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극장가 역대 관객동원 최고시대는?
홍영철 한국영화자료연구원장 ‘부산극장사’ 발간
극장·영화자료 모으기 40년 ‘영화도시 부산’ 역사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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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극장사'는 부산 극장들의 120년 변천사를 정리한 책이다. 한 장의 사진자료, 한 줄의 기록을 찾기 위해 40여 년 간 관련문헌을 찾고, 연구하고, 개·폐관 극장들을 직접 촬영해 온 저자 홍영철 씨의 노고는 그 자체로 부산영화의 산 역사이며 이후 영화뿐 아니라 관련 연구에 큰 바탕이 될 것이다. 책에는 부산 최초 활동사진 상영극장인 '행좌'에서 '영화의 전당' 멀티플렉스 전용관까지 부산 극장의 흥망성쇠가 총망라 돼있다.
1969년 현재 부산지역의 극장 수는 총 54개소로 영화관 연간 23,229,566명이 영화를 감상, 1인당 13.86회를 기록하여 2013년 현재까지도 갱신되지 않을 만큼 60년대 부산극장가는 호황기를 누렸다. 이 당시의 인기 외화는 '나바론', '콰이강의 다리' 등 미국판 전쟁영화와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 '위기일발', '골드핑거' 등의 007시리즈가 극장가를 휩쓸며 부산 극장가 흥행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부산극장사' 본문 가운데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은 어디일까. 1934년 문을 연 부산극장(중구 남포동 5가 18)이다. 부산극장은 서울 단성사를 제외하고 국내 최고(最古) 극장으로 81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부산 극장에 대한 이런 생생한 기록은 홍영철(한국영화자료원구원 원장) 씨가 발간한 '부산극장사'에 낱낱이 담겨있다. 부산에 생겨난 극장의 역사를 처음 정리한 '부산극장사'는 홍 원장이 신문, 관련자료들을 찾아 일일이 대조 정리한 덕분에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영화를 상영했던 공간이 책에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영화도시 부산의 역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부산시와 부산영상위원회가 지원했으며 360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비매품으로 발간되어 영상위원회, 시·군·구 공공도서관, 주민자치센터, 부산문화재단 쉼터 등에 비치되어 있다.
홍영철(한국영화자료연구원 원장) 씨가 40여년 간 모은 영화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부산극장사'에 따르면, 1900년대부터 지금까지 부산에 세워진 극장은 176개다. 최초의 극장은 1903년 세워진 극장 '행좌'(현재 중구 남포동 2가 45의 1)다. 행좌는 1903년 발행된 '부산항 시가 및 부근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또 부산 최초 활동사진 상설관인 '욱관'의 모습도 이 책에 처음 공개됐다. 광복 전까지 행좌를 비롯해 부산에는 23개 극장이 있었으나 광복 이후 10개만 남았다.
부산에 세워졌던 극장 176개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중구(55개)에 극장이 가장 많이 있었다. 이어 부산진구(37개), 동구(18개) 등의 순이다. 한때 옛 극장의 중심지였던 동구는 현재 극장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세월의 변화가 무색할 따름이다.
'부산극장사'는 1900년대 부산 극장의 모습 개관에서 폐관, 관객입장 수 등을 소개하고 있다. 직접 그린 입간판으로 화려하게 건물을 치장했던 1960~70년대 극장가의 모습과 극장별 연혁 등이 담긴 책은 2본 동시 상영이나 소극장을 드나들던 추억이 있는 사람에겐 감회가 새롭고 영화사 자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겐 정확한 지표가 된다.
1982년 부산극장 신축개관 모습(왼쪽)과 홍영철 저 '부산극장사'.홍 원장은 "1876년 개항과 더불어 부산은 상대적으로 일본의 문물이 빨리 들어온 탓에 극장문화도 빨리 시작됐다. 부평정(현 광복동)에 부산좌 극장이 생긴 것이 시작으로 이후 해방기를 거쳐 많은 극장이 생겨났다 또 사라졌다. 영화와 관련한 최초의 법령인 1895년 '제15호 극장취체규칙과 제16호 제흥행취체규칙'이 제정되었다는 기록을 발견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영화진흥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규칙으로 보자면 1903년에 세워진 행좌보다 더 이른 시기에도 극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객관적인 자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초의 극장을 확인하는 일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가 40년간 모은 자료는 방대하다. 필름 345편, 시나리오 2천90편, 영화 포스터 1만6천674장, 영화도서 3천279종, 잡지 5천300권, 영화 스틸 사진 4만5천375점 등 가히 박물관급 이상이다. 영화 시나리오와 포스터뿐 아니라 입장권, 전화카드, 우표, 광고 등 사소한 것까지 보관하고 있는 그의 자료들은 영화사의 소중한 자료이자 한국영화의 자산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영화의 전당 장국영 특별전에도 포스터 자료를 빌려줬다. 한국서 발간된 영화 서적을 모두 수집하고 목록을 정리한 적이 있는데, 이젠 어디서도 따로 구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부산데파트 등에 옛 극장 건물들이 보존 되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게 너무 아쉽다." 영화에 헌신한 세월이 묻어나는 그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홍 원장의 소원은 부산영화박물관을 만들어 자료를 전시하고 시민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영화의 도시 부산이 영화 제작뿐 아니라 영화의 역사를 기록·보관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 작성자
- 박성미
- 작성일자
- 2015-01-2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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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64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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