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넘실대는 바다 위 벚꽃 주단 밟고 오소서…
□부산시티투어버스 스카이라인 코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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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시티투어 승강장.
비 갠 봄날 아침은 상큼하다. 부산역 광장을 바삐 오가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봄비 맞은 꽃잎처럼 새로운 설렘으로 생기 넘친다. 전날 내린 비로 아침 하늘은 마치 가을 계곡물처럼 맑고 푸르다. 부산역 광장 아리랑 관광호텔 앞에 줄지어 선 부산시티투어버스의 싱싱한 엔진소리는 이제 곧 부산관광을 시작하려는 여행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한다.
아침 9시 40분. ‘테마코스’ 라고 적힌 안내판 앞에 정차한 알록달록 부산시티투어버스에 오른다. 누적 승객 100만 명을 돌파한 부산시티투어버스의 새로운 테마코스를 시승하기 위해서다. 4월 5일 정식 운행에 들어간 ‘스카이라인 코스’. 왜 스카이라인 코스일까?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잠시 내린 부산항대교에서 기념 촬영하는 문화관광해설사들.버스는 부산역을 출발해 중앙로를 달리다가 부산세관 쪽으로 빠진다.
“부산세관이 옛 부산역 터였다”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부산대교에 오르니, “아!” 하고 감탄이 절로 터진다. 부산대교 위에서 바라보는 영도다리 너머 천마산은 그 자체가 아침 햇살에 눈부신 분홍과 연둣빛 ‘꽃대궐’ 이다.
공사가 한창인 부산항대교~남항대교 연결도로 밑을 지나 한진중공업 옆에서 버스는 잠시 멈춘다. 부산항대교 진입로에서 공사 현장소장의 특별 허가를 받아 마침내 부산항대교에 오른다.
이제야 눈치를 채셨겠지만 부산항대교가 5월 22일 개통이기 때문에 부산항대교를 경유하는 ‘완전한 스카이라인 코스’는 5월 23일부터 즐길 수 있다. 4월 5일부터 5월 22일까지는 부산역에서 부둣길을 달려, 감만부두~백운포~오륙도 스카이워크~장자산 해안도로~이기대~황령산 봉수대~부산역을 경유하는 코스에 만족해야 한다. 그래서 “특별 시승” 아닌가.^^
아찔한 바다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오륙도 스카이워크를 운행하는 시티투어버스영도에서 부산항대교에 오르는 연결도로가 그야말로 가관이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하늘을 향해 나선형으로 빙빙 돌면서 올라간다. 아파트 15층 정도 높이인 40m, 전체 길이 약400m 나선형 연결도로를 지붕 없는 ‘오픈탑 2층 버스’를 타고 올라가면 귓전을 스치는 바닷바람에 오싹함마저 느껴진단다.
하늘을 향해 올라갈수록 부산항과 부산의 바다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부산항대교에서 바라보는 부산항의 풍광, ‘육지 것’들은 알 수 없다. 오직 부산항의 ‘가운데토막’ 부산항대교 위에서 보아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우와~~~” 하고 일제히 탄성이 터진다. 이곳에선 ‘짧은 감탄사’ 외에는 모두가 군말이다.
부산항대교를 내려서면 감만부두다. 바다 위에서 보았던 감동과는 풍경이 사뭇 낯설다. 부두 가득 쌓여있는 컨테이너들, 분주히 오가는 대형 화물차들, 무뚝뚝한 곡물저장탱크, 깨끗함과는 거리가 먼 공장들을 지난다. 항구도시 부산의 민낯이다.
때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우리네 마음에, 또 관광객들의 눈에 감만부두 주변의 비(非) 관광적인 모습들은 어떻게 느껴질지? 보기에 좋고, 깨끗한 것만이 관광 상품일까? 부두 가득 쌓여있는 컨테이너와 낡고 허름한 부두와 공장들의 풍경도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백운포의 탁 트인 바다와 지척에 있는 오륙도, 허공에 선 것 같은 오륙도 스카이워크 밑에서 부서지는 흰 파도가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 전남 장흥에서 단체관광 오셨다는 할머니들이 한 말씀하신다. “워메, 좋은 거. 참말로 좋아부러. 다섯 시간을 걸려서 와도 잘 와 부렀네 잉.”
벚꽃이 만발하게 핀 황령산을 오르는 부산시티투어버스에서 잠시 내린 승객들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가장 부산다운 경치를 선사하는 매력적인 길은 어디일까? 장자산 해안도로를 달리고, 황령산을 오르면서 깨닫는다. 장자산 해안도로 굽이굽이 내려갈 때엔 도심 바로 곁에 이렇게 호젓한 숲길이 있다는 데 감사하게 된다. 버스 안에서 돌아보면 분홍색 주단을 밟고 오르는 듯한 황령산은 또 어떤가! 벚꽃 잎 흩날릴 때, 단풍이 뚝 뚝 질 때 다시 와도 좋겠단 생각이 절로 든다. 황령산 봉수대에 오르면 이 생각은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타고 꼭 한 번 더 와야겠다는 확고한 다짐으로 변한다. 비행기를 타고 부산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바로 이렇지 않을까. 동서남북 부산의 전경은 물론 부산시민공원, 부산국제금융센터 같은 부산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 지고 어둠이 내릴 때 사방 경치는 어떨까, 그 궁금함으로 내려오기가 아쉬운 곳이다.
부산시티투어 스카이라인 코스는 부산의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코스다. 그런데, 그냥 바다가 아니다. 부산을 가장 부산답게 느낄 수 있는 ‘부산바다의 고갱이’를 가슴 저리게 만난다. 산도 그냥 산이 아니다. 부산 전체를 넉넉하게 품을 수 있는 ‘부산의 마음’과 뜨겁게 조우한다. 컨테이너로 상징되는 부산의 민낯은 덤이다.
스카이라인 코스를 미리 연구하기 위해 동승한 부산 문화관광해설사들의 눈과 손놀림이 바쁘다. 5일부터 관광객들 앞에서 스카이라인 코스를 안내할 진선혜 씨에게 코스가 어떠냐고 물었다.
“너무 좋지 않나요? 대박 날 느낌 들지 않아요?” 웃으면서 오히려 나에게 되묻는다.
부산시티투어 스카이라인 코스는 매일 오전 9시 40분 부산역에서 출발한다. 하루 한 차례 운행하고, 전체 여행 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부산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황령산 봉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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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글/원성만·사진/문진우
- 작성일자
- 2014-04-0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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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24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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