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극에서 코믹극까지…연말 뜨거운 연극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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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극계는 일년 내내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 극단의 자체 공연은 물론이고 외부 초청공연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장르도 풍성하다. 정통극에서부터 실험극,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까지 다양하게 공연된다. 골라 즐길 수 있는 연극 몇 편을 소개한다.
■ 가족연극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부산시립극단 특별기획공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 원작 소설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호소하는 연말 분위기에 제격이다. 톨스토이가 그의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이다.
부산시립극단 버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원작의 흐름을 살린 스토리에 생동감 있는 대사와 발랄한 몸짓이 살아있는 연극으로 만들었다. ‘사람 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신의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결론은? 훈훈하다.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교훈을 선사한다.
잘 알려진 원작과 결말이 뻔하다고 연극이 시시할 것이라는 예상은 금물이다. 다양한 연극적 장치와 압축된 스토리와 대사,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가 뻔히 아는 것도 잊게 만드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웃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부산시립극단 무대감독인 정순지가 연출을 맡아 오랜 연극무대에서 쌓은 만만찮은 내공을 선보인다. 오는 21일 22일 오후7시30분 부산문화회관 소극장. 초등학생 이상 관람. 균일 1만원. (607-3151)
극단 전위무대의 '나생문'.■ 연극으로 보는 ‘라 쇼몽’
‘나생문’하면 자연스럽게 일본 영화감독 구로자와 아키라를 떠올린다. 원작은 따로 있다.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 ‘라쇼몽’(1951)과 ‘덤불 속에서’(1922)를 합쳐 만든 작품이다. 소설 두 편을 영화로 재구성한 구로자와 아키라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인들이 가진 허위의식, 죄의식과 피해의식을 오롯이 드러냈다.
극단 전위무대가 가마골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나생문’은 영화 ‘라쇼몽’을 연극으로 새롭게 만든 작품이다. 영화사의 걸작을 연극으로 만든 이 작품은 작품 도입부는 영화와 동선을 같이 한다. 연극적 성패를 던진 부분은 제3의 진술 이후에 등장한다. 나무꾼이 하는 네 번째 진술에 이르면 세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평범하고 비겁한 사람으로 추락한다. 비극적이 죽음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등 연극은 비극적 사건의 코믹 버전이랄 수 있다.
연극은 비장함 대신 웃음을 선택했다. 영화가 던진 질문인 ‘무엇이 확실한지 알 수 없다’는 문제의식은 연극으로 건너와 ‘옳으냐 그르냐 하는 거 따져 뭐하겠느냐’는 것으로 바뀐다. 인간은 원래 그렇지 않느냐는 결론은 원작의 그늘을 걷어내려는 신세대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결론 도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난 받는 표현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심한 듯 세태를 비판하는 연극정신이 살아있는 대목이자, 연극적 쾌감을 한껏 높일 수 있는 반전이기도 하다.
오는 21일까지 가마골소극장. 평일 오후8시, 토 오후3시 7시, 일 오후3시. 초등학생 이상 관람. 일반 2만5천원, 대학생 2만원, 초중고생 1만5천원. (1588-9155)
■ 웃다가 배꼽 빠지는 ‘죽여주는 이야기’
기분이 우울해서 억지로라도 웃음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를 추천할 만하다. ‘정말 웃다가 죽은 줄 알았다’는 관객평이 줄줄이 올라오는, 재미 하나만큼은 보장하는 연극이다.
주인공은 자살 사이트 운영자인 ‘안락사’다. 그의 손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평범한 학생, 직장인은 물론 유명 연예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안락사의 손을 거쳐 세상에서 사라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안락사’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마돈나’와 마돈나를 데려온 멍청한 사내 ‘바보 레옹’이 나타난다. 죽여주는 곳에서 그들의 사연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서로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난다.
대중에게 익숙한 기호인 ‘마돈나’와 ‘레옹’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캐릭터, 결코 웃을 수 없는 소재를 웃음으로 만들어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죽음을 희화화했다는 비난은 잠시 보류할 것. 우울해서 죽는 것보다야 웃다가 배꼽 빠지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은가.
오는 24일까지 토 오후2시, 5시, 8시. 크리스마스인 25일은 오후1시, 4시, 7시 공연. 경성대학교 멀티미디어소극장. 균일 3만원. 만7세 이상 입장. (1600-1602)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1-12-1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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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504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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