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얄리아, 아름다운 초원에서 역사의 상흔까지
문진우 사진전 ‘하얄리아, 사진 속에 잠들다’
역사의 상흔 따라가는 담담하고 그윽한 시선
14개월간 1만 5천 컷 작업
- 내용
오는 13일 경성대학교 제1미술관에서 열리는 문진우 사진전 ‘하얄리아, 사진 속에 잠들다’는 의식적으로 챙겨보아야 할 전시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록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가지 성취를 훌륭히 구현해 냈기 때문이다.
‘2010.09.24’.전시 타이틀에는 ‘기록 사진전’이라는 어깨 제목이 붙었다. ‘기록’이라는 단어는 문진우의 하얄리아 사진이 담지하고 있는 첫 번째 성과다. ‘기록’으로서의 성취는 성실성에 다름아니다. 작가는 하얄리아가 부산시로 반환된 직후인 지난해 3월부터 부산시 공식 사진기록작가로 1년 2개월 동안 하얄리아를 카메라에 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와 아침과 낮, 그리고 밤의 시간대별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간의 흐름에 기댄 작가의 시선은 하얄리아의 지난 100년을 거스른다. 버리고 떠난 낡은 우체국과 마권판매소, 의미를 상실한 도로표지판을 훑는 반추를 통해 역사와 시간에 대한 작가의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연민과 명예롭지 못했던 역사에 대한 냉혹한 비판에서 작가적 성취가 두드러진다.
문진우 작가.주한 미군기지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의 상징이다. 일제강점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대한민국은 외세에 종속되며 남북으로 갈렸다. 하얄리아 부대는 그 종속의 산물의 하나다. 어둡고 불안정한 화면은 이 같은 역사의 아픔을 상징한다.
하얄리아(Hialeah)는 인디언 말로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뜻.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초대 주둔 사령관 고향의 마을 이름을 따 지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초원’은 100년의 시간을 지나며 역사의 상흔을 상징하는 기호로 바뀐다. 하얄리아는 2차 대전 당시는 일본군이 군사훈련장으로 사용했으며, 해방 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미군이 주둔하며 사용했다. 그 후 100여년, 미군이 떠나간 광활한 16만 여 평에는 시민공원이 들어선다.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도심 한복판의 공원을 미국 주둔의 결과로 갖게 된 것은 역설적이다.
하얄리아는 지난해 5월부터 7개월 동안 시민에게 공개를 했다. 그 후 부산시민공원 조성을 위해 다시 철문은 굳게 닫혔다. 건물 대부분은 철거된다. 이미 많은 건물이 철거를 마쳤다. 공간이 품고 있던 영욕의 역사가 함께 사라진 것이다.
문 작가는 지금까지 골목, 산복도로, 재개발 대상지 등 부산의 빈촌을 비롯해 사라지는 공간과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이번 하얄리아 사진전 또한 그 연장선에 있는 작업이다.
문작가는 “하얄리아는 아프고 어두운 역사의 현장이지만 그것 역시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임에 틀림없다”며 “사라질 대상이었기에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가 열 넉달 동안 찍은 사진이 1만 5천 컷이 넘는다. 전시에는 그 중에서 90컷을 추려 선보인다. 하얄리아 영욕의 세월을 담아내기에 결코 적지 않은 무게다. 전시기간 18일까지. (010-4556-****)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1-06-0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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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478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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