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BIFF, 20년 쌓은 내공으로 새로운 100년 역사를 쓰다
성년 BIFF, 성숙된 모습 돋봬… 기라성같은 영화계 별들 방문
높아지고 다져진 BIFF 위상 과시…‘아시아영화 100’에 높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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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1일 오후7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열흘 동안 출렁일 영화의 바다를 활짝 열었다. BIFF는 성년을 맞아 한층 성숙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영화제를 관통하는 분위기는 자긍심과 자신감이다. 관객과의 만남이나 '아주담담' 등 관련 행사가 열리는 행사장 주변은 수많은 인파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힘이 느껴진다. 메인 행사장인 영화의전당에도 무르익은 영화제의 성숙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스무 살 BIFF, 성년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스무살 성인이 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5천여 관객의 함성 속에 지난 1일 힘차게 출발했다. 제20회 BIFF는 오는 10일까지 영화의 바다를 유영하게 된다. 사진·엄지영[D-day] 별, 별, 별 … 전세계 별 한 자리에
지난 1일 오후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제20회 BIFF 개막식에는 국내외 영화 스타와 관객 5천 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개막식 전날은 스무 살 성년이 된 BIFF를 시샘하는 듯 궂은 날씨였다. 새벽부터 내린 많은 비와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불구하고, 이날 정오께부터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스무 살 BIFF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오후가 되면서 국내외 배우들이 속속 영화의전당에 도착하면서 축제의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개막식 몇 시간 전부터 영화의전당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배우 송강호와 아프가니스탄 여배우 마리나 골바하리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초청작 '유스'에 출연해 화제가 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와 국립부산국악원의 '화혼지무' 등의 축하공연으로 시작했다. BIFF 조직위원장이 개막을 선언하자 수백 발의 불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어 한국영화공로상(빌란트 쉬펙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집행위원장)과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스튜디오 지브리) 시상과 함께 개막작 '주바안'의 인도 모제즈 싱 감독과 주연배우 사라 제인 디아스 등이 무대에 올라 작품을 소개한 뒤 개막작이 상영됐다.
천만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영화 '사도'의 주연배우와 감독이 관객과의 만남 행사를 갖고 있다.영화 '테스'의 그녀 나스타샤 킨스키가 BIFF를 찾아 핸드 피린팅을 가졌다.꽃중년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배우 이정재도 BIFF 20돌을 축하했다.[D +1] '하녀'의 팜므 파탈, 33년만의 귀환
본격적인 영화제가 시작된 지난 2일은 귀한 손님의 방문으로 영화의전당이 술렁였다.
2일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김기영 감독의 '하녀' 상영에 앞서 주연배우였던 배우 이은심 씨가 팔순의 노구를 이끌고 등장한 것.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전 세계 평론가와 영화 관계자가 뽑은 '아시아영화 100'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우리나라 영화이자 톱 10에도 진입해 걸작으로서의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이은심 씨는 영화 '하녀' 이후 영화계를 은퇴, 브라질로 이민을 떠나 평범한 삶을 살았다. 이번 조국 방문은 33년만에 극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은심 씨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BIFF조직위가 백방으로 수소문했다는 후문.
이날 영화 상영에 앞서 무대인사를 한 이은심 씨는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배우로서의 여전한 품위와 아우라를 내뿜어 객석을 감동시켰다. 그는 은퇴 이유에 대해 “재능의 부재를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며, “자신이 나온 영화 '하녀'가 부산국제영화제가 뽑은 '아시아영화 100'에 선정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33년만의 조국 방문이자 영화계에 깜짝 등장한 이은심 씨는 '한국영화 회고전'에 상영되는 남편인 고 이성구 감독의 '장군의 수염' 행사에도 참여하고, 디렉터스 체어 기증식에 참석하는 등 어쩌면 배우로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중국 3세대 영화의 선두주자인 지아 장커 감독도 관객과의 만남 행사를 가져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팬들을 즐겁게 했다. 지아 장커 감독은 '아시아영화 100'에 선정된 그의 영화 '스틸 라이프' 상영 후 아내이자 영화적 페르소나이기도 한 자오 타오와 함께 삼십여 분 동안 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지아 장커 감독은 미처 무대에 의자가 준비되지 않아 무대 끝에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와 친절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지아 장커 감독은 산샤댐 건설로 2천년동안 이어져온 한 도시가 단 이 년만에 사라지는 현실을 보고 영화로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히며 “영화의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초현실적 표현들은 중국의 변화의 속도는 초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제작 후일담을 밝혔다.
지아 장커 감독의 '스틸 라이프'는 2006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으로, 이천년대 이후 제작된 아시아 영화 중에서는 유일하게 '아시아영화 100'에 선정됐다.
영화 '하녀'의 여주인공 이은심 씨(왼쪽). BIFF 참가를 위해 33년만에 고국을 찾았다. 영화 '스틸 라이프' 상영 후 관객과의 만남 자리에서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지아 장커 감독(오른쪽).[D+5] 미래의 영화 주인공, 어린이와 함께 한 BIFF
지난 5일 오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 개구쟁이들이 난입했다. 웃고 떠드는 악동들을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이 순간만은 아이들에게 모든 것이 허용된 순간이었기 때문.
이날 상영된 영화는 지난해부터 BIFF가 현재의 관객층을 넓히고 미래의 시네필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와이드 앵글 섹션의 특별 프로그램 '시네키즈'로 상영된 독일 우테 폰 뮌쇼폴 감독의 '붕붕! 달려라 개구장이 레이븐'이었다. 하늘연극장 1,2층을 가득 메운 어린이들은 부산 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몰려온 어린이 400여 명.
무대에 뮌쇼폴 감독과 특별한 손님인 배우 겸 감독 유지태가 등장하자 어린이들은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뮌쇼폴 감독은 "한국 어린이들과 같이 영화를 보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유지태는 "어린이들과 좋은 영화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유지태는 무대에서 내려와 음향석으로 가면서 어린이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음향석에 앉아 입을 풀고 대사 연습을 하면서 영화를 기다렸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영화에 몰입하면서 하늘연극장 안에는 순식간에 정적뿐이었다. 만화 캐릭터에 맞춰 능수능란하게 표현한 유지태의 목소리를 따라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빠져들었다.
올해 시네키즈에는 유지태, 김호정과 함께 배우 문소리가 '자막 읽어주는 서비스'에 참가해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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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5-10-0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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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99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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