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1630호 문화관광

부산, 한국 현대회화 태동도시 자부심 일깨웠다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 한달만에 6만명 관람
근대 이후 부산서 활동한 기라성같은 작가 작품 전시

내용

이인성의 '해당화'에서 발길이 멈춘다. 100호 짜리 캔버스에 담긴 고전미에 눈을 뗄 수가 없다. 해안가에 피어있는 한그루 해당화 앞에 세 모녀가 서거나 앉아있다. 어머니로 보이는 이는 해당화 나무 옆에 바짝 붙어 알싸한 향기를 맡고 있고, 여인의 뒤로 딸로 보이는 두 소녀가 물끄러미 어머니(로 짐작되는)를 바라본다. 오후의 햇살은 강렬했을 터이지만, 화가의 시선을 통과하면서 걸러진 빛은 담담한 수채화풍으로 바뀌었고, 담담하고 순한 색채는 근대 이 땅에 살았던 여인들이 내뱉었을 얕은 한숨을 품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은 이인성의 '해당화'처럼 곳곳에서 발길을 멈추게 하는 그림들이 가득하다. 세 곳의 전시장으로 나눠 있는 100여 점의 그림을 볼라치면 한 시간, 두 시간으로는 부족하다. 전시 타이틀 그대로 한국의 근현대회화사를 한 자리에 펼쳐보이는 전시는 연일 관람객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지금까지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을 찾은 관람객은 6만여 명에 육박한다. 지난 4월 8일 개막한 이후 한달여 만에 6만 명이 넘는 부산시민이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고갱이를 만나기 위해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한 것.

이번 전시에는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적 체험이라는 미술감상 본연의 기능에 교육적 효과가 더해져 드러난 현상이라는 것. 5월 연휴에는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는 것이 전시 주최측의 설명이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관람객 북적

5월 연휴(5월 1~ 6일) 동안 '한국근현대 회화 100선' 부산전을 찾은 관람 인파는 1만5000여 명에 달했다. 하루 2천여 명 이상 관람을 했다는 얘기다. 시립미술관 측은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전시회를 찾은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며 "특히 2·3대로 이뤄진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둘러본 이들의 감상평은 얼추 비슷하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걸작들을 직접 보았다는 묘한 설렘과 흥분, 그리고 우리나라 근현대회화의 뿌리를 만났다는 벅찬 감동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가장 인기를 끄는 작품은 아무래도 대중적으로 잘알려진 작품일터. 미술경매시장에서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국내 최고의 그림값을 자랑하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 앞에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우물가' '빨래터' 등의 작품 앞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여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이번 전시는 대중적인 성공과 함께 한국 근현대회화를 태동시킨 부산에 대한 새로운 미술사적 가치의 발견이라는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미술평론가는 "박고석의 1951년 작 '범일동 풍경'은 박고석이 6·25 때 부산 범일동으로 피란 가 부산공고에서 미술을 가르칠 때 그린 그림"이라는 설명과 함께 "항구 도시 부산은 예향(藝鄕)으로 불러도 충분한데 부산 사람들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부산, 현대미술 태동지 자긍심

흔히 말하는 문화의 불모지라는 타이틀을 전복시키는 발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부산은 세계와 통하는 바다를 끼고 발전한 덕분에 일찍이 새로운 문명과 문물을 받아들이고 타 지역에 전하는 교두보였다. 따라서 부산 문화의 개성과 특징은 '혼종성'이다. 공연히 문화적 순수성과 지역성에 매달리는 콤플렉스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

무엇보다 부산이 예향인 이유는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국 미술의 불꽃을 오롯이 지켜냈기 때문이다. 언론사, 대학, 시민사회 모두가 전쟁 당시 피란 온 화가들에게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정을 나누었다. 어렵고 힘들던 피란 시절,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영도에 있던 대한도기(현재의 미광 마린아파트)는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이중섭 등에게 그림 그리는 일자리를 제공했다. 광복동 일대 다방은 벽면을 예술가의 캔버스로 내줬다. 김환기, 권옥연, 문신, 도상봉, 유영국, 박성환, 박고석, 천경자는 그때 부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임시수도 부산서 대가들 전시회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부산은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의 원산지일지도 모른다. 당시 부산에 큰 은혜를 입었던 화가들이 60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부산에 바치는 고마움의 인사인 셈"이라는 설명이다.

부산이 근현대회화를 태동시킨 곳이라는 새로운 해석은 ' 부산근현대회화 100선'전에 쏠린 부산시민의 관심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을 터다.

문화도시 부산의 자긍심을 일깨울 수 있는 자리, 한국 근현대회화의 도저한 물줄기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이다. 이번 전시는 7월6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부산시민이 꼭 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중섭, 박수근, 김기창, 천경자 등 1920~197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근현대회화 작가 57명의 명화 100점을 만날 수 있다. 특별전으로 운보 김기창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도 볼 수 있는 기회다.

▶'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 7월 6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관람시간 오전10시 ~ 오후8시 (입장마감 오후7시). 성인 6천원, 초중고생 3천원. (747-1216)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4-05-2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630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