.
운행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9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무
요금: 성인 1만원, 청소년(중·고등학생) 7천원, 소인 5천원
부산시티투어 점보버스(1만5천원) + 만디버스(1만원) + 낙동강 에코버스(7천원) 통합 탑승권 2만원.
문의 : 051-714-3799
- 작성자
- 이영옥
- 작성일자
- 2016-07-2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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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8월호 통권 118호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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