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이 토해낸 아름다운 노을 … 철새들의 낙원
강·바다가 만나 뒤척이고 천하비경 `일몰' 펼쳐지는
시베리아 철새 둥지 틀어 오종종 모여 군무 추는 하굿둑
을숙도·아미산 전망대 돌아 몰운대까지 겨울나들이 백미
- 내용
부산에는 강이 있다. 노을이 있다. 그리고 멀리 시베리아에서 찾아온 철새도 깃을 치고 있다. 강과 노을과 철새를 만나는 여정을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다. 사하가 그곳이다.
부산의 남서쪽 땅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강은 바다를 받아들이고, 바다는 강을 받아들여 합일을 이룬 곳, 사하. 사하에 이르면 누구라도 격의를 허문다. 속마음을 드러내어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하나가 되어 흘러간다.
그래서 부산의 남쪽을 훑는 여정은 노을과 철새를 따라 겨울의 심연에 닿는 길이다. 부산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과 멀리 시베리아의 전설을 부리에 물고 홀연히 나타난 철새의 무리를 따라 흐르노라면, 부산의 겨울이 깊게 가슴 속으로 스며 들어온다.
부산의 일몰은 붉은 심장 덩어리가 서녘하늘에 걸린 듯 붉디붉다. 이곳의 하늘에는 허공을 무념하게 가로지르는 새의 날개짓이 있다. 겨울노을과 철새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겨울 부산즐기기의 정점이 되는 사하를 훑는다. 사하 어디에 있든 강바람이 불어오고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 아미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의 젖줄 낙동강 풍경.강줄기 넘어 철새의 낙원이 숨어 있는 낙동강은 겨울 낙조와 탐조 여행에 부족함이 없다.
| 시베리아에서 온 철새 낙원
낙동강 하구는 철새의 낙원이다. 철만 되면 새들로 을숙도며 모래톱이며 낙동강 하구 일대 풍광이 장관이다. 철새는 여름철새와 겨울철새로 나뉜다. 낙동강 하구에는 여름과 겨울 모두 철새를 만날 수 있다. 철새 살기가 그만큼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는 나라에서도 인정한다. 천연기념물 제179호다. 을숙도를 비롯한 삼각주와 사구가 발달해 수심이 얕고 갯벌이 넓게 형성돼 철새 먹이가 풍부하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와 아미산전망대, 강변 곳곳의 전망대는 모두 자연친화적이다.
몰운대는 노을의 땅이다. 해 지는 서녘 도시답게 노을은 진경이다. 사하 어디에서 봐도 노을은 일품이지만 특히 다대포 몰운대 낙조전망대와 낙동강 강변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일품이다. 그런 만큼 사하에서는 길 이름도 노을나루길이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사상구 엄궁동까지 12㎞ 남짓한 노을나루길을 걸으면 붉은 노을빛을 받아 새색시처럼 뺨이 물든다.
▲ 낙동강 하굿둑의 철새들| 다대포해수욕장·몰운대 `일몰' 절경
사하 선셋로드는 또 어떤가. 노을길을 영어로 표기한 선셋로드는 부산의 21개 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길로 지역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몰운대에서 을숙도 조각공원까지 강변 대로를 따라 이어진다. 노을 풍경과 태고의 신비, 자연미 고이 간직한 생태와 환경, 문화예술 공간이 접목된 걷기 여행길로 손색이 없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합일의 지점에 이르러 사람들은 비로소 주먹을 슬며시 편다. 해 뜨는 풍경이 주먹을 꾹 쥐게 한다면 쥐었던 주먹을 슬며시 펴게 하는 해 지는 풍경. 선셋로드는 하루 또는 한 평생 수고했던 몸과 마음에게 안식과 위안을 주는 길이다. 다대포해수욕장 자연습지를 가로지르는 `생태탐방로'가 2015년 연말 준공되면서 걷기 좋은 사하를 찾는 발걸음은 더욱 잦아지는 추세다.
▲ 탐조여행의 시작과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일몰에 붉어진 심장은 철새의 군무로 식혀야 한다. 낙동강의 풍부한 먹이를 찾아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철새는 겨울 한 철 이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청둥오리, 고니, 두루미, 큰기러기 등이 낙동강의 습지에서 둥지를 틀고, 낙동강의 강바람을 자신들의 DNA안에 새기고 있다.
설 연휴기간 낙동강 줄기를 따라 걷는 여정은 부산이 비밀스럽게 감추어온 부산의 붉은 심장과 만나는 여정이다. 그래서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꼭 한번 들러봐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6-02-0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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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715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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