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빛·주황빛 성게 알… 진하고 고소한 바다의 맛
‘말똥성게’ 부산 해안가 바위틈 서식 … 엽산 많아 소화 흡수 좋고 강장효과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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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밤송이', '바다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성게. 성게는 얼핏 보면 밤송이와 흡사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온몸에 가시를 두르고, 주로 얕은 바다 암초 지대나 해초들 사이에서 서식한다.
전 세계에 900여종이 분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3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중 개체 수가 많아 식용하는 대표적인 성게로는 '보라성게, 둥근성게, 말똥성게, 북쪽말똥성게' 등이 있다.
맛 좋고 양 적어 고급 요리재료 대접
'보라성게'와 '둥근성게'는 둥글고 가시가 길어 밤송이처럼 생겼다. '말똥성게'와 '북쪽말똥성게'는 가시가 짧고 말똥처럼 펑퍼짐하게 생겼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보라성게'를 '율구합(栗毬蛤. 밤송이처럼 둥글게 가시가 난 조개)'라 하여 '고슴도치 같은 가시 속에 껍데기가 있다'고 기술하고 있고, 말똥성게는 '승률구(僧栗毬. 중머리처럼 짧은 가시의 밤송이 조개)'라 하여 '털이 짧고 가늘며 누런색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앙장구’라고 불리는 ‘말똥성게’는 부산사람들에게 아주 친숙한 종류의 성게로 해안가 바위를 뒤지면 쉽게 채취해 그 맛을 볼 수가 있다. ‘성게 알’은 엽산 함유량이 높아 소화흡수에 좋고, 산모의 산후회복에 탁월하다.우리가 식용하는 부분은 성게의 생식소로, 흔히 '성게 알'이라 부른다. 일본에는 '우니(うに)'라 하고, 중국에는 운단(雲丹)이라 한다. '보라성게 알'은 주로 옅은 노란색을 띠고 맛이 달고 부드러우며, '말똥성게 알'은 주황색을 띠고 맛이 진하고 고소하다. 이처럼 성게 알은 진하게 고소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온몸을 감싸 도는 집약적인 풍미를 자아낸다. 특히 색이 노랗고 진한 것이 맛 또한 좋다. 육안으로 봤을 때 탄탄하고 윤기가 나는 것이 싱싱한 성게 알이다.
성게 알은 정성에 비해 양이 적어, 고급요리의 재료로 귀하게 사용된다. 주로 날 것으로 술안주를 하기도 하고, 삶아서 먹기도 한다. '성게 알' 음식으로는 '성게알 비빔밥'과 '성게 미역국', '성게 냉국', '성게알젓', '성게알 계란찜' 등이 있다. 일식요리 재료로도 중요하게 쓰이는데 초밥이나 생선회 먹기 전 에피타이저로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성게 알은 짙은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띄는데, 주황색 알이 더욱 고소하고 맛이 좋다. 따끈한 밥에 성게 알을 올리고 김가루와 참기름을 둘러 비벼먹으면 고소하면서도 쌉싸름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엽산·단백질 풍부 … 산후회복·강장 탁월
'성게 알'은 엽산 함유량이 높아 소화 흡수에 좋고, 산모의 산후회복에 탁월하다. 스태미나 음식으로도 손꼽히는데, 단백질이 풍부해 '바다의 호르몬'이라고 불릴 만큼 강장제로 효과가 좋다. 알코올 해독작용이 좋아 술안주로도 적격이며, 열량은 낮으면서 영양소는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앙장구'라고 불리는 '말똥성게'는 우리 부산사람들에게 아주 친숙한 종류의 성게로, 어느 해안가라도 바위를 뒤지면 쉽게 채취해 그 맛을 볼 수가 있다. '앙장구'는 성게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개인적으로도 '말똥성게 알'이 '보라성게 알' 보다 더욱 고소하고 깊은 맛을 내기에 즐겨 찾는다.
기장군 일대에 주로 서식하는 '앙장구'는 해안가 해녀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맛도 볼 수 있다. 물질을 하고 난 오후, 무료한 시간에 해녀들이 성게를 깐다. 성게를 작은 칼로 반으로 쪼갠 후, 자그마한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알을 덜어낸다. 이때 조심하지 않으면 성게알이 부스러져 맛이 떨어진다. 이렇게 파낸 성게알은 바닷물에 살살 일어가며 내장과 불순물들을 골라낸다.
이렇게 지극정성의 노동 뒤에야 비로소 성게 알이 우리들 밥상에 오르게 된다. 해서 '성게 알'은 해녀들의 수고로움이 묻어있는 값진 음식이다. 인내의 시간과 세심함과 극진함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음식이기에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씹을수록 부드럽고 고소한 맛 일품
'앙장구'는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가 산란기라 제 맛을 낸다. 알은 짙은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띄는데, 주황색 알이 더욱 고소하고 맛이 좋다.
일광면의 '앙장구밥' 전문점에 지인들과 함께 들어선다.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많은 사람들이 기장 특산음식인 '앙장구밥'을 먹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 일행도 '앙장구밥'을 시킨다. 밑반찬이 차려지고 곧이어 넓은 대접의 앙장구밥이 상 위에 오른다.
밥 위에 짙은 노란색의 '앙장구 알'이 소복하다. 밥이 안보일 정도로 알을 올려놓았다. 그 위에 김 가루와 깨를 뿌리고 참기름을 둘렀다. 고소하면서도 쌉싸름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앙장구 알'이 부스러지지 않게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 한 숟가락 입에 넣는다.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입안으로 감돈다. 쌉싸래하면서도 진한 해감 냄새가 가득 퍼져나며, 바다가 입안에서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씹으면 씹을수록 부드럽고 고소한 맛에, 바다 고유의 풍미가 절로 일어나는 것이다. 밑반찬으로 소라숙회, 문어숙회, 갈치조림, 해초류 등 열 댓가지가 나오는데, 밥상 위가 풍성하다. 이 모두가 대부분 일광 일대의 신선한 해산물로 조리해서인지 맛깔스럽고도 깔끔한 맛을 낸다.
요즘 한창 맛이 들어 입맛 제대로 살려주는 음식, '앙장구밥.' 겨울동안 소홀했던 영양도 챙기고, 쌉싸래한 맛으로 움츠러든 입맛도 살려주는 앙장구밥으로, 마지막 겨울 언저리를 든든하게 넘겨보자. 곧 만화방창(萬化方暢), 봄이 다가올 터이니.
- 작성자
- 최원준 시인
- 작성일자
- 2015-03-05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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